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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을 좋아하나요?
안치 민 지음, 정윤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펄 벅을 처음 만난건 스무살 중반에 막 들어설 때였다. <연인 서태후>라는 책을 통해서, 간략한 줄거리를 살펴본 후 작가는 그닥 신경도 쓰지않고 구입했던 책 이었다. 제법 두꺼운 책을 외출할때마저 챙겨들고 다니며 무거운줄도 모르고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너무 오래전 읽은 책이 되어나서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몰입도와 술술 읽히는 글솜씨에 감탄했던,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을 강하게 느꼈던 기억만은 생생하다. 그 후 펄 벅 이라는 작가의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제야 비로소 그녀의 삶에 한발짝 더 가가갈 수 있는 반가운 책을 만났다.
너무도 동양적인 면모를 많이 갖고 있었던 그녀 였기에 외모는 흰피부에 파란눈을 가졌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나 글에서는 동양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펄벅을 좋아하나요?>라는 책 제목은 내게 참 친근감 있으면서도 재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글은 좋아하면서도 막상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어본적은 없기에 이 책은 내게 새로운 호기심과 만족감을 충분히 안겨주었다. 그녀가 얼마나 중국을 사랑했고 문학을 사랑했으며 자신을 중국인의 한 사람으로 여기며 살아왔는지 잘 보여지고 있어 읽는내내 내 가슴도 뭉클하게 만들기 여러번이었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오게된 펄 벅. 그곳에서 윌로우라는 소녀와의 진한 우정을 만나게된다. 교회와 하나님의 말씀전하기에만 급급했던 아버지는 가족에게까지 등한시 했다. 그런 남편곁에서 외로움과 타지생활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겪는 엄마를 지켜보며 어린 펄 벅은 중국을 고향이라 생각하며 자라난다. 거의 거지나 다름없는 가난하고 배고픈 생활을 이어오던 어린 윌로우는 펄 벅을 만나면서 비로소 웃음을 찾게되고 그녀와의 우정으로인해 힘찬 앞날을 헤쳐나갈 힘을 얻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들의 우정에 몇번의 헤어짐이 찾아오기도 하고, 그 때마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다시 뜨거운 재회를 하게되면서 더욱 돈독하고 단단한 우정의 탑을 쌓아간다. 성인이된 그녀들은 결혼을 하고 아픔을 겪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한 쉬즈모 라는 인물이 나온순간 그녀들의 우정에 틈이 생기는듯하여 읽는 내 가슴이 조마조마할 지경이었다. 그를 향한 윌로우의 사랑과 펄 벅을 향한 쉬즈모의 애정을 지켜보는 윌로우를 보며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이 책은 두 여인의 삶을 통해 우정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위대함과 펄 벅이 깊게 사랑한 중국이란 나라에대한 애정, 그리고 중국이 처한 그 시대적 상황들까지 생생히 담겨있어 한권의 책을 통해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풍족함을 안겨준다. 펄 벅이 얼마나 중국을 사랑하고 그에대한 그리움이 깊었는지, 그리고 그녀의 문학적 관심과 깊이, 삶에대한 열정까지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윌로우의 삶을 지켜보며 그녀의 고단하고 험난한 인생살이를 통해 다시금 앞을 헤쳐나가고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와도 또다시 일어설 수 있는 끈기와 열정 그리고 인내를 배우게 되었다. 내가 그녀였다면 몇번이나 포기하고싶었을만큼 힘든 삶을 묵묵히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견뎌내온 윌로우에게 위대함과 존경을 함께 맛보았다.
["대통령 각하, 왜 펄과 함께 오지 않으셨나요? 왜 혼자만 오셨죠?" 사람들이 물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펄이 정말로 고향에 오고 싶어 했다는 겁니다. 절 믿으세요. 펄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했죠!" p.389] 마오쩌둥부인의 이기심으로 인해 중국행을 거부당한 펄 벅의 안타까움이, 그녀가 밟고싶었던 중국땅을, 그녀를 기다려온 수많은 사람들이 내 눈앞에 아른거렸다.
["미국인 친구들은 가끔씩 중국 예술가들의 강렬한 상상력을 칭송합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중국의 예술가들은 직접 눈으로 본 것만 표현한답니다. 저는 그런 절경을 직접 눈으로 즐기면서 40년을 중국에서 자라왔어요. 그것이 제가 아는 중국이고, 제 마음속에 중국이라는 조국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겁니다." p.366] 자신이 태어난 고향 미국에 건너가서도 마음속의 조국 중국을 품고살았을 펄 벅. 그녀의 위대한 작품들 뒤엔 그녀가 사랑하고 지키고싶었던 중국에서의 추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힘이되어주었으리라.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나니 저자 안치 민이 얼마나 펄 벅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랑이 밑바탕이되어 펄 벅을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을 만날 수 있게된 나는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