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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원경 지음 / 도반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몸은 물론 마음까지 꽁꽁 얼어버린 계절, 따스한 봄바람처럼 맑고 고운 시집 한권을 만났다. 한편 한편 소리내어 읽어내려가는 동안 그윽한 차를 마시는 것처럼 깊고도 잔잔한 여운이 내내 나를 감싸안았다. <그대, 꽃 처럼>이라는 시집 제목 그대로 책 속 시들을 읽고있노라면 나 또한 어여쁜 꽃한송이가 되어 살고싶다는 바람이 깃들기도 한다. 오롯이 피어나 자신의 몫을 다하고 가는 꽃 처럼 나도 한세상 살아보자 태어났으니 내 몫을 다 하고 후회없는 삶을 살고싶다는 소망 에서이다.
[피어나는 때를 아는 꽃처럼/ 지는 때를 아는 꽃처럼/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채/ 영겁을 노래하는 꽃 처럼 살으리./ 나도 저처럼/ 내 혼 만큼만 피어나서/ 땅이 되고 하늘이 되리. -그대, 꽃 처럼 중에서-] 이 시를 읽고있으려니 작년 봄 엄마와함께한 봄나들이가 생각났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날리던 어느 4월에 그 시리도록 맑고 아름다웠던 날이 말이다. 엄마와 함께여서 더없이 행복했고 이름모를 어여쁜 꽃들이 반겨주어 행복함에 충만했던 그 날들. 그 때 보았던 벚나무처럼 늠름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던 벚꽃을 본적이 없다. 꽃은 그리고 나무는 언제 보아도 그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마음속 깊은 충족감을 안겨주나보다. 그저 바라만보고 있어도 행복함에 미소가 지어지는 꽃처럼 나도 그런 미소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고싶다.
[그대가 오신다니/ 솔바람이 술렁됩니다./ (.....) 이 정갈한 자리에/ 꽃같이 오셔서/ 온전한 향기를 담으실 수 있도록/ 나의 마음은 미리부터/ 당신이 앉으실 자리를 펴옵니다./ 나의 마음자리로/ 당신이 앉으실 자리를 펴옵니다. -손 맞이 중에서-] 이 시를 읽으며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귀하디 귀한 손님을 맞는 그 마음이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와 두근두근 누가 오실까 밖을 내다보고싶은 충동이 일렁였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이도 이와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보면 욕심일까. 귀한 손을 위해 맑은 차한잔을 준비하시는 스님의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언제 였던가, 내가 시집을 가까이 하고싶었던게. 항상 마음만 굴뚝같지 어떤 시들이 내맘을 울리는지 몰라 그저 멀뚱히 바라만 보던 때가 있었다. 시도 나이가 들수록 그 맛을 좀 더 깊게 느낄 수 있는걸까. 요즘 조금이나마 시가 주는 감동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원경 스님의 시들은 그 향기로움에 마음속 깊숙히 맑아지는 느낌이다. 내 맘이 어지러울 때, 맑은 공기가 그리울 때, 애타게 봄을 그리워 할 때 이 시들을 꺼내보련다. 맑은 차 한잔을 기울이듯 고요하고 그윽하게 음미하며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