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 - 함께 고민하고 싶은 일과 쉼 이야기
이연우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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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피곤하다.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남들도 다 그렇기에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나? 우리에게 진정한 쉼은 죽음 이후에나 가능한 일일까? 하물며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은 더 피곤하다.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교회에서까지 느껴야 한다.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은 이런 것일까? 우린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가. 저자는 이 지점에서부터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우선 책의 제목을 살펴보면 피로교회, 필요교회. 두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책에서도 밝혔듯이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하다. 피로사회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저자가 바라보는 교회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사신 교회가 아닌 피로교회이다. 목회자를 비롯한 성도 대부분이 피로한 교회. 쉼이 없는 교회이다. 

과연 우리는 그런 피로교회를 넘어 진정한 필요교회가 될 수 있을까? 저자의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듯 하다. 저자 본인 역시 현재 대학 청년부를 담당하며 그들과 함께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왜곡된 세상에 대한 장으로 현실세계가 어떻게 왜곡되고 뒤틀려져있는지 몇몇 키워드를 통해 잘 표현해준다. 2장은 그런 세상에 영향을 받은 교회가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채 어떤 모습으로 병들어 있는지 조명해준다. 3장은 일과 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온전한 일과 쉼에 대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논의한다. 그리고 4장은 저자가 생각하는 건강한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지 여러 부분에서 생각해보고 마지막으로 5장은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위한 선언문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고민이 현실교회에 기반한 것이라 더 와닿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그동안 우리가 정작 인식하지 못한 교회의 부작용과 불편함들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 전체에 걸쳐 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더욱 본질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저자는 교회의 건강함과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현실 사회와 교회가 그 기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원래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그리고 교회는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고 그런 공동체를 위해 어떤 노력과 시도가 필요한지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선 좋았던 점은 저자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어서이다. 물론 어려운 단어는 아니었지만 피로교회, 필요교회, 멈춤, 거울되기 등 저자가 그동안 얼마나 현실교회와 사회에 대해 고민했는지 알 수 있었고 이를 현실의 언어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나 역시 좋아하는 나의 아저씨를 비롯해 여러 시, 대중가요, 인문학이나 문화 들을 자유롭게 예시로 들면서 기독교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연결해서 질문과 해답을 풀어가는 것이 좋았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관심분야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나의 아저씨를 참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자의 겸손함과 진솔함에 마음이 갔다. 뭔가 거창하고 힘이 들어가있는 글이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이 바라본 현실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비판적이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또한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좀 더 깊이 파고 들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건강한 공동체를 지향할 때 목회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목회자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힘들다. 뭔가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고 실질적인 인도와 컨텐츠를 제시해줘야 할 목회자는 어떻게 자신의 건강함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아쉽다. 그리고 진정 목회자는 수평적인(?) 일원으로 공동체에 함께 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또 기독교 영성에 대한 좀 더 다양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 한권으로 모든 걸 담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 기독교의 틀 안에서 머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느낀다. 그게 틀렸다는게 아니라 우리의 방식이 빈약하고 진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저자도 그런 부분을 충분히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의 고민이 확장되길 기대하고 후속작을 기다리는 이유다. 

좋은 책은 읽고 난 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더 고마운 책이고 꼭 멀지 않은 날에 저자와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두런두런 속깊은 얘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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