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부동산 상식 - 기본 개념부터 세금, 전월세, 경매까지
이찬종.서지원 지음 / 새로운제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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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인가 처음 부동산을 찾아서 신혼집을 알아봤다. 그때 기억으로 보증금 2천에 월세가 50만원이었나 그랬다. 그리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신혼부부 둘이서 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전세 계약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던 나였기에 계약서 조항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주인은 분명 2년 계약을 해놓고 슬쩍 1년 뒤에 재개발을 할 수도 있으니 조건 없이 나간다는 조항을 넣었고 정확히 1년 뒤에 그 조항을 이야기하며 집을 빼달라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이미 임신 중이었고 우리는 급하게 집을 또 알아봐야하는 상황이었다. 황당했지만 주인은 막무가내였고 주변에 수소문한 끝에 겨우 법적인 근거를 내세워 이사비용 일부를 받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나오게 되었다. 이처럼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부동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손해를 보거나 심하면 거액의 돈을 날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이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부동산 상식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부부인데 남편은 20살때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현재는 부동산 경매를 하고 있고, 아내는 간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월급으로는 집을 사기 어렵다는 생각에 남편의 영향으로 부동산과 자본에 눈을 뜨고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처럼 어렵게 부동산을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최대한 쉽게 썼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최소한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쓰였다. 크게 다섯 챕터로 나눠져 있으며 1장은 공인중개사와 대화가 통하는 부동산 용어, 2장은 알아두면 쓸모있는 부동산 필수 개념, 3장은 부동산 거래의 시작인 전세와 월세, 4장은 재개발과 재건축, 입주권과 분양권에 대해 마지막 5장은 부동산 경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기본적인 것은 알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개념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부동산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으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계약해지는 계약금까지만 가능하다는 사실, 그래서 최대한 신중해야할 시기는 중도금을 내기 전까지라는 아주 기본적이지만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를 지식들이었다. 또 전용면적과 공급면적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집을 고를 때 미리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갭투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갭투자를 다른 말로 전세 끼고 매매라고 하는데 만약 전세 임차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매한다면 매수자는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동시에 임차인의 보증금도 떠안게 된다. 따라서 여기에 퉁치는 개념을 적용하면 매도자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감안한 금액으로 매수자에게 아파트를 팔고, 매수자는 매도자 대신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후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그 사이에 아파트의 시세가 올랐다면 전세 끼고 매매로 매물을 내놓아 매도할 수도 있다.

 

이제 부동산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은 쉽고 꼭 필요한 상식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기에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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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된 목사의 생존 경제학
김연기 지음 / 생각나무(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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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는 귀족의 자녀로 태어났으나 가난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마저 병으로 쓰러지면서 거의 고아처럼 자랐다.

 

할아버지와 숙부의 양육을 받지만 그는 어린 나이에 생존 전선에 뛰어들어야했고 상인들의 낙타몰이꾼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직했던 그는 카디자라는 거부에게 고용되었고 그의 성실함에 반한 카디자와 15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한다.

 

그는 결혼 이후 생계의 걱정에서 벗어나자 그동안 고민해왔던 아랍세계의 악습과 모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40세가 되던 해 메카의 동굴에서 천사 가브리엘의 인도로 알라의 계시를 받게 된다. 바로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시작이다.

 

2. 갑자기 무함마드의 일화로 시작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슬람이라는 거대 종교의 시작이 경제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종교가 그렇게 시작된 것은 아니겠지만 세계 3대 종교라고 불리는 이슬람교의 시작이 부자 과부를 만나 팔자 고친(?) 한 사내라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유사 이래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적인 부분이 얼마나 우리 삶에 깊은 연관이 있으며 피할 수 없는 일인지 무함마드의 일화와 이 책 생존 경제학을 통해 깨닫게 된다.

 

 3.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택배기사이자 목사이다. 아니 이제는 과거의 이력이 되었다. 그는 이제 책을 출간한 어엿한 작가가 되었고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와는 오래된 인연이 있고 지금까지 서로 조언하며 의지하고 깊은 속내를 터놓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일이 다른 책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고 더욱이 서평을 쓰는 것은 조심스럽고 부담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게 된 것은 이 책이 나와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며 저자 역시 다양한 서평을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4. 우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돈은 무한하고, 인생은 유한하다.’라는 문구에서 그가 책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간이며 그 시간은 결국 우리의 인생 임을 이야기 한다.

 

따라서 그 인생을 소중하게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돈을 알아야 하며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무시하고 외면할수록 우리는 돈에게 휘둘릴 뿐만 아니라 큰 곤경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돈에게 끌려 다니며 돈을 좇아가는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러한 실수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더 이상 독자에게 그러한 우를 반복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의 피를 토하는 절규가 책의 곳곳에서 들렸다. 그만큼 그는 한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함께 생각해볼 것을 도전하고 있다.

