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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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에게서 받은 고민상담 편지에 저자가 일일이 조언해주는 방식의 책.
새길 만한 말도 많았지만 저자가 보는 프로이트적 관점은 종종 갑갑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 
이를테면 상사와의 트러블에 대해서 '상사도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느끼고 그에 따라 반응하게 마련이다.'라고 조언하는 것까진 받아들일만한데, '여성인 네가 사회적인 가치나 법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오이디푸스 신드롬이 남자와 다르게 작동해서 그런거다. 여성은 아버지의 권위에 복종하기보다 아버지를 유혹하고자 한다. 그 점을 인식하고 남성처럼 사회 내의 위계적, 수직적 질서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라'는 식은 좀 거북스럽다는 것. 여튼 자주 여성의 남근선망이라든가 유아기에 충족되지 않은 오이디푸스 신드롬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솔직히 거부감 들고..그렇게 어린 유아기 때가 그려지기는 해? 싶고.. 난 남근 갖고 싶은 적 없는데??; 싶고..(솔직히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불편하고 이런저런 남성 중심적인 작품들을 접할 때 여자인 내가 분열적으로 이입할 상황이 많으니 차라리 남자이고 싶을 때가 있을 수는 있다지만) 요즘 정신과 전문의들도 이런 시각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나 싶고.
그와 별개로 저자가 사회가 좀 뒤틀려 있더라도 기존질서에 철저히 순응하는 방식을 택해왔고, 거기 맞춰 조언하는 것 같다고도 느꼈다. (60년 생이시니까 그런가. 이 분이 사회정체성을 형성할 때 몸 담고 있는 풀은 확실히 나보다 더 구렸겠지. 갑갑하다고 생각은 했겠지만 크게 바뀐 것도 아닐테고.) 바람피우는 배우자에 대한 사연을 보았는데 거기 나오는 조언은.. 정말 뭥미스러웠음..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부터 시작해서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성적 판타지를 존중해주어라...수백 명 접했다는 사창가도 결혼 전의 이야기 아니냐. 내 친구는 남편이 집을 나설 때 콘돔을 준다...헬. 이건 아니잖아.
그래도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 저자 나이대(60년대 생)의, 대화가 통한다는 인물이 이런 시각이라면 그 나이대 언저리의 어르신들 마인드가 어떨지 짐작이 가고. 직장관계 내에서 겪는 트러블이 싫고 그곳을 떠나기 싫다면야 가능한 한 좋게 보고 배울 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부당한 점에 대해 완만하게 풀어나가는 티타임을 연습하는 편이 분명 현명한 거다.

파괴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아이 시절 충족되지 못한 부모의 사랑, 부모님의 부당함에 대해 작금의 부모님과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3살짜리 때 처럼 행동하면서 그 결핍을 채워가는 경험을 해 보라'든가..그게 불가하다면 '내면의 어른이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보듬어주면서 본인의 미숙한 행동을 컨트롤하려 노력해 보라'든가. 이런 이야기도 아마 프로이트적인 접근이겠지? 
최근 읽었던 아들러 서적과는 또 다른 접근이다. 아들러가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에 집중하면 시덥잖은 위로나 평생 받으면서 찡찡대며 살아야지. 과거는 어쩔 수 없어. 보듬어 줄 사람은 필요없어. 언제까지 부모 탓 하면서 찡찡댈 건데? 미래는 바꿀 수 있어. 네가 직접 다른 미래상을 선택하고 만들어가라구.' 식이라면 프로이트는 '유아기의 결핍을 인식하고 그 부분을 내면의 어른으로 하여금 보듬어주고, 외부의 지지를 통해서도 채워나가면서 성숙해져라'는 식임. 
..아이를 대하는 입장에서는. 프로이트 방식이라면 좀 더 유아기의 애정결핍으로 인한 응석을 포용적으로 좀 더 받아주는 게 맞을 수 있고. 아들러의 방식이라면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에 대한 제한을 명확히 심어주고, 위로보다는 용기를 주어야겠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아이를 기를 때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따뜻한 어른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둘 다 맥락을 같이 하는 듯.


불평 많이 썼지만서도. 꽤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었던 듯. 나이드신 양반이니까 내 입장에서 좀 구리다 싶은 부분은 좀 넘기고. 그 분 입장에서 살아가시려면 거기까지는 적응해야했겠지..하고 그러려니 하고. 나한테 맞다고 느끼는 부분을 선별해서 읽으면 되는 거지. 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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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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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읽은 김형경의 책들은 모두 술술 잘 읽혔다. 나.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여서인지. 여러가지 용어들이 난무하지만 이해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학술적인 뉘앙스가 컸더라면 금방 덮었을 인용들이긴 했는데. 
