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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ㅣ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안녕하세요. 오늘 가져온 책은 박 영규 저자의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입니다. 이 책은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역사 분야의 최고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의 완결판입니다. 조선,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대한민국,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제 강점 시대까지. 22년 간 대한민국에 역사 대중화 열풍을 일으킨 ‘한 권으로 읽는 실록’의 그 마지막은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동주>, <밀정>, <박열> 그리고 <군함도> 등의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는데요, 이 책을 통해 지나간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일제강점 시대에 대한 모든 것을 심도 있게 다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일제강점 시대는 대체 무엇일까요? 일제강점기를 실제 경험하고 기억하고 있는 세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제강점 시대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나고, 원망과 울분이 뒤섞인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박 영규 저자께서 이러한 감정에 대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개념을 대입해 설명하신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말미암아 '일제강점' 시대라는 간접 경험을 지속적으로 주입 받아왔는데요, 학교 교육 과정 속에서 일제강점 시대는 그저 '우리 민족의 부끄럽고 가슴 아픈 역사'로 반복 학습되어진 것이지요. 저 역시도 그렇게 교육 받고 자라왔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해선 우선 외상을 경험한 환자가 스스로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향후에 또 다시 같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대처 방법을 교육해주는 것 역시 필수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태껏 주입 받아온 역사 교육에는 우리 스스로가 ‘일제강점’ 이라는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하는 어떠한 도움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동적인 입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또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에 대한 설명 정도가 전부였던 것이죠. 더불어 일제강점과 같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대처 방법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평생을 수동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저와 같은 분들이라면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조금 더 다양한 각도에서 일제강점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저는 책을 넘기기에 앞서 <차례>가 굉장히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책은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통감부의 통치로 국권이 강탈된 시기를 담은 제1장 <국권 수탈 실록 : 1875-1910년>, 총독부의 전방위적 식민화 작업과 한국인의 저항을 담은 제2장 <1910년대 실록 : 1911-1920년>, 한국인을 기만하는 문화통치를 펼쳤던 시기를 담은 제3장 <1920년대 실록 : 1921-1930년>, 총독부의 민족말살정책을 담은 제4장 <1930년대 실록 : 1931-1940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말과 함께 일제의 패망 시기를 담은 제5장 <1940년대 실록 : 1941-1945년>까지. 연도별 발생한 주요 사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세계의 흐름도 아주 세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한국 사회를 철저히 감시, 감독하고 통치하던 일본의 총독들, 그리고 친일을 행하던 인물, 그와 반대로 독립운동과 애국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간 인물들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특히 당시 일본의 총독들과 그들의 밑에서 친일을 일삼았던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간 교과서와 수업에서는 다룰 수 없고 들을 없었던 내용이었기에 그저 수동적인 자세로 역사의 일부만을 교육받고 학습해온 저에겐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지난한 역사의 흐름에서 잊고 있던 부분, 혹은 몰랐던 부분이 너무 많아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을사늑약 체결 이후,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나라가 일제의 통치로 물들 던 때에도 독립 투쟁을 이어가던 분들의 존함이 낯설기도 했고, 한국 민중에 대한 교활하고도 기만한 술책을 펼쳐 냈던 일본의 만행을 제대로 알 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동안 멍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간 그저 분노하고 부끄러워할 줄만 알았지, 일제강점 시대라는 외상을 제대로 치유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픈 손가락이 언제까지고 아파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이렇듯 우리에게 아픈 손가락을 치유하기 위한 처방전을 내려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우리 역사 속에서 일제강점 시대만큼 급변하던 시기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크게 변화했고 신문물이 들어왔으며 때문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문화와 문물이 넘쳐나던 시대였기도 합니다. (이는 제3장 205-215p에 걸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세월을 단순히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데올로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였던 일본이 약소국인 한국을 지배했고, 이 시기는 한국인들이 영원히 안고 가야할 수치로 남았다’는 제한된 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일제강점 시대 또한 다른 시기처럼 그저 오늘과 오늘이 모여 지나간 날들의 일부일 뿐이며, 거기에 부끄러움과 고통을 굳이 가미할 이유는 없습니다. 일제강점 시기는 우리 민족에게 분명 아프고 슬픈 역사로 남아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도 억척같이 살아낸 민중들의 삶을, 그리고 치열하게 저항하고 투쟁하던 분들의 눈물을 기억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입니다. 또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어떻게 하면 같은 상처를 겪지 않을지에 대한 해답을 갈구해야할 것입니다. 오늘의 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고, 그렇게 매일 매일 역사는 켜켜이 쌓여가고 있으니까요. 광복 72주년을 맞은 오늘날,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온 몸으로 역사를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제강점 시대 또한 그 지나간 오늘들의 일부일 뿐이다. 거기에 부끄러움과 통한과 고통을 굳이 가미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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