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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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가져온 책은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입니다. 저자 마크 맨슨은 날카로운 통찰력과 직설적인 문체로 미국 내에서 엄청난 미디어 파워를 가진, 굉장히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제목 때문일까요, 이 책의 첫 인상은 저에게 약간은 무심하고 차갑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신경 좀 써 줘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는데, 이 책은 아예 제목에서부터 신경을 쓰는 대신, 꺼버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입니다. ‘대체 어떤 것을 신경 쓰지 말아야할까?’ 라는 단순한 하나의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읽어가는 과정에서 이 책은 그간 노력과 무한 긍정만을 강요하던 기존의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통찰을 자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냉소적이고 직설적인 문체 뒤에는 저자 특유의 통쾌한 유머까지 존재하고 있었는데요, 이는 가히 기존 자기 계발서의 패러다임을 바꾼 화제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에선,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는 일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요, [신경 끄기의 기술]은 책 전반을 통해, 우리가 보다 쉽고, 올바른 방법으로 삶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오늘날 우리는 전염성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병에 걸리면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조금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믿고 마는 것이죠. 어떤 부족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들이 우리를 쉽게 정신병에 전염시키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럴 때, 우리의 삶에 필요한 능력이 다름 아닌,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위대함으로 향하는 안내서가 아닌, 고통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안내서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역설적이게도, ‘위대함은 우리가 매일같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태도인 반면에, ‘고통으로 가는 길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포기하고 내려놓을 줄 아는 태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저 역시도 매사에 모든 것을 이뤄내고, 늘 완벽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깨달았는데요, 이제는 신경을 덜 쓰는 기술을 익힐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비록 가지 않아본 길이라 조금은 고통스럽겠지만요.

 

신경을 쓰지 않는다=신경을 끈다는 것은 그저 무심한 태도를 보이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무엇에 신경을 쓸 것인가?’하는 질문입니다. 이는 앞서 말했던,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는 기준을 세우는 일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않음이 아니라 목표에 따르는 역경에 신경 쓰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적절한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읽고 단박에 며칠 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술을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밤이었습니다. 옆자리에는 저희와 같은 여자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는데요, 술에 취해 지나가던 어떤 일행이 그 분들 중 한 분의 가방을 떨어뜨리셨더라고요. 주변이 시끄러웠고, 사람이 워낙 많은 주말이었기에 저는 그 광경을 보고 그냥 무심히 눈길을 거두었습니다. 취객의 실수가 비일비재한 술집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 정도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일이 저에게 일어났다면 저는 괜찮아요.”라고 말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은 내 소중한 가방을 생판 모르는 사람이 더러운 바닥에 떨어뜨리면 기분이 나쁘겠지만요. 그러나 그 분은 아주 똑바르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지금 그쪽이 제 가방을 떨어뜨리셨잖아요. 제대로 사과하세요.”라고요. 그래서 순간 그 모습을 보고 저는 멍해졌습니다. 저는 늘 상대의 기분을 먼저 신경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분이 나쁜 상황에서도 내가 이렇게 대답하면 상대가 나를 속 좁은 사람으로 생각하겠지? 별거 아닌 일에 예민하게 구는 사람으로 취급하겠지?’라고 합리화하며, 가장 중요하게 신경써야 할 제 자신의 기분보다도 덜 중요한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신경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신경을 쓴다는 것에 있어 마땅한 기준과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했던 저에게 다음에 나온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항상 신경 쓸 무언가를 선택한다. 신경 끄기는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사실, 인간은 본성상 과도하게 신경을 쓰게 돼 있다." 제가 신경 끄기에 익숙하지 못했던 건 인간이기에 당연한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기꺼이 신경 쓸 대상을 좀 더 꼼꼼히 고를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이 되어야 할 텐데요.

 

책 전반에서 다루고 있는 실패도, 거절도, 고통도, 혹은 성취와 성공도 그저 우리 삶의 일부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불안감에 빠져 괴로워할 필요도, 혹은 무언가를 성취했다고 내 인생은 유난히 특별하다고 우쭐 댈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오롯이 내가 신경 써야 할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의 모습일 테니까요. 우리가 신경 써야할 것은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아닌, 나의 중심에, 그리고 나의 곁에 있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아닐까요.