3장이나 4장의 내용은 조금은 사람에 따라 거북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는 내용이다. 3장에서 김형경이 독서모임이나 팬클럽을 대하는 태도는 그녀 입장에서 읽으면 꽤 당연하다 싶다가도. 평소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리에서 바라보면 모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의존적인 애들 짜증스러웠단 말을 그들의 성장을 위해 낙담시켰다..는 등 자신의 언어로 잘 풀어내는구나..하고 냉소적으로 읽을 수도.ㅎ 하지만 그들은 어른이고. 저자가 그들의 성장을 책임지는 부모도 강사도 아님을 생각하면. 4장에서 영성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좀 황당한 서술이랄수도 있는 영덕체험들이 서술되어 있기도 해서. 우호적으로 읽다가도 그런 신비주의적인 헛소리를 경구들로 참 잘 포장했구나..하고 회의적인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3장과 4장을 두루 포함해서 전체적으로는 마음에 든 좋은 책이었다. 
스스로를 성찰하게끔하고. 그녀처럼 온전히 홀로 서고자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도 해 주었고. 어느 정도 그녀가 변화의 방향과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이 되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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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습. 각 상황에서의 자신의 감정. 태도. 행동방식을 차근차근 면밀히 다시 바라보고 심리학적 관점에서 유아기의 생존방식이 녹아나 조화로운 관계맺기를 방해하고 성장과 홀로서기를 지연시키는 것은 어른스러운 방식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
김형경 자신이 자신의 여행 여정. 과거 맺은 인간관계. 독서모임과 팬 정기모임 등을 통해 겪은 것들. 깨달은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적은 글이다. 
대체로 사람풍경이나 천개의 공감 등에서 읽은 내용들과 맬갉을 같이 한다. 인간관계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면 자신에게 유아기적 생존방식인 의존성이나 부모와의 관계에서 겪은 뒤틀림..이를테면 오이디푸스 신드롬 등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어른의 자아를 성장시켜나가라는 것. 어른인 내가 어린시절의 나를 위로해주고 돌보아주고 어른의 방식을 배워나가라는 것. 불필요한 감정으로 시달린다면 투사를 의심해보고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을 타인에게 투영하여 혐오하지 말고. 직면하라는 것.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랑함으로써 투사를 멈추라는 것. 성장을 방해하는 것들. 자신 내면에 있는 탐.진.치. 시기. 의존성. 따위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다스려 나가라는 것. 등등. 
이번 책이 이전 것과 다른 부분은. 3장과 4장인데.
3장에서는 이전 에세이를 통해 그녀의 팬이 된 사람들과 겪은 전이와 역전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녀를 의존할 인물. 제2의 부모로 여기며 성장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마주하면서 겪은 고충에 대한 이야기. 타인에게 기대는 누군가를 접할 때 겪는 감정적인 전이와 역전이에 대한 이야기. 성장을 방해하는 유아기적인 의존성을 다스린 방식에 대해 길게 이야기한다. 그녀는 필요하다면 홀로서기 위해 주변 인간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는 듯.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사람은 전이되어 오는 감정이 적다고도.
4장은 종교적인 부분, 영성에 대한 것이었는데. 행동방식을 공고히 바꾸는데 필요하다면 종교에 기대는 방식도 괜찮다고. 울증 치료를 위해 불교적인 명상을 시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기도 하고. 해서 그렇게 생소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불교든 기독교든 도교든 유교든. 그녀가 생각하는 종교의 본질적인 가르침은 모두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어느 정도는 나도 그렇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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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학력 붕괴 시대의 내 아이가 살아갈 힘 - 인생을 개척하는 강인함을 기르기 위한 인간주의 교육의 제시
텐게시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오리진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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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가 분명한 전문적인 이론서라기보다. 저자의 경험과 개인적인 신념을 토대로 이런저런 이론들. 주로 몬테소리나 서덜렌드 학교 창립자인 닐,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같은 것들을 여기저기서 끌어와서 얽어놓은 책에 가깝다. 저자 자체도 교육학자가 아니고. 다만 이 사람이 요즘 학부모들이 아이교육의 목표로 지향하는 엘리트에 고액연봉자이고, 대기업에서 천재들을 데리고 아이디어뱅크를 운용한 인물이기에 어느 정도 참고할만한 이야기를 하는구나..하고 받아들일만은 하다. 
전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감하는 바다. 이제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의 교육은 그만둘 시기가 되었는지도. 아이들은 단순히 문제풀이를 위한 교육. 공장처럼 돌아가는 사회의 훌륭한 부품으로 소모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과 지식을 주입받던 8, 90년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애당초 관료나 화이트칼라 엘리트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전처럼 이런 직종들의 안정성은 크게 짱에 떨어진지 오래다. 그리고 그 자리를 얻어내기 위해 경쟁하고 세세한 것들에 집착하면서 많은 이들이 신경증과 우울에 시달리고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다.
