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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평점 :

진짜 선수는 따로 있었다
얼마 전 3·1절이었다. 1919년 3월 1일, 식민통치에 항거하여 나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나라의 독립 의사를 밝히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100여년이 지나 광화문에서 다시 태극기가 휘날렸고 때때로 성조기도 보였다. 거리에 나선 어르신들은 지금의 나라가 위기라고 말하고 높은 애국심을 보인다. 한편 그들을 바라보며 이해 못하는 세대는 애국심이 맞는지 타당한지 의문점을 갖는다. 과연 국가는 나에게 국가란 어떤 존재입니까? 절대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존재일까? ≪국가의 사기≫를 통해 국가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애국심이 굉장히 강한 나라이다. 나라의 위기가 있을 때는 너나 할 것없이 모두가 힘을 모았다.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는 4.19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을 포함하여 과거의 사건에서도 그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어릴 적 IMF 시기에서 금 모으기를 했던 기억과 아나바다 운동은 특별한 기억이다. 최근에 있었던 국정 농단 사건으로 광화문에 있었던 촛불 집회도 참여했다.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닌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거짓과 멀리 있고, 국가가 해야한다면 그 이유가 있고 정당히 수행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볼 때 국가가 있어 우리가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국가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 국민들이 일어난 경우를 볼 때, 꼭 국가가 100% 옳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국민의 책무는 나라가 요구하는 일에 무조건 부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나라가 되기 위해 좀 더 알고 잘못됐다면 비판을 가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p.23
정치권력이 문란해지면 문란해질수록, 경제적으로 과거는 더 많이 보게 되어 있다. 훌륭한 인재를 전국에서 많이 뽑아서 국정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명분이겠지만 결국은 과거를 더 많이 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이 지출하게 만드는 작용을 했다.
얼마 전 공무원을 작년 대비 채용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공공기관에서도 채용 인원을 늘리기로 하였다. 높은 실업률을 제고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채용을 늘리는 이유와 함께 다른 시험 대비 높은 공정성,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이유로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몰리고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과연 옳은 것일까? 사회적 비용도 많이 지불하게 되지만 과연 국가 시험이라는 제도의 다른 목적이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p.93
돈보다 더 중요한 신용, 바로 ‘크레딧’이다. 그걸 물려받지 못한 사람들은 ‘크레딧 푸어’로 삶을 살아가게 될 확률이 무척 높다. 다른 또래의 대학생들이 5등급에서 출발할 때, 9천만원을 통장에 가지고 있는 대학생은 훨씬 앞 등급에서 시작하게 된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빈부 격차의 수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개인 신용등급이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적용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따로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그나마 주택청약저축은 다 들길래 졸업 후 들었다. 얼마 돈이라도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늦는다는 사실을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부모님이 용돈 통장을 만들어주고, 일정하게 신용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향후 사회생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이미 관리를 받았을 경우 좋은 신용등급으로 시작하고 적당히 취직해서 꼬박꼬박 월급 받다 보면 머지않아 1등급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나이에 따라 일정 금액을 증여세 없이 전달하는 것은 플러스였다.
p.209
지금 우리 교육의 모습이 18~19세기의 유럽 귀족 교육과 비슷하다. 귀족의 자제들을 가르치는 귀족학교의 교사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중략) 평균적으로 학생들은 정규직 교사인 자기 담임선생님의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자기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지위를 동경하는 것이 그렇게 정상적인 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높은 교육열과 잘 만들어진 사교육을 배워가기 위해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해 나가는 나라도 있지만 공교육이 많이 무너진 사실을 아는 사람, 빈부 격차에 따라 벌어진 사교육 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교육의 암면도 있다는 사실 또한 알 것이다. 책에서는 ‘교육 행정의 최우선 순위를 공교육의 정상화 정도가 아니라 최상급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는 없는걸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답이 있고, 장래희망 또한 비슷비슷하게 가려는 지금의 현실에서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p.241
지나간 일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는 지나간 일에 대해서 사과하기보다는, 새로운 잘못으로 예전의 잘못을 덮으려 한다. 개인이 이런 일을 하면 무모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을 정권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저지르게 된다. 힘이란 것이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정치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정 농단을 시작으로 BBK 사건, 채용 비리,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국가 안에서 이뤄졌다. 그만큼 실망이 클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표면상 뉴스로도 실망할 수 밖에 없는데 책에서는 신용등급부터 시작하여 버스 준공영제, 아파트 분양제, 투표 등 크게 관심 갖지 않았던 사안의 내부를 얘기하고 있어 정말 나라는 무엇인지 책을 덮었을 때 씁쓸한 뒷맛을 남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라의 잘못된 일을 방관 하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기능이 수행할 수 있도록 기대해야 한다. 국가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견제 역시 필수적인 기능이 되어야 한다.
이 책에 적힌 내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수도, 반대의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네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니?” 하지만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 지 생각해보고 이 책처럼 다른 생각이어도 그 정책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