 

책을 읽다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보다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면, 세상은 엉망진창이고, 앞으로도 그럴테고,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입니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무한 긍정은 더이상 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아보입니다. 애쓰지 않고,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이것이 바로 세상을 구할 신경 끄기의 기술입니다.

문제는 계속된다, 바뀌거나 나아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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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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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가져온 책은 베스트셀러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인 야마구치 마유의 신작, [오늘도 삽질 중]입니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난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네요. 제 주변에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한창 과제와 시험으로 바쁘고, 회사를 다니는 지인들은 다시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 지친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잠시 학업에서 벗어나 지금은 일도 하고 종종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사회에선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학교에선 이미 고학번이 되어버린 터라 다음 학기의 복학이, 그리고 미래의 취업준비가 두렵기도 한데요,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본 이 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사실 책 편식이 심한 저에게 가장 취약한 분야가 자기계발서 아닐까 싶은데요, 이 책은 지금 저의 시기와도 잘 맞아 떨어져서인지 생각보다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신입 시절을 거쳐 현재는 인정받는 베테랑이 된 그녀가 자신만의 직장 생활 지혜와 노하우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공감도가 높아졌습니다. 뛰어난 스펙을 지닌 그녀도 첫 직장 생활에서는 상사에게 깨지고 혼나며, 그렇게 현실과 부딪히는 시련을 겪었다는 면에서는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삽질 중]에 담긴 저자만의 요령을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서툰 사회 초년생이라도 모두에게 인정받으며 업무 처리에 좀 더 노련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희망도 가져보았습니다!

 

"남들의 유동적인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잣대로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 과대평가한 나머지 모든 걸 다른 누군가에게 탓을 돌려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깎아내리며 주저앉아서도 안 된다."

 

특히 이 문장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굉장히 야박하거든요. 학교에서 팀플을 할 때도, 대외활동을 할 때도, 그리고 알바를 할 때도, 고쳐지지 않는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스스로를 힘들게 한 적이 많아요. 이러한 성향 때문에 무엇보다 일 처리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컸고요. 계획한 것 내에서 무엇인가가 흐트러지는 게 싫고, 남들이 하는 것이 성에 안차서 피해를 입고 손해를 보더라도 제가 모든 것을 떠안으려 할 때가 자주 있었어요. (일명 하드캐리라고 하죠..) 생각해보면 당연히 일 처리를 진행하는 와중에 변경사항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사람마다 생각의 기준이 다른 것이 당연한데도 저는 늘 뭐 하나 흐트러지면 '아 이건 내 탓이야. 조금 더 신경 썼어야하는데.' 하며 지나치게 제 자신을 깎아내리곤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늘 주저앉아버렸죠.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성격상의 이유로 늘 힘들어하던 부분을 이렇게 책에서 텍스트로 만나니 새삼 더 와 닿았어요.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선 조금 더 냉철하고 현명하게 제 자신을 채찍질하고 때로는 당근도 줄 수 있어야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모든 걱정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생각보다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친한 언니가 조언해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중간 중간 저자가 다양한 인문학 도서를 예로 들어 문장을 인용하는 점 또한 좋았습니다. 책의 구성과 디자인 또한 깔끔해서 가독성 역시 뛰어났어요. 자기계발서 분야에 취약하던 저였지만, 이 책만큼은 미래에 직장 생활을 하고 시련에 부딪힐 때면 다시금 꺼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이 지루한 삶을 살아가고, 또 기꺼이 살아내야 하니까요.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주어진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좀 더 실용적이고 효과적으로 채우기 위해선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 [오늘도 삽질 중]을 통해 들어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열일 했고, 내일도 열일 할 모든 미생들을 응원합니다.

"남들의 유동적인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잣대로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 과대평가한 나머지 모든 걸 다른 누군가에게 탓을 돌려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깎아내리며 주저앉아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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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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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가져온 책은 바로 [몬스터 콜스]입니다. 이 책이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몬스터 콜]의 원작 소설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도서 [몬스터 콜스]는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카네기상과 그 해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션에게 주는 케이트글너웨이상을 동시에 수상한 도서로, 평론가들과 편집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은 도서인데요! 저는 운이 좋게도 시사회에 갈 기회가 생겨 9월의 첫 날, [몬스터 콜스]를 영화로 먼저 접했습니다. 소설을 읽기 이전이었지만, 영화 포스터에 소개된 올 가을, 당신을 위로할 단 하나의 판타지라는 문구와, 연기파 배우 리암 니슨이 등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큰 기대를 안고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와 소설을 모두 접한 지금,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두 장르 모두 저에겐 최고였어요. 보통 한 가지 장르에서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영화와 소설 모두가 각자의 매력을 잘 살려 관객과 독자들에게 충분한 스토리와 감동을 전달한 것 같습니다.