후반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들은 상당히 급진적인 데가 있다. 정부와 교사가 아예 아이들의 놀이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실컷 하루종일 놀게 만들고. 놀면서 이런저런 감정들, 느낌들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몰입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고 무슨 감정을 경험하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여야 한다는 말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컴퓨터 공학자로서 인공지능개발에 뛰어든 경험을 예서 참 묘하게 뽑아내는데, 인간이 지능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참고하려고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인간은 경험에 뭍혀두는 이런저런 정동(감정, 정서)을 기억의 책갈피처럼 삼아 기억과 지능를 축적하고 발달시켜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자연속에서 신체활동을 하고. 푹 빠져 몰입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아이의 뇌를 제대로 성장하게 돕는 것일거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기만의 주관을 확립한 아이가 콘크리트 벽 속에 갇혀 진득히 앉아 선생님 말 잘 듣는 아이보다 훨씬 살아갈 힘을 강하게 갖는 법이란 말을, 그렇게 하는 길 뿐이라는 양 참 단정적인 어투로 하고 있다. 일어 번역투가 이런건지. 사람이 원래 확신에 차 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선무당스럽다고 느낄 법도 하다. 어쩐지 심리상담 7년의 경험으로 심리학 비스무리한 책을 꾸준히 써 내는 소설가 김형경과 닮아 있는 듯도.
내가 평생 말 잘듣는 우등생으로 자라왔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그 과정에서. 우등생으로 남는 과정에서나. 수능을 치는 과정에서나. 취업을 고려하는 과정에서나. 많이 다치고 유약해지고 망가진다고 느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내 삶이 교육계와 걸쳐있지 않았더라면 내 아이를 저렇게 키워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도 같다. 그러나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구체적인 방식도 그렇지만. 아이의 성공에 대해 생각하는 주변의 시각과 무척 다르고. 어중간하게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성질의 교육방식도 아니다.

지금도...내 역량은 딸리는데 이걸 어찌할거나.
좀 더 공부해서 교육철학과 수업방향을 다잡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고집스럽지 않고 유연하되. 주축으로 삼는 방향은 확실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효율적인 방식을 좀 세세하게 배우고 싶다. 자꾸 반대방향으로 회귀하려 든다. 잘 모르기 때문이고 어중간하기 때문에.
정유진 선생님처럼 한 해의 커리큘럼을 명확하게 잡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꼭 해보고 싶은 활동들을 일관되게 가져가면서. 교과서와 적당히 연계시켜내는 그런 안정적인 수업을 한 해동안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기도 하겠다. 발도르프 학교가 그런 방식이라지. 그 활동들이 좀 더 자연과 어우러지고. 아이들 주관이 깊게 반영되고. 그런 식이 된다면. 대자연과 함께 몰입하게 하라는 조금은 저자의 방향과 맞게 가려나. 
무조건적인 수용...이건 아들러의 방식과는 다른 프로이트쪽 접근이다. 저자의 말 중에 가장 수용하기 힘든 것이 이거다. 반사회적인 행동까지도 수용해주라고. 그런 과정에서 초자아가 파괴되고 초자아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만든 사회적인 인격, 짜맞춘 가면같은 페르소나 따위가 필요없어지며 억압때문에 자라나던 내면의 몬스터가 쪼그라든다는 거다. 그러면 내면의 진정한 신을 찾을 수 있다나...아주 급진적인 어조지만. 결국은 생애초기에 나를 있는 그대로의 진정한 나 자신으로서 받아들여주는 든든한 어른이 있다는 안정감을 주란 얘기겠지. 싶다. 아들러는 응석은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지만. 이런 큰 입장에서는 같다...여튼. 아이의 행동을 정해진 루틴에 맞춰 불가피하게 제한해야 하는 작금의 공립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시선이 바뀌지 않았고 사회역시 반대로 작동하는 현재에. 이런 안정적인 어른으로서의 행동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는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느낀다.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은 고쳐주어라. 는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은데. 거기엔 미숙한 내 내면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고. 구체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유토리 교육의 실패요인으로 꼽는 교사의 역량 부족. 되게 찔린다. 하하하하하.
아이들의 자존감을 길러주고 싶다. 함께 즐거운 교실을 만들고 싶다. 스스로 바른 행동을 하게끔 하고 싶다. 등등. 꿈은 컸지만 중간기말에 초초해하며 진도빼기에 급급했던 때가 있었고. 부진한 아이들을 다그치고 싶지 않아서 모르면 그 전부분을 차근차근 공부하자며 남겨서 가르쳤지만 아이들 시선에 맞게 쉽게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도 잘 못했고. 아이들이 믿고 따르고 싶을만큼 든든하고 흔들림없는 안정적인 멘탈을 갖고 있지도 못해서. 끝까지 내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일관된 방식으로 밀고 나가지도 못해서.