 

5. 개인적으로 목차가 참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차례대로 살펴보면 

우선

 

Why 돈을 버는 이유. 어떤 것이든 목표가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과정도, 결과도 달라진다. 결국 목표가 분명할수록 돈을 잘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 사용할 수 있다. 거창하게 말하면 돈에 대한 철학이 있느냐 아니면 그냥 막연하게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에 따라 돈은 지혜로운 자를 따라간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많은 이들이 소홀하게 여기는 이 지점을 특히 강조한다.

 

How 돈을 버는 원칙과 신념이 있는가? 저자는 돈을 버는 데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준이 없으면 상황과 환경에 따라 매번 바뀔 수밖에 없고 결국 돈을 따라가는 삶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돈을 버는 방법에도 분명한 기준과 신념이 중요함을 말한다.

 

What 돈은 무엇인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돈에 대한 지식이 있는가? 돈과 경제를 알아야 벌 수 있고 모을 수 있고 지킬 수 있고 불릴 수 있다. 이 부분은 경제관념이 부족한 성직자들이나 경제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상식이 될 것이다.

 

Who 돈을 벌고 지키는 사람은 누구인가? 반복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특히 이 부분은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어떻게 이성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When 돈을 버는 타이밍과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저 일확천금을 노리는 많은 이들이 얼마나 허황된 꿈인지,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건 모래위에 지은 성일뿐임을 이 챕터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반드시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하며 그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Where 마지막은 마음이다. 선문답 같지만 돈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가짐이 좌우한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작은 것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지키며 가치를 따라가는 훈련만이 진정한 부를 얻을 수 있는 길임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분명하게 말한다.

 

6. 기억에 남는 문구 몇 개를 남겨본다.

 

행복은 감사와 만족이라는 절반과 도전과 성취라는 절반이 만날 때를 말한다p.26

 

이 말의 의미를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눈물을 흘렸을까.

진정한 행복을 날마다 고민하며 감사와 만족으로 하루를 보내면서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갈증과 불만을 채우기 위해 새롭게 도전하며 무언가를 하나씩 성취하는 그 기쁨을 얻는 삶. 그것이야 말로 신이 우리에게 준 인생이라는 선물이 아닐까.

 

엄청난 부를 쌓고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이 되는 것만이 인생의 행복이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삶에서 만족과 도전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놓치지 않고 달려가는 그 순간이야말로 이미 그는 진정한 성공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자도, 나도 아직 대단한 무언가를 이뤄내지 않았더라도 이미 우리는 성공의 길에 있는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제대로 된 인생을 살려고 한다면 내 인생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내 삶을 온전히 사랑해야 한다.

 

p. 72

 

누구도 이것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의 환경과 목표 그리고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선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러한 나를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존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이 바르게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명품으로, 비싼 차와 큰 집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진정 성공한 삶은 인생을 바르게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겸손함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더 발전하려는 태도에 있다.

 

저자의 책에서 그러한 품격을 느낀 것도 그런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 애쓰기 때문일 것이다.

 

 

7.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과 비정함이 새삼 더욱 피부로 와 닿았다. 우리네 사는 이곳이 이토록 치열한 곳이었던가. 목회자로 살고 있던 그 시절, 나와 내 동료들은 그것을 잊고 그저 기쁘게 찬양하고 소리 내어 기도하며 예배에 힘썼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 철없던 시절처럼 느껴진다.

 

그저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씀과 기도에만 전념하면 모든 게 만사형통일 것 같은 무식한 용감함이 울타리 밖에 사는 일반 성도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얼마나 세상 편하게 살아가는 한량처럼 느껴졌을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진정한 변화의 시작은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해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이 땅이 천국이 아닌 이상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자본주의란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이며 자본이 곧 시간이며 여유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시간을 쏟기 위해 돈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돈으로 가치를 추구할 시간과 에너지를 사라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더욱 지혜로워야하며 이성적이어야 한다.

 

8. 이 책의 장르는 무엇일까. 종교서적? 자기계발서? 경제서적? 나는 인문학 서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문학의 정의는 너무 광범위하기에 어디든 다 포함이 될 수 있지만 이 책은 한 개인이 치열한 삶의 과정을 통해 깨달은 가치와 자본에 대한 통찰의 결과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삶과 글을 통해 우리의 삶을 비추어보게 되고 또한 저자의 조언대로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9. 무함마드는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종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비록 그것이 인류사에 많은 분쟁과 비극을 초래했던 적도 있지만 적어도 그는 당시 만연해있던 악습과 폐습을 끊어내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또 누가 아는가. 이 평범해 보이는 책 한권이 암울해 보이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작지만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진정한 가치를 잃은 채 그저 일확천금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해매는 이들에게 진짜 오아시스로 이끌 나침반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택배기사가된목사의생존경제학 #김연기작가 #자기계발서 #생존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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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 한 신학자의 영성 고전 읽기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2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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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묻힌 고전이라는 보화를 꺼내는 시간

