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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 한 신학자의 인문 고전 읽기 ㅣ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1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늘 곤고하지만 그래서 더 생각한다.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를 읽고
한 때 서평을 싫어했던 적이 있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서평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글쓰기의 대가들이 쓴 서평을 보며 늘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들의 글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서평쓰기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혹자의 말처럼 한줄평을 쓰더라도 서평을 써야 독서가 비로소 완성되는 거니까. 서평을 통해 책의 내용을 나의 언어로 표현할 때 진정 내 지식이 되는거니까.
책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는 일종의 서평집이다. 부제인 한 신학자의 인문고전 읽기에서 알 수 있듯이 목회자이자 신학자, 그리고 작가인 김기현 목사의 폭넓은 고전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서평을 주제별로 구성한 책이다. 책을 통해 다시금 그의 글의 원천이 넓고도 깊은 독서와 서평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은 다시금 나와 많은 이들의 지적 욕구와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하게 일으키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은 크게 15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있고 주제에 맞는 고전 혹은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에 대한 서평이 그 내용이다.
솔직히 저자가 소개하는 책은 섣불리 시작하기 어려운 책들이 많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칼 마르크스의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키에르케고르의 ‘공포와 전율’ 등은 벌써 제목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오는 그런 책들이다. 하지만 운동선수에게 코치가 필요하듯 이런 어려운 책들도 옆에서 지도해주는 코치가 있다면 훨씬 접근하기가 쉽다. 저자는 독서코치, 글쓰기 코치답게 어려운 책들을 일상의 예화와 저자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일례로 1장 생각한다는 것에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소개한다. 얘기만 무수히 들어봤지 제대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책이었지만 저자는 책의 배경과 주제를 아주 평범한 용어와 내용으로 잘 요약해주었다. 아이히만에 대한 아렌트의 생각은 이러하다. 아이히만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의 잘못의 원천은 생각의 무능력이었다. 한 인간의 사고의 부재와 언어의 빈약함이 얼마나 크나큰 죄악을 저지를 수 있는지 아이히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생각은 객관적이고 보편타탕한 생각이 아닌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더불어함께 살아가기 위함이다.
매장 마지막에 나오는 함께 읽을 책도 인상적이었다. 미처 본문에서 다루지 못했던 책의 뒷얘기와 추가로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을 소개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을 이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지평이 넓혀지리라는 기대가 되었다.
독서는 지성을 넓어지게 하고 글쓰기(서평)는 삶을 풍성하게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저자의 풍성하고도 따뜻한 책 한권과 나의 언어로 쓴 서평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