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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06/pimg_7959141112042053.jpg)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시 산다는 것이다!
천년의 제국이었던 로마는 사라졌지만 그 강력한 역사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라틴어’이다. 역사와 함께 철학, 예술, 삶까지 모두 녹아져 있는 라틴어를 배운다는 건 언어를 알아가는 것, 로마를 알아가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 언어 속에는 한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한다. 언어를 배우는 건 언어 이상의 것, 문화를 배우는 것으로 특히 전 세계의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의 ‘라틴어’는 더욱 의미가 크다. 서양의 정신세계, 학문, 종교, 법 등 서양 문명의 근간을 배우는 것인만큼 ≪라틴어 문장수업≫은 재미만큼이나 깊이도 깊을 수 있을 듯 하다.
p.5
언어 속에는 한 민족이 수천 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 까닭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민족의 역사, 문화, 신화, 생활 방식, 세계관 등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라틴어는 천 년 동안 번성한 로마 제국의 언어였다. 왕정에서 시작하여 공화정의 장년기를 보내고, 제정을 통해 전 유럽과 중동 그리고 이집트를 손아귀에 넣었던 로마의 모든 역사가 라틴어 속에 들어 있다. 라틴어 속에는 갈리아(프랑스), 히스파니아(스페인), 브리타니아(영국) 속주에 살던 속주민들의 생활상과 그들의 역사도 기록되어 있다.
라틴어는 배우기 어렵다고 한다. 영어의 많은 어원들이 라틴어에서 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것이 라틴어라고 한다. 어려운 언어만큼이나 라틴어는 천 년의 세월을 간직했던 언어이기도 하다. 유럽을 떠나 중동지역까지 손길이 미쳤고 단순히 로마 제국을 넘어서 그들이 미쳤던 영향들을 반영하고 있다.
p.43~44
그렇다면 운만 있으면 인간의 운명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사상가인 마키아벨리는 인간이 성공하려면 포르투나 말고도 비르투(Virtu)도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비르투는 도덕적 ‘덕성’이 아니라 포르투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나, 자신의 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포르투나가 인간의 운명을 절반 정도만 지배하며, 나머지는 비르투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운만 좋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노력과 자기 극복을 통하여 인간은 성공한다는 것이다.
책은 하나의 문장에서 이뤄진 문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에 담겨 있는 문화를 바라보고자 한다. 사회·철학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덕과 운, 노력, 성공 등 지금 세대에도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면밀히 바라보면서 로마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기록해왔는지 문장 안에서 읽어보고자 한다. 딱딱한 철학책에서 접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닌 문장 속에서 진주 알을 캐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p.240
본래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 주위에 상존하고 있다. 아주 사소한 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세상에 올 때는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오지만,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아무도 자신의 죽음을 기억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몽테뉴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신이 원할 때 언제라도 미련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고 《수상록》에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몽테뉴의 말은 공감을 덜 줄지 모른다. 그런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회한을 가진 채 이 세상을 작별하는 것은 아닐까.
삶을 살아가는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얻고자 했던 모습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읽고 쓰고자 하는 언어가 가장 기본 된 기능에서 벗어나 그 글이 담아낸 의미와 철학을 짚어가면서 그 단어가 왜 생겨났는지, 어떤 구조로 되었는지, 그 시대 사람들이 던진 질문을 담아낸 언어에는 어떤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 찾아나가는 건 무척 유쾌했다. 많은 언어의 기반이 된 ‘라틴어’인 만큼 한 문장 한 문장 가장 기본된 것에서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라틴어 문장수업≫을 읽어봐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