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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라곰’이라는 단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단어인데요. 이는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 단어로서, 2017 미국 <VOGUE> 매거진이 선정한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라고 합니다! ‘휘게’라는 말은 저도 몇 번 들어보았는데요, ‘라곰’은 ‘휘게’의 뒤를 이어, 2017년 새롭게 떠오르는 북유럽 출신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접근 방식을 제공했는데요, ‘라곰’ 역시 이와 함께 삶의 균형 :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스웨덴 식 행복의 비밀 : 라곰]의 저자는 롤라 오케르스트룀으로서, 사진가이자 다수의 언론 기관에서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여행 작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뒤 아프리카와 북미, 유럽에서 생활을 이어가다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문화의 복잡성과 미묘함에 깊이 매료되었고, 지금은 가족과 함께 스톡홀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라곰’이나 ‘휘게’처럼 다른 문화에서 쓰이는 말을 가져와 우리 삶에 적용하는 일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이전부터 하나의 삶의 좌우명처럼 우리들의 입에 오르고 내리곤 했던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라틴어로 오늘을 즐기라는 뜻,)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이러한 말들은 대부분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었지, 우리 삶에 깊이 자리 잡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문화에서 쓰이는 말을 소개함에 있어, 실제로 다른 문화에서 온, 이방인일 수 있는 저자가 자신이 스웨덴에서 직접 보고 느낀 ‘라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는 점이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만약 스웨덴 저자가 ‘라곰은 말입니다.’ 라고 운을 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면 ‘라곰’이라는 문화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기는 살짝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제3자의 시선으로 타 문화를 쉽게 소개해주었다는 점에서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타 문화의 특정 단어를 빌려 일상의 영감으로 삼는 것은 삶의 중심을 잡고, 곁길로 벗어난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앞으로 제 삶에 어떻게 라곰을 적용시킬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저의 지난 생활을 돌아보았던 것 같아요.)
‘라곰’을 깊이 들여다보기에 앞서서, 먼저 라곰의 사용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가정과 일터, 인간관계라는 전반적인 일상 속에 녹아든 라곰의 상황적 의미를 살펴보기 전에 ‘라곰’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아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라곰은 주로 형용사나 부사의 형태로 쓰이며, 명사형인 ‘라고메트(Lagomet) : 균형 또는 평형을 뜻함.’는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형용사나 부사로 쓰일 때의 라곰은 앞서 말했다시피 ‘최적의’ 혹은 ‘알맞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이 때 유의해야할 점은 라곰을 단순히 ‘중간’ 혹은 ‘평균’이라는 의미로 등치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라곰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과하지 않게, 너무 적게도 말고, 적당히, ‘균형’을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라곰은 일상생활 전반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휘게’처럼 특정한 순간에 느끼는 안락함과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곰’은 스웨덴의 정서로서 스웨덴 사람의 사고방식을 떠받치고 있는 하나의 중요한 ‘가치관’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자주 등장하고, 자주 떠올렸던 단어는 다름 아닌 ‘균형’이었습니다. 라곰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인 만큼 이를 위해선 삶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일관성은 한 번에 많은 것을 해내려는 삶이 아닌, 규칙적인 생활에서 비롯됩니다. 작은 습관을 이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죠! 그렇게 습관이 된 것들을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작은 성공이라고 여기고 기쁘게 축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곰이 일상 전반에 깃든 스웨덴 사람들은 거절을 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데요, 이 또한 ‘균형’을 이루는 삶을 위한 하나의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주어진 것 이외의 것을 요구하면 매우 직설적으로 반응하며, 듣는 순간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줍니다. 애초에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단번에 거절하는 일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스웨덴어 자체가 매우 직설적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단어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핵심에 바로 다가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핵심, 즉 본질에 다가감으로써 라곰을 실현할 수 있는데요, 달리 말해보자면, 불필요한 것들에 힘을 빼서 본질을 흐리지 않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단순한 것으로 교체하면 원치 않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본질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웨덴의 가정용품업체인 ‘IKEA’나 패션 브랜드인 ‘COS’ 혹은 ‘Acne Studios'만 봐도 많은 스웨덴 브랜드들이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용적이고 단순하지만 브랜드 고유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스웨덴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방식에서도, 일을 처리해나가는 과정 속에서도, 그리고 패션과 보편적인 미적 기준에서도 ’라곰‘이 스며들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IKEA는 2014년, ‘Live Lagom'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오랜 시간 지속된 스웨덴의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을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먼저 200명의 이케아 직원에게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을 나눠줌으로써 직원들의 가정에 더욱 지속 가능한 삶의 습관을 소개하고, 나아가 더 많은 이들의 생활 속에서 라곰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가정 안에서의 작은 변화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해나가고, 삶에 있어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 이렇게 더 많은 이들을 균형 잡힌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Lagomer(라고머)‘ 로 변화시키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홉 번째로 실린 <자연을 누린다는 것> 부분이었습니다. 앞서서는 라곰을 통해 스웨덴 사람들의 절제된 모습과 본질을 중요시여기는 태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면, 이 부분에서는 자연을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할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연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자라오는데요, 모든 사람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알레멘스라텐’이라는 단어 또한 존재합니다. 이름이 살짝 어렵지만, 모든 사람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칭하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특별한 출입통제 표시가 없으면 누구든지 숲에서 야영을 즐길 수 있고, 밖으로 나가 자연과 함께 뛰어놀 수 있습니다. 알레멘스라텐은 그들을 둘러싼 숲을 얼마든지 탐험하라고 허락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스웨덴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연을 누림과 동시에 다른 누구라도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적극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입니다.
라곰을 떠받치고 있는 토대는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작용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되,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일 없이 공평하게 주고받는 것. [스웨덴 식 행복의 비밀 : 라곰]이라는 책을 통해 그간 들어본 적도 없던 ‘라곰’이라는 이 귀엽고 짧은 단어가 스웨덴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자연과 하나 되어 삶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균형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또한 제시해준 것 같습니다. 터무니없이 ‘마냥 행복해라, 살고 싶은 삶을 누려라’가 아닌, 스웨덴 사람들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는 라곰이라는 가치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문화도 환경도 다른 우리나라에 스웨덴식 ‘라곰’을 그대로 현지화 시키자는 것은 당연히 터무니없는 소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책이 던지고 있는 질문처럼, ‘오랫동안 행복한 적 없다면 이제 변화를 추구해야할 때’가 아닐까요? 나의 삶이 곁길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면, 삶의 중심을 바로 잡아 행복의 차원을 다시 고민해 볼 시기인 것 같다면, ‘라곰’은 분명 충만한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행복한 적 없다면 이제 변화를 추구해야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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