불편한 사람과 뻔뻔하게 대화하는 법 - 설득할 필요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다
진 마티넷 지음, 김은영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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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불편한 사람과도, 나와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과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법이 늘 궁금했다. 나는 불편한 상황이 오면 이미 표정관리부터 잘되지 않는데, 무례한 사람에게도 편안한 표정으로 예의를 갖춰 대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기분이 나쁜 것을 넘어서서 경우에 따라서는 모욕감까지 느낄 만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웃으며 대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진 마티넷의 이야기 속에 해답이 있었다.

  무례함에 똑같이 무례하게 대응하지 말 것! 그저 참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에게 소위 “호구”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다 맞춰 주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똑같은 사람이 되어 나의 행복을 해치지 말자는 것이다. 더불어 대화의 현장에 속해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간 역시 소중하니, 나는 똑같이 무례한 이가 되지 말자는 것이다.

  나와 너무 달라서, 배울 점이 많은 글을 읽으며 여러 차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내가 무례한 이들에게 대응해오던 방식은 똑같이 무례하게 대응을 하거나, 아예 말을 섞지 않는 것이었다. 내 생각을 확고하게 밝히지 않으면 다음번에도 같은 무례함을 반복할 것이라 생각해서, 정색하고 불편함에 대해 가감 없이 말했던 경험도 많았다. 그때에는 속이 후련하기도 하여 잘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 관계가 불편해져 후회한 적도 있었다.

  친밀하다는 이유로 무례한 언사를 건네지 않게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마찰이 적으니 마음이 조금 더 편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관계의 어색함이 불편해서 신경이 쓰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아직도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한 대응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알게 되었다. 쉬운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총구를 겨누기 전에, 한 번 더 참고 신중하게 생각할 것! 필요하다면 연기를 하여서라도 내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가능성을 높여갈 것!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기는 했지만, 일상 속 허들의 높이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즉각 대응을 중시하고 활발한 소통이 지속되는 시대에서는 특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실언의 가능성 또한 높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중요하다. 요즘 사회는 솔직함이 무기라며 자신의 생각을 필터링하지 않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을 치켜세우는 시대이기도 하다. 나 역시 불과 1년 전만 해도 강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화까지 내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더라도, 이야기할 것은 이야기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강하게 나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반드시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렇지만 매 순간 날선 대응을 할 필요는 없으며, 방식을 유연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반대편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은 아주 쉽지만, 한 번 발사된 총알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총알은 힘차게 장전하여 발사한 만큼 반대편의 심장 속에 뚜렷하게 박힌다. 내가 발사한 총알의 힘이 강력할수록 반대편의 마음에는 뚜렷한 상처가 남는다. 서로 의사소통을 하려다가, 상처로 얼룩져 버려 관계 자체를 이어갈 수 없는 결과에 도달하게 될 수도 있다. 관계의 경중에 따라 속이 후련하다는 생각을 하며 1도 후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고두고 후회할 흑역사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이 제시한 대로 무례한 사람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대응해보자. 때로는 유머로, 말을 돌리는 전략으로, 혹은 침묵으로 편하게 대응했을 때 오히려 갈등이 더 쉽게 해소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감정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는 것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으므로 가장 쉬운 대응 방식일 수 있다. 행동하기는 쉬운 반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나의 에너지 역시 많이 소진되므로, 방식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다. 어떤 불편한 사람과도 성숙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원하는 결과로 이끌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도 납득이 되었다. 처음부터 설득될 수 없었고, 설득할 필요가 없는 문제일 수 있다는 접근이 아주 신선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결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더욱 발전적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굳이 서로 얼굴을 붉히며, 불편한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 속마음은 불편하지만 뻔뻔하게 웃으면서 기분 좋은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신중함이 지닌 힘을 믿어보아야겠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불편한 사람과의 대화를 피할 수 없다. 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만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 불편하지만 매일 볼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어떻게 대응하여야 서로 불쾌하지 않게 기억될 수 있는지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에 여러 가지 팁을 배울 수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읽으며 머릿속에 주워 담았지만, 자주 읽고 실생활에 적용해 보아야 내 것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대화를 마친 후에 기분 좋은 느낌보다는 찝찝함이 남는다면? 매일 같이 보아야 하는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면? 이 책이 행복한 대화를 위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건강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나아가서 주변인을 지켜줄 수도 있다.

  목소리 큰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 시대는 지났다. 무례한 공격을 받았을 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방식일 수 있다. 반대편의 무례함에 지나치게 발끈해서 가시 돋친 말들을 다다닥 내뱉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 보다 예의 있고 우아하게 대처하여, 반대편이 스스로 본인의 무례함을 깨닫고 얼굴을 붉힐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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