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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1 ㅣ 아서 왕 연대기 1
버나드 콘웰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옛 성현의 말도 있지 않은가. 카이르 카드른을 장악한 자가 둠노니아를 지배하며, 둠노니아를 지배하는 자가 브리튼을 통치한다. p.140~141]
아서왕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나 지식이 없던 나 같은 사람도, 평소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번 접한 이들도 모두 즐겁게 읽어 내려갈 새로운 아서왕의 이야기가 나타났다. 남자들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 이지만, 연애소설을 즐겨읽는 나 또한 흠뻑 빠져들었다. '아서왕 연대기'의 1권이라 그런지 아직 아서의 위대한 통치력과 카리스마는 맛보기만 보여준 듯하다. 아, 물론 전쟁신에선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랑에 눈이 멀어 배신을 하게되는 아서를 지켜보면서는 그의 어리석음에 탄식을 쏟아내기도 하였다.
이야기의 화자는 아서의 전사 데르벨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버린 그는 옛 영광을 회상하며 아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데르벨이 소년시절부터 성인이되어 아서의 친구이자 동료이자 그를 모시는 존재가 되기 까지의 과정도 숨가쁘게 이어지며 이야기의 기초를 탄탄히 풀어나간다. 드디어 아서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내 가슴이 벅차오를 지경이었다. '드디어 그가 등장하는구나!'
["데르벨, 군인의 의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그가 물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내게 관심이 많다고 느끼게 만드는 특유의 어투였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겁니다, 장군님." 그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싸우는 거다. 브르타뉴에서 배웠지. 이 참혹한 세계는 약하고 무기력하고 굶주리고 슬프고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약자를 외면하는 건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일 게야. 특히 네가 군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전사가 어떤 남자의 딸을 빼앗고 싶으면 그냥 빼앗고, 땅을 원하면 죽이면 되니까. 결국 넌 전사가 아니더냐. (........) 하지만 데르벨, 우리가 군인이 된 건 바로 그 약자들이 우리를 군인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란다. 그가 곡식을 키워 우리를 먹이고, 가죽을 무두질해 보호해주고, 물푸레나무를 깎아서 창대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 우린 그 사람들한테 봉사할 의무가 있어." p.224]
둠노니아에 새로운 아기왕이 태어나지만 그의 아비는 전쟁터에서 죽고, 할아버지마저 어린 핏덩이에게 왕권을 물려준 후 죽고마니 왕을 지켜줄 수호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아서는 아기왕을 지키기위해 평화를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브리튼을 위협하는 색슨족을 물리치기도 바쁜 와중에 같은 브리튼인들끼리의 전쟁 또한 막아내야 하는 아서. 아기왕을 몰아내고 왕권을 차지하려는 자들 속에서 아서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시국이 불안정한 와중 어니스 트레베스를 침략하려는 적들로부터 지켜달라는 도움의 손길이 요청되고 아서는 그곳에 데르벨과 함께 소정의 군대를 지원하게되는데....
[성은 마치 구름 안으로 항해하는 하늘 배처럼 보였다. 아니, 지상에 내려서는 별이 저럴까? 분명 그곳은 꿈의 낙원이었다. 공정한 왕과 아름다운 왕비가 통치하고, 시인이 노래 부르며 노인들이 천사의 날개 길이를 재는 곳. 어니스 트레베스.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다. 정말로.
우리가 구하지 못하면 철저히 파괴될 수밖에 없는 곳. p. 351]
첫눈에 반한 여인 때문에 약혼을 저버리고, 그로인해 전쟁을 불사하게된 아서는 다시 평화를 도모할 수 있을까. 동맹국마저 그의 손길을 거부하고나선 마당에 몇배나 달하는 적의 군대를 무찌를 수 있을까. 앞으로 그의 앞에 어떤 수 많은 암투와 위험이 도사릴지 벌써부터 염려스러운 마음과 함께 기대감이 생겨난다. 또한 그가 자신의 운명과 브리튼의 미래를 어떻게 짊어지고 나갈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부디 그의 신이 그를 선택했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