 

-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를 읽고

 

나는 어쩌다 지금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최근에 생긴 습관이긴 하지만 독서를 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지금 나의 상황과 마음의 상태, 느낌 그리고 책을 고른 이유 등이 책에 대한 감상과 평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무척 시의적절하며 어쩌면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좋은 나침반, 혹은 세르파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저자를 알게 된지는 십년 정도 되었다. 그는 나의 글쓰기

선생님이었고 여전히 어렵고 고단한 일이지만 글쓰기가 나에게 기쁨이 되게 해준 첫 선생

님이었기에 나는 그를 여전히 사부님이라고 부른다. 사는 곳에 멀어 자주 얼굴을 보는 사

이는 아니지만 틈틈이 연락을 드리고 안부를 물으며 사제의 정을 나눈다. 그리고 다행히

얼마 전에는 정말 오랜만에 함께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처럼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서두에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책을 읽으며 그때의 기억

, 특히 그의 목소리가 책을 통해 들리는 듯 했고 그 기분을 더욱 느끼고자 일부러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평소 그의 말투와 표현이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무엇보

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문장들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조언과 위로 그리고 응원과 격려가 되어 내 마음에 새겨졌다. 비록 이 책은 저자가 읽은

오랜 고전들에 대한 서평이지만 내게는 그 고전을 빌어 저자가 전해주는 따뜻한 편지처럼

느껴졌다.

 

2. 이 책은 소제목과 목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그가 그동안 감명 깊게 읽고 기독교 역사에서 의미 있다고 판단한 영성 고전에 대한 서평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평소 글쓰기 학교에서도 강조한다. 서평이 글쓰기의 좋은 시작이라고. 그리고 실제로 그는 서평집을 통해 작가의 발을 떼었다. 그만큼 그에게 서평이란 글쓰기에 근간이 되는 작업이며 그만큼 애정과 에너지를 쏟는다. 이 책에서도 그 마음이 물씬 느껴졌다. 더불어 지성에 대한 갈증만 가진 채 정작 독서와 글쓰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동네 작은 과일가게 사장인 나 같은 이들도 다시금 고전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이 책은 매력적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왜 좋은 서평이 단순히 책에 대한 감상을 넘어서 새로운 창작물이자 작품이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나의 독서력이 미천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필력과 구조를 통해 새삼 내가 알던 그분은 예상보다 더 고수였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약 20여권의 기독교 고전을 소개하고 각 고전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연관성, 또한 저자와 책의 일반적인 소개와 내용 그리고 고전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와 독자들의 유익함 등을 짧지만 임팩트 있게 전달해준다. 역시 고수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해주고 나아가 책을 구매하고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을 맛보게 해줌과 동시에 고전의 바다로 풍덩 빠지게 하는 매력, 혹은 마력이 있다.

 

3. 모든 고전이 인상 깊었고 일일이 그 고전들에 대한 나의 감상을 남기고 싶지만 단 한 작품을 고른다면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란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처음 들어본 제목이기도 하며 앙드레 지드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와 애정 때문이다. 그는 좁은문, 배덕자 등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을 남긴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였지만 사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실제로 그의 작품도 별로 읽어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저자의 서평을 통해 앙드레 지드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 탕자, 돌아오다를 접하면서 저자의 고민, 그리고 나의 고민이 앙드레 지드라는 다른 시대의 인물의 고민과 연결되고 있으며 어쩌면 우리 모두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경험했다.

 

앙드레 지드는 이 책을 통해 고향 없는 사람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고향 아닌 곳에서 살면서,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이는 책의 저자인 앙드레 지드가 그러했고 서평을 쓴 김기현이라는 인물도 그러하며 독자인 나라는 사람도 그러하기에 우리는 시대와 국적, 환경을 뛰어넘어 나그네라는 동질성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뒤엉켰다.

 

전 생에 걸쳐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를 알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기성 종교에 대한 답답함과 회의, 그 속에서 벗어나고자 부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성경에서 등장하는 탕자라는 유명한 인물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해석과 교훈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그려냄으로써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르익는 이들인지 입체적으로 묘사해주고 있다.

