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각보다 가벼운 헤비메탈 이야기 - 다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은 모르는 그 음악에 대해서
남동현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 누구나 공부가 중요했지만 나는 그다지 공부가 재미없었다. 대신 우연히 듣게 된 헤비메탈, 특히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메탈리카의 존재는 무기력하던 내 학창시절을 아주 흥미진진하고 에너지 넘치는 생활로 바꾸어놓았다. 공부한다고 하면서 매일 라디오와 씨디플레이어를 끼고 살았고 그들의 파워풀한 노래와 연주에 매료되어 나도 그들처럼 밴드를 결성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면서 점점 다양한 밴드들을 알게 되었고 정말 원없이 학창시절에 그들의 음악을 듣고 따라 불렀다. (잘 부르진 못했지만)
이처럼 나와 동시대를 보낸 많은 이들이 헤비메탈에 대한 추억과 향수가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뛸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절 우리를 흥분시켰던 메달에 대한 기록이자 회상이다. 그래서 더 반갑고 고마운 그런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알고 있었지만 세부적으로 몰랐던 내용들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좋았다. 헤비메탈(중금속)이라는 장르의 이름이 1960년대 후반 스테판울프라는 하드록 밴드의 가사에 나오는 단어였다는 사실, 그리고 70년대 음악 평론가 레스터 뱅스가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의 하드록 밴드들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었다는 일화는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초창기 하드록 밴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블랙 사바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등의 밴드를 필두로 어떻게 미국을 중심으로 헤비메탈이 발전하였고 소수 매니아층이 듣는 음악에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장르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들어본 이름도 있고 소수의 매니아들만 알만한 이름들도 종종 보인다. (물론 메탈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알만한 이름이지만)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좋아하는 밴드인 메탈리카와 메가데스의 탄생과 그 사이에 얽힌 일화는 어렴풋이 알고 있던 스토리였는데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왜 둘이 비슷하지만 다른 음악적 방향과 스타일을 구사하는지, 무엇보다 좋은 라이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하드코어 장르를 다루지 않아서(물론 정통 헤비메탈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좀 아쉬웠다. 레인지 어겐스트 머신으로 대표되는 하드코어 장르로 이어지는 전개였다면 더욱 흥미로울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