 

[몬스터 콜스]를 읽게 되신다면, 병에 걸린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지만, 동시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를 바랐던 어린 소년 코너의 모순된 마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천천히 풀어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영화 속에서는 이번 작품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루이스 맥더겔이 주인공 코너역을 맡았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루이스 맥더겔의 깊고 슬픈 눈동자와 호소력 짙은 연기가 합을 이루어 큰 감동을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는 내내 눈물을 찔끔 거리고, 울음을 삼켰답니다..) 그리고 이런 코너에게 밤마다 찾아오는 거대한 고목 (후에 몬스터로 변하는 캐릭터죠!) 역할을 바로 리암 니슨이 맡았는데요, 두 인물의 만남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가 영화와 소설의 주축을 이룹니다.

 

그렇다면 코너는 어떤 아이일까요? 코너라는 인물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코너에게는 말 못할 상처와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코너의 엄마는 오래 전부터 병을 앓고 있어 여느 평범한 엄마들처럼 모든 신경을 코너에게만 집중할 수가 없어요. 때문에 코너는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엄마가 아프진 않았는지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고, 스스로 식사를 챙기고, 밀린 집안일을 한 뒤, 학교에 갑니다. 열 세 살짜리 아이가 스스로 하기에는 어려운 행동들이죠.

 

하지만 코너에게는 학교도 그다지 즐거운 공간이 되지 못해요. 친구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어린 아이들이 그러하듯, 코너의 친구들은 단지 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코너를 모두가 불쌍하게 생각하는 아이, 자기가 다른 존재나 되는 것처럼, 자기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고고한 척 다니는 아이.”로 만들어버립니다. 으레 그 나이 또래에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야하고, 그들과 어디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이 놀림감이 되기도 하니까요. 코너에게는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이, 보통의 아이들이 생각하는 평범함의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놀림감이 되고 괴롭힘의 이유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 책 속에서 그려지는 친구들의 싸늘한 말과 행동이, 그리고 그것을 꾹 참아내고 있는 코너의 깊은 두 눈이 차갑게만 느껴졌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영화 속으로, 책 속으로 들어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코너를 꽉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코너에게 어느 순간부터 자정을 넘긴 1207분이 되면 몬스터가 찾아옵니다. 코너는 그것을 악몽으로 생각해요. 언제나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장면으로 끝나는 꿈이기 때문이죠. ‘어둠과 바람과 비명이 있는 꿈. 아무리 세게 붙들려고 애써도 자기 손에서 손이 빠져나가는 꿈,’ 그 꿈을 꿀 때면 코너는 누군가 자기를 부르고 있음을 느끼는데요, 바로 뒷마당에 있는 거대한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몬스터입니다. 몬스터는 다짜고짜 코너를 찾아와 자신이 앞으로 세 가지 이야기를 해줄 것이고, 그 이야길 끝내고 나면, 코너에게 네가 네 번째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죠.

 

몬스터가 코너에게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는 모두 우리 세상에 얽혀있는 모순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는 세상엔 항상 좋은 사람도, 항상 나쁜 사람도, 그리고 절대적인 믿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이야기를 통해 전해주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모두 끝난 뒤, 코너는 매일 밤 꾸던 악몽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네 번째 이야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어둠과 바람과 비명이 있는 꿈, 세상의 가장자리가 무너져 내리고, 코너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있지만 아무리 세게 붙들려고 애써도 손아귀에서 엄마의 손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고, 그렇게 결국 엄마가 떨어지는 그 장면에서 코너에게 진실이 다가옵니다. 그 장면이 아니면 절대 말할 수 없는 진실이요.

