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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히라마쓰 루이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18년 9월
평점 :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불과 한달전만 해도 더워 죽겠다고 난리를 쳤었는데 말이다. ^^
오늘 실로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티타임을 가졌다.
파아란 하늘, 산들거리는 바람이 너무 좋다며 신랑과 아이들을
한강변 공원으로 내몰고는 실로 오래간만에 오롯이 혼자 여유로움을 만끽하면서
얼마 전 서평도서로 받은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이란 책을 펼쳤다.
실은 두어달 전 업무차 나선 길에서 기분이 언짢았던 적이 있다.
날씨도 무더웠던 그날,
환승 할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들고 간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마침 비어있던 대기용 의자 구석에 내려놓았다.
다른 빈 의자도 많았을 뿐더러 설사 누가 앉으려면 비켜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할아버지께서 내 가방 옆 의자에 앉으시더니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신다.
사람 앉을 자리도 없는데 가방을 올려놓았다시며.....
순간 나도 기분이 언짢아졌고,
그래도 예의상 최대한 공손하게 가방이 너무 무거워 그랬다며,
혹 자리가 없으시면 치워드리겠노라고,
왜 그렇게 화를 내시냐며 한마디 했다가 되려
요즘 젊은 것들은 되바라져서 꼬박꼬박 말대답만 한단 핀잔만 들었다. ㅠ.ㅠ
빵빵하게 냉방이 된 버스를 타고서도 한동안 열기가 식지 않았었는데,
오늘 책을 읽다 보니 그 할아버지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게 아니라
어쩌면 평소 잘 들리지 않으시니 큰 소리로 말했던 걸까?
라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하긴 생각해보면 나의 친정아버지도, 시아버님도 목소리가 크시긴 하다.
다만, 내 식구이니 그려러니 이해하고 넘어간 것인지도......
며느리 목소리는 안들리고 아들 목소리만 들리나?
본인 목소리가 더 시끄러우면서 괜히 시끄럽다고 소리친다.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 또 하신다.
좀 빨리 걸으실 수 없나? 신호등 바뀐지가 언제인데 저러실까?
아... 지금도 짠데, 저기다가 또???
목차를 읽어내려 가다 보니,
내가 일상생활에서 의아해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들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친정 엄마를 먼저 보내고 홀로 계신 친정아버지는
잘 들리신다시며 귀가 따갑도록 크게 TV를 틀어놓고 계시고,
적당하게 간을 하고, 아니 시아버님 입맞에 맞게 조금 더 쎄게 간을 했음에도
"이건 좀 싱겁다. 간장 좀 가지고 오너라~" 하시는
시아버님도 책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다.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은
10여년동안 10만명 이상의 노인들을 진료하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생생한 경험담이자 노년의 환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인
한 안과의사의 생생한 '노인 응대 설명서'이다.
우리 모두에겐 노년의 부모님이 계시거나, 나 스스로 노년의 부모가 되고 가고 있다.
지금 늙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하거나,
또는 더 나이가 들어 이와 같은 일들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 모두가
한번쯤은 읽어봄직한 책이다.
얼마 전,
찢어진 아이 바지를 깁고자 아들을 불러선 실을 좀 꿰어달라 부탁했다.
"엄마, 이게 잘 안보여? 이렇게 큰데? 진짜 안보여?"
몇번이고 옆에서 쫑알대며 나의 신경을 긁는 아들~!
순간 짜증이 났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어릴적 모습과 판박이다.
시골에 살아 특히나 넉넉치 않은 살림에 알뜰하신 친정엄마는
작은 천조각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으셨다.
그러니 양말이며 장갑, 바지, 이불홑청, 베갯잇 등 수시로 하는 수선엔
나의 조막만한 손길이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어린 내 눈에 이렇게 큰 바늘귀가 왜 안보이는지, 왜 자꾸 나를 귀찮게 하는지
늘 투덜투덜했더랬다.
나도 아이를 낳고, 엄마 만큼의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것을...
그땐 정말이지 알지 못했었다.
몸 여기저기가 고장이 나고, 절로 한숨이 나오는 요즘!
어쩌면 나도 지금 조금씩 조금씩 노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주위를 난처하게 하는 고령자의 행동.
그 진짜 원인은 노화에 의한 신체 변화에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면,
어떻게 해결하고 예방해야 하는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 는
저자의 말을 다시금 되새기며,
안과에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도대체 몇번을 말해도 말귀를 못 알아들으신다며
투덜거리는 내 지인에게 살짝쿵 이 책을 건네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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