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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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가져온 책은 바로 [몬스터 콜스]입니다. 이 책이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몬스터 콜]의 원작 소설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도서 [몬스터 콜스]는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카네기상과 그 해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션에게 주는 케이트글너웨이상을 동시에 수상한 도서로, 평론가들과 편집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은 도서인데요! 저는 운이 좋게도 시사회에 갈 기회가 생겨 9월의 첫 날, [몬스터 콜스]를 영화로 먼저 접했습니다. 소설을 읽기 이전이었지만, 영화 포스터에 소개된 올 가을, 당신을 위로할 단 하나의 판타지라는 문구와, 연기파 배우 리암 니슨이 등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큰 기대를 안고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와 소설을 모두 접한 지금,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두 장르 모두 저에겐 최고였어요. 보통 한 가지 장르에서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영화와 소설 모두가 각자의 매력을 잘 살려 관객과 독자들에게 충분한 스토리와 감동을 전달한 것 같습니다.

 

[몬스터 콜스]를 읽게 되신다면, 병에 걸린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지만, 동시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를 바랐던 어린 소년 코너의 모순된 마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천천히 풀어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영화 속에서는 이번 작품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루이스 맥더겔이 주인공 코너역을 맡았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루이스 맥더겔의 깊고 슬픈 눈동자와 호소력 짙은 연기가 합을 이루어 큰 감동을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는 내내 눈물을 찔끔 거리고, 울음을 삼켰답니다..) 그리고 이런 코너에게 밤마다 찾아오는 거대한 고목 (후에 몬스터로 변하는 캐릭터죠!) 역할을 바로 리암 니슨이 맡았는데요, 두 인물의 만남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가 영화와 소설의 주축을 이룹니다.

 

그렇다면 코너는 어떤 아이일까요? 코너라는 인물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코너에게는 말 못할 상처와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코너의 엄마는 오래 전부터 병을 앓고 있어 여느 평범한 엄마들처럼 모든 신경을 코너에게만 집중할 수가 없어요. 때문에 코너는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엄마가 아프진 않았는지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고, 스스로 식사를 챙기고, 밀린 집안일을 한 뒤, 학교에 갑니다. 열 세 살짜리 아이가 스스로 하기에는 어려운 행동들이죠.

 

하지만 코너에게는 학교도 그다지 즐거운 공간이 되지 못해요. 친구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어린 아이들이 그러하듯, 코너의 친구들은 단지 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코너를 모두가 불쌍하게 생각하는 아이, 자기가 다른 존재나 되는 것처럼, 자기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고고한 척 다니는 아이.”로 만들어버립니다. 으레 그 나이 또래에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야하고, 그들과 어디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이 놀림감이 되기도 하니까요. 코너에게는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이, 보통의 아이들이 생각하는 평범함의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놀림감이 되고 괴롭힘의 이유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 책 속에서 그려지는 친구들의 싸늘한 말과 행동이, 그리고 그것을 꾹 참아내고 있는 코너의 깊은 두 눈이 차갑게만 느껴졌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영화 속으로, 책 속으로 들어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코너를 꽉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코너에게 어느 순간부터 자정을 넘긴 1207분이 되면 몬스터가 찾아옵니다. 코너는 그것을 악몽으로 생각해요. 언제나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장면으로 끝나는 꿈이기 때문이죠. ‘어둠과 바람과 비명이 있는 꿈. 아무리 세게 붙들려고 애써도 자기 손에서 손이 빠져나가는 꿈,’ 그 꿈을 꿀 때면 코너는 누군가 자기를 부르고 있음을 느끼는데요, 바로 뒷마당에 있는 거대한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몬스터입니다. 몬스터는 다짜고짜 코너를 찾아와 자신이 앞으로 세 가지 이야기를 해줄 것이고, 그 이야길 끝내고 나면, 코너에게 네가 네 번째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죠.

 

몬스터가 코너에게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는 모두 우리 세상에 얽혀있는 모순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는 세상엔 항상 좋은 사람도, 항상 나쁜 사람도, 그리고 절대적인 믿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이야기를 통해 전해주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모두 끝난 뒤, 코너는 매일 밤 꾸던 악몽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네 번째 이야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어둠과 바람과 비명이 있는 꿈, 세상의 가장자리가 무너져 내리고, 코너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있지만 아무리 세게 붙들려고 애써도 손아귀에서 엄마의 손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고, 그렇게 결국 엄마가 떨어지는 그 장면에서 코너에게 진실이 다가옵니다. 그 장면이 아니면 절대 말할 수 없는 진실이요.

 

사실 코너는 엄마가 자신의 손을 놓치고 심연 속으로 떨어지길, 어둠 속으로 사라지길 바랐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죠. 그것이 코너의 깊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진실이었습니다. 코너에겐 엄마가 떠나지 않으면 좋겠는 마음과,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려 엄마의 고통도, 그로 인해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아픔도 사라지면 좋겠는 마음이 모두 존재하고 있던 것입니다. 진실을 말한 뒤, 엉엉 울고 있는 코너에게 몬스터는 차갑고도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이다.”

 

몬스터가 말한 것처럼, 우리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모순을 일으키며 충돌하고 있고, 이는 우리가 살아있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과 불행처럼 양극에서 서로를 마주볼 수 없을 것 같은 단어들도 실제로는 우리 삶속에서 얼굴을 맞대며 매일 충돌을 일으키고 있을텐데요.  들여다보고,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은 셀 수 없이 많은 모순들로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닐까요? 이러한 삶의 모순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어린 소년 코너가 그러하였듯이, 우리 역시도 진실을 말해야할 것입니다. 때로는 속임수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실 뒤에 감춰지기도 할 완전한 진실을 찾아 수면 위로 드러낸다면, 삶이 가지고 있는 모순적 속성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코너는 자신에게 다가온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마침내 엄마와 이별하는 방법을 배웠고, 죽음과 상실 뒤에도 존재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몬스터의 이야기를 통해 외로움과 고통 위를 걷던 코너는 비로소 세상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간 것이죠. 삶은 하나의 이야기고, 이야기는 늘 우리 삶속에 존재하는데요, 코너의 이야기가 짙은 여운으로 남은 오늘 밤은 왠지 몬스터가 찾아와 제 이름을 불러줄 것만 같습니다. 저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두려운 게 당연하지. 힘들 거야. 아니, 그 이상이겠지. 하지만 넌 이겨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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