 

사실 코너는 엄마가 자신의 손을 놓치고 심연 속으로 떨어지길, 어둠 속으로 사라지길 바랐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죠. 그것이 코너의 깊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진실이었습니다. 코너에겐 엄마가 떠나지 않으면 좋겠는 마음과,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려 엄마의 고통도, 그로 인해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아픔도 사라지면 좋겠는 마음이 모두 존재하고 있던 것입니다. 진실을 말한 뒤, 엉엉 울고 있는 코너에게 몬스터는 차갑고도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이다.”

 

몬스터가 말한 것처럼, 우리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모순을 일으키며 충돌하고 있고, 이는 우리가 살아있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과 불행처럼 양극에서 서로를 마주볼 수 없을 것 같은 단어들도 실제로는 우리 삶속에서 얼굴을 맞대며 매일 충돌을 일으키고 있을텐데요.  들여다보고,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은 셀 수 없이 많은 모순들로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닐까요? 이러한 삶의 모순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어린 소년 코너가 그러하였듯이, 우리 역시도 진실을 말해야할 것입니다. 때로는 속임수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실 뒤에 감춰지기도 할 완전한 진실을 찾아 수면 위로 드러낸다면, 삶이 가지고 있는 모순적 속성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코너는 자신에게 다가온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마침내 엄마와 이별하는 방법을 배웠고, 죽음과 상실 뒤에도 존재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몬스터의 이야기를 통해 외로움과 고통 위를 걷던 코너는 비로소 세상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간 것이죠. 삶은 하나의 이야기고, 이야기는 늘 우리 삶속에 존재하는데요, 코너의 이야기가 짙은 여운으로 남은 오늘 밤은 왠지 몬스터가 찾아와 제 이름을 불러줄 것만 같습니다. 저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두려운 게 당연하지. 힘들 거야. 아니, 그 이상이겠지. 하지만 넌 이겨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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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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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이라는 단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단어인데요. 이는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 단어로서, 2017 미국 <VOGUE> 매거진이 선정한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라고 합니다! ‘휘게라는 말은 저도 몇 번 들어보았는데요, ‘라곰휘게의 뒤를 이어, 2017년 새롭게 떠오르는 북유럽 출신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접근 방식을 제공했는데요, ‘라곰역시 이와 함께 삶의 균형 :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스웨덴 식 행복의 비밀 : 라곰]의 저자는 롤라 오케르스트룀으로서, 사진가이자 다수의 언론 기관에서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여행 작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뒤 아프리카와 북미, 유럽에서 생활을 이어가다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문화의 복잡성과 미묘함에 깊이 매료되었고, 지금은 가족과 함께 스톡홀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라곰이나 휘게처럼 다른 문화에서 쓰이는 말을 가져와 우리 삶에 적용하는 일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이전부터 하나의 삶의 좌우명처럼 우리들의 입에 오르고 내리곤 했던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라틴어로 오늘을 즐기라는 뜻,)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이러한 말들은 대부분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었지, 우리 삶에 깊이 자리 잡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문화에서 쓰이는 말을 소개함에 있어, 실제로 다른 문화에서 온, 이방인일 수 있는 저자가 자신이 스웨덴에서 직접 보고 느낀 라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는 점이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만약 스웨덴 저자가 라곰은 말입니다.’ 라고 운을 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면 라곰이라는 문화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기는 살짝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제3자의 시선으로 타 문화를 쉽게 소개해주었다는 점에서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타 문화의 특정 단어를 빌려 일상의 영감으로 삼는 것은 삶의 중심을 잡고, 곁길로 벗어난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앞으로 제 삶에 어떻게 라곰을 적용시킬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저의 지난 생활을 돌아보았던 것 같아요.)

 