 

비단 이 작품뿐이랴. 김기현 작가는 이 책 전체를 통해 고전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란, 기독교란, 영성이란 그렇게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니라고. 이토록 다양하고 제각각의 모습들이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십자가를 통해 이토록 아름답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힘든 세상, 고통에 버거워 하며 신의 부재를 날마다 경험하는 우리에게 다독이고 있다. 그래서 고전은 여전히 우리에게 힘이 있고 위로와 희망을 주는 보석임을 소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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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심리학 실험실 - 내 진짜 모습을 찾는 36가지 자가진단 심리테스트
정종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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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의 마음이 참 궁금했다. 특히 나라는 한 인격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왜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지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의 노래처럼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른이 되고 심리학을 접하면서 전공을 심리학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았다. 비록 심리학과를 가지는 못했지만 상담실도 많이 가고 이런 저런 검사도 받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서 참 반가웠다. 오랫동안 상담과 심리학을 연구하신 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이 책이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내 마음 심리학 실험실. 사실 제일 궁금하면서도 알기 힘든 게 내 마음 속이다. 나라는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모르는 게 나 자신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나를 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심리학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심리학은 제대로 학문으로 인정받은 기간은 짧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사람이 지혜롭고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는 36가지 자기 진단 테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은?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나를 탐구해 나갈 뿐만 아니라 타인과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비록 전문적인 검사는 아닐지라도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상태와 근원적인 문제, 그리고 개선해야할 점과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정리하고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다는데 있다. 사실 언제 그런 기회를 가져보겠는가. 개인적으로 이 책을 한주에 한 두챕터씩 읽으며 나 자신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평소 생각했던 나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나를 비교하고 새롭게 된 나에 대해 다시 놀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한권의 책이 주는 유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만큼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닫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만나게 해 준 이 책에 감사드린다. 자신을 발견하고 더 나은 나를 꿈꾸는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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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 - 함께 고민하고 싶은 일과 쉼 이야기
이연우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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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피곤하다.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남들도 다 그렇기에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나? 우리에게 진정한 쉼은 죽음 이후에나 가능한 일일까? 하물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은 더 피곤하다.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교회에서까지 느껴야 한다.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은 이런 것일까? 우린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가. 저자는 이 지점에서부터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우선 책의 제목을 살펴보면 피로교회, 필요교회. 두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책에서도 밝혔듯이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하다. 피로사회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저자가 바라보는 교회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사신 교회가 아닌 피로교회이다. 목회자를 비롯한 성도 대부분이 피로한 교회. 쉼이 없는 교회이다. 

과연 우리는 그런 피로교회를 넘어 진정한 필요교회가 될 수 있을까? 저자의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듯 하다. 저자 본인 역시 현재 대학 청년부를 담당하며 그들과 함께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왜곡된 세상에 대한 장으로 현실세계가 어떻게 왜곡되고 뒤틀려져있는지 몇몇 키워드를 통해 잘 표현해준다. 2장은 그런 세상에 영향을 받은 교회가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채 어떤 모습으로 병들어 있는지 조명해준다. 3장은 일과 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온전한 일과 쉼에 대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논의한다. 그리고 4장은 저자가 생각하는 건강한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지 여러 부분에서 생각해보고 마지막으로 5장은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위한 선언문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고민이 현실교회에 기반한 것이라 더 와닿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그동안 우리가 정작 인식하지 못한 교회의 부작용과 불편함들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 전체에 걸쳐 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더욱 본질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저자는 교회의 건강함과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현실 사회와 교회가 그 기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원래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그리고 교회는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고 그런 공동체를 위해 어떤 노력과 시도가 필요한지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선 좋았던 점은 저자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어서이다. 물론 어려운 단어는 아니었지만 피로교회, 필요교회, 멈춤, 거울되기 등 저자가 그동안 얼마나 현실교회와 사회에 대해 고민했는지 알 수 있었고 이를 현실의 언어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나 역시 좋아하는 나의 아저씨를 비롯해 여러 시, 대중가요, 인문학이나 문화 들을 자유롭게 예시로 들면서 기독교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연결해서 질문과 해답을 풀어가는 것이 좋았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관심분야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나의 아저씨를 참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자의 겸손함과 진솔함에 마음이 갔다. 뭔가 거창하고 힘이 들어가있는 글이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이 바라본 현실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비판적이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또한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좀 더 깊이 파고 들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건강한 공동체를 지향할 때 목회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목회자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힘들다. 뭔가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고 실질적인 인도와 컨텐츠를 제시해줘야 할 목회자는 어떻게 자신의 건강함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아쉽다. 그리고 진정 목회자는 수평적인(?) 일원으로 공동체에 함께 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또 기독교 영성에 대한 좀 더 다양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 한권으로 모든 걸 담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 기독교의 틀 안에서 머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느낀다. 그게 틀렸다는게 아니라 우리의 방식이 빈약하고 진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저자도 그런 부분을 충분히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의 고민이 확장되길 기대하고 후속작을 기다리는 이유다. 

좋은 책은 읽고 난 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더 고마운 책이고 꼭 멀지 않은 날에 저자와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두런두런 속깊은 얘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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