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얼마 전부터 꿈에 대한 분석을 받고 있다. 한번도 꿈에 대한 기억이나 기록을 한 적이 없는데 꿈에 대한 분석이라니 신기한 일이다. 분석가분의 말에 의하면 우리의 꿈은 무의식의 반응이며 그 무의식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해주는 지도라고 했다.

 

상관이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경험이 생각났다. 한번도 의식해 본적없는 균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어느새 균과 대화하고 균을 통해 삶의 지혜와 방향을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을 통해 진정으로 바람직한 삶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마치 꿈을 통해 삶을 바라보듯이.

 

전작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서도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과 시도를 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나마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이렇게 시도하는 건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히 얼마의 수익을 내고 돈을 번다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모두에게 이로운 생산자가 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뜻은 본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어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게 했다.

 

우선 흥미로웠던 부분을 몇가지 고르자면 균, 특히 누룩균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쪼갠 대나무를 접시로 삼아 찐 쌀을 담은 뒤 곰팡이가 내려앉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어떤 환경에서 채취하느냐에 따라 내려앉는 곰팡이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이 사실이 참 단순하면서도 신기했다. 그리고 누룩균을 채취할 때에도 양분인 쌀이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은 자연 재배 쌀이어야 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다시 말해 균은 정직하다.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좋은 누룩균이 배양된다. 결국 자연으로 들어가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의 마음이 균을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 이 단순한 사실에 머리를 맞은 듯 했다. 지금 나의 삶은 어떠한가. 나는 무엇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복잡한 도심 속에서 그저 눈에 보이는 자본을 따라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 속에서 행복을 찾겠다고 아등바등대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두 부부의 삶을 보며 조금은 덜 벌어도, 덜 생산해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속에서 자연의 이치에 따라 더불어 살아가려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저자가 말한 가변을 벗는 삶이었다. 저자는 제빵과 맥주 만드는 일을 배우며 자신이 얼마나 가면을 쓴 삶을 살았는지 깨달았다고 말한다. 평생 자신이라고 믿었던 모습이 사실은 환경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가짜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속에서 진짜 자신을 감추고 살았던 지난 날에 대한 후회. 하지만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그것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 순간에 대한 에피소드는 충분히 도전이 되고 감동적이었다.

 

이 책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진짜 나는 우리는 누구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철학서이자 인문학책이다. 귀한 깨달음을 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