라곰을 깊이 들여다보기에 앞서서, 먼저 라곰의 사용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가정과 일터, 인간관계라는 전반적인 일상 속에 녹아든 라곰의 상황적 의미를 살펴보기 전에 라곰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아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라곰은 주로 형용사나 부사의 형태로 쓰이며, 명사형인 라고메트(Lagomet) : 균형 또는 평형을 뜻함.’는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형용사나 부사로 쓰일 때의 라곰은 앞서 말했다시피 최적의혹은 알맞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이 때 유의해야할 점은 라곰을 단순히 중간혹은 평균이라는 의미로 등치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라곰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과하지 않게, 너무 적게도 말고, 적당히, ‘균형을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라곰은 일상생활 전반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휘게처럼 특정한 순간에 느끼는 안락함과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곰은 스웨덴의 정서로서 스웨덴 사람의 사고방식을 떠받치고 있는 하나의 중요한 가치관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자주 등장하고, 자주 떠올렸던 단어는 다름 아닌 균형이었습니다. 라곰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인 만큼 이를 위해선 삶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일관성은 한 번에 많은 것을 해내려는 삶이 아닌, 규칙적인 생활에서 비롯됩니다. 작은 습관을 이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죠! 그렇게 습관이 된 것들을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작은 성공이라고 여기고 기쁘게 축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곰이 일상 전반에 깃든 스웨덴 사람들은 거절을 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데요, 이 또한 균형을 이루는 삶을 위한 하나의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주어진 것 이외의 것을 요구하면 매우 직설적으로 반응하며, 듣는 순간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줍니다. 애초에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단번에 거절하는 일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스웨덴어 자체가 매우 직설적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단어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핵심에 바로 다가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핵심, 즉 본질에 다가감으로써 라곰을 실현할 수 있는데요, 달리 말해보자면, 불필요한 것들에 힘을 빼서 본질을 흐리지 않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단순한 것으로 교체하면 원치 않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본질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웨덴의 가정용품업체인 ‘IKEA’나 패션 브랜드인 ‘COS’ 혹은 ‘Acne Studios'만 봐도 많은 스웨덴 브랜드들이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용적이고 단순하지만 브랜드 고유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스웨덴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방식에서도, 일을 처리해나가는 과정 속에서도, 그리고 패션과 보편적인 미적 기준에서도 라곰이 스며들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IKEA2014, ‘Live Lagom'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오랜 시간 지속된 스웨덴의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을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먼저 200명의 이케아 직원에게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을 나눠줌으로써 직원들의 가정에 더욱 지속 가능한 삶의 습관을 소개하고, 나아가 더 많은 이들의 생활 속에서 라곰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가정 안에서의 작은 변화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해나가고, 삶에 있어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 이렇게 더 많은 이들을 균형 잡힌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Lagomer(라고머)‘ 로 변화시키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홉 번째로 실린 <자연을 누린다는 것> 부분이었습니다. 앞서서는 라곰을 통해 스웨덴 사람들의 절제된 모습과 본질을 중요시여기는 태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면, 이 부분에서는 자연을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할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연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자라오는데요, 모든 사람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알레멘스라텐이라는 단어 또한 존재합니다. 이름이 살짝 어렵지만, 모든 사람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칭하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특별한 출입통제 표시가 없으면 누구든지 숲에서 야영을 즐길 수 있고, 밖으로 나가 자연과 함께 뛰어놀 수 있습니다. 알레멘스라텐은 그들을 둘러싼 숲을 얼마든지 탐험하라고 허락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스웨덴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연을 누림과 동시에 다른 누구라도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적극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입니다.

 

라곰을 떠받치고 있는 토대는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작용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되,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일 없이 공평하게 주고받는 것. [스웨덴 식 행복의 비밀 : 라곰]이라는 책을 통해 그간 들어본 적도 없던 라곰이라는 이 귀엽고 짧은 단어가 스웨덴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자연과 하나 되어 삶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균형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또한 제시해준 것 같습니다. 터무니없이 마냥 행복해라, 살고 싶은 삶을 누려라가 아닌, 스웨덴 사람들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는 라곰이라는 가치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문화도 환경도 다른 우리나라에 스웨덴식 라곰을 그대로 현지화 시키자는 것은 당연히 터무니없는 소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책이 던지고 있는 질문처럼, ‘오랫동안 행복한 적 없다면 이제 변화를 추구해야할 때가 아닐까요? 나의 삶이 곁길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면, 삶의 중심을 바로 잡아 행복의 차원을 다시 고민해 볼 시기인 것 같다면, ‘라곰은 분명 충만한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행복한 적 없다면 이제 변화를 추구해야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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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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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가져온 책은 박 영규 저자의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입니다. 이 책은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역사 분야의 최고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실록시리즈의 완결판입니다. 조선,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대한민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제 강점 시대까지. 22년 간 대한민국에 역사 대중화 열풍을 일으킨 한 권으로 읽는 실록의 그 마지막은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동주>, <밀정>, <박열> 그리고 <군함도> 등의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는데요, 이 책을 통해 지나간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모든 것을 심도 있게 다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일제강점 시대는 대체 무엇일까요? 일제강점기를 실제 경험하고 기억하고 있는 세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제강점 시대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나고, 원망과 울분이 뒤섞인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박 영규 저자께서 이러한 감정에 대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개념을 대입해 설명하신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말미암아 '일제강점' 시대라는 간접 경험을 지속적으로 주입 받아왔는데요, 학교 교육 과정 속에서 일제강점 시대는 그저 '우리 민족의 부끄럽고 가슴 아픈 역사'로 반복 학습되어진 것이지요. 저 역시도 그렇게 교육 받고 자라왔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해선 우선 외상을 경험한 환자가 스스로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향후에 또 다시 같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대처 방법을 교육해주는 것 역시 필수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태껏 주입 받아온 역사 교육에는 우리 스스로가 일제강점이라는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하는 어떠한 도움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동적인 입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또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에 대한 설명 정도가 전부였던 것이죠. 더불어 일제강점과 같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대처 방법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평생을 수동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저와 같은 분들이라면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조금 더 다양한 각도에서 일제강점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저는 책을 넘기기에 앞서 <차례>가 굉장히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책은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통감부의 통치로 국권이 강탈된 시기를 담은 제1<국권 수탈 실록 : 1875-1910>, 총독부의 전방위적 식민화 작업과 한국인의 저항을 담은 제2<1910년대 실록 : 1911-1920>, 한국인을 기만하는 문화통치를 펼쳤던 시기를 담은 제3<1920년대 실록 : 1921-1930>, 총독부의 민족말살정책을 담은 제4<1930년대 실록 : 1931-1940>,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말과 함께 일제의 패망 시기를 담은 제5<1940년대 실록 : 1941-1945>까지. 연도별 발생한 주요 사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세계의 흐름도 아주 세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한국 사회를 철저히 감시, 감독하고 통치하던 일본의 총독들, 그리고 친일을 행하던 인물, 그와 반대로 독립운동과 애국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간 인물들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특히 당시 일본의 총독들과 그들의 밑에서 친일을 일삼았던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간 교과서와 수업에서는 다룰 수 없고 들을 없었던 내용이었기에 그저 수동적인 자세로 역사의 일부만을 교육받고 학습해온 저에겐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지난한 역사의 흐름에서 잊고 있던 부분, 혹은 몰랐던 부분이 너무 많아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을사늑약 체결 이후,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나라가 일제의 통치로 물들 던 때에도 독립 투쟁을 이어가던 분들의 존함이 낯설기도 했고, 한국 민중에 대한 교활하고도 기만한 술책을 펼쳐 냈던 일본의 만행을 제대로 알 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동안 멍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간 그저 분노하고 부끄러워할 줄만 알았지, 일제강점 시대라는 외상을 제대로 치유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픈 손가락이 언제까지고 아파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이렇듯 우리에게 아픈 손가락을 치유하기 위한 처방전을 내려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우리 역사 속에서 일제강점 시대만큼 급변하던 시기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크게 변화했고 신문물이 들어왔으며 때문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문화와 문물이 넘쳐나던 시대였기도 합니다. (이는 제3205-215p에 걸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세월을 단순히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데올로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였던 일본이 약소국인 한국을 지배했고, 이 시기는 한국인들이 영원히 안고 가야할 수치로 남았다는 제한된 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일제강점 시대 또한 다른 시기처럼 그저 오늘과 오늘이 모여 지나간 날들의 일부일 뿐이며, 거기에 부끄러움과 고통을 굳이 가미할 이유는 없습니다. 일제강점 시기는 우리 민족에게 분명 아프고 슬픈 역사로 남아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도 억척같이 살아낸 민중들의 삶을, 그리고 치열하게 저항하고 투쟁하던 분들의 눈물을 기억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입니다. 또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어떻게 하면 같은 상처를 겪지 않을지에 대한 해답을 갈구해야할 것입니다. 오늘의 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고, 그렇게 매일 매일 역사는 켜켜이 쌓여가고 있으니까요. 광복 72주년을 맞은 오늘날,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온 몸으로 역사를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제강점 시대 또한 그 지나간 오늘들의 일부일 뿐이다. 거기에 부끄러움과 통한과 고통을 굳이 가미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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