학력면에서도. 생활지도 면에서도 어줍잖게 시도하다 와장창 실패했기 때문에 주변에 자신있게 명령과 지시와 다그침과 무시 없는 방식을 해 나가자고. 말을 못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 나는 애들 못 휘어잡아 공부 제대로 못 시키고 버릇없이 만드는, 무책임한 교사인 것이다. 
역량을 키우고 싶다고. 배우고 싶다고. TET나 학급긍정훈육을 기웃거려보고 있는데 접근도 어렵고 생활과 괴리된 느낌만 든다. 
이런 류의 책을 읽는 것은 방향에 대한 확신은 보태주지만 정작 방식에 대한 막막함을 해소시켜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필터에 걸러져 나오는 것들을 좇으면서 자기정당화를 열심히 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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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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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에서는 예술의 힘이 상당히 강력하게 작동되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삶을 담금질해서 그 사람의 삶의 정수로 남는 예술작품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영혜의 매형이 자기중심적인 욕망에 빠지기 전, 영혜의 상태를 잠시나마 이해하고 그 고민에 동조하였던 수 있었던 것도. 예술가라는 소설 속 특권이 작용한 것 아니었을까.


예쁘지도 않고. 남성들에게 더 예뻐보이기 위해 꾸미려는 노력도 않으며. 그런 반면 남성의 성욕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착용하는 예의로서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도 거부하고.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버티며 남편을 위해 훌륭한 요리솜씨도 발휘하지 않는. 그것이 장인장모를 부끄럽게 하고 사위에게 사죄하게 하는 큰 죄가 되는. 그런 거부하는 여자.
반면. 더 예뻐지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했고. 아이도 잘 낳고. 아이를 낳으면서도 잠깐의 불가피한 때를 제외하고는 열심히 가게를 늘리고 돈을 벌며. 이상을 좇느라 바쁜 남편을 위해 아이를 홀로 양육해내고. 남편이 다른 곳에서 묻혀 온 성욕의 처리기가 되어주고. 무력한 가족을 대표해서 부적응자를 돌보는. 그런 철저히 순응하는 여자.


3개의 중단편이 실린 책인데. 그 세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이어져있다. 그 중 가운데 이야기가 2005년 이상문학상 대상작으로 실린 몽고반점. 수상 소식을 듣고 내가 아는 그 한강의 작품인가? 이제껏 읽어온 분위기와 얼마나 다른 작품이려나. 싶었다. 호기심이 동했고 그래서 신청해서 빌렸고. 한 동안 읽을 엄두를 못 내고 다른 흥미거리들로 도피하고 있다가 오늘 새벽에야 읽겠다고 잡았다. 단편선인줄은 몰랐네. 읽다보니 읽는 데는 금방 걸렸다.
몽고반점의 이야기는 상당히 강렬했어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더랬는데. 앞뒤 이야기가 덧붙고 나니 인물들의 행동이 조금 더 이해가 갈듯... 말듯.ㅎㅎ

평범한 여자 영혜. 튈 곳이라곤 없는 여자. 음식솜씨만은 훌륭한. 그녀의 남편은 그 평범함을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결혼한 승진지향주의자다. 남편의 바람대로 순탄한 나날이 계속되나 했더니 어느 날 아내는 그 평범함을 내팽개쳐버린다. 꿈 속에 나온 고기의 이미지, 고기를 먹기 위해 행한 이런저런 폭력적인 기억들에 진저리치며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남편을 비롯해 영혜의 가족은 누구 하나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그녀의 결정에 격하게 노하는 것은 그녀가 진저리치는 그 폭력에 깊이 물들어있고 그것을 자랑스레 여기는 인물이다. 월남전 참전군인이자 그녀를 때리며 키운 장인은 억지로 고기를 입에 밀어넣으려다가 그녀가 거부하자 그녀를 붙들어놓고는 입가에 짓뭉게버리기까지 한다. 
그런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녀가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어째서인지 읽어내고는 거기 매혹되는 인물이 있지만, 그 역시 그녀를 자신의 작품을 위한 뮤즈로 소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영혜가 그의 처제임에도, 그의 예술적인 욕망을 위해 그녀의 상태를 이용하려는 그의 걱정과 번민은 어디까지나 자기자신에 초점이 맺혀있다. 자신의 커리어. 자신의 사회적 위치. 그를 바라볼 사회적 시선. 그의 고매한 작품을 위해서라지만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품은 모두 아내에게 미루어버리고, 아내의 희생을 인식하면서도 되려 별말없이 받아주는 아내가 불편하다며 자신의 죄책감의 원인마저 아내의 행동 탓으로 치부해버리는. 그도 어떻게보면 그의 장인과 성격은 다를 지 모르나 폭력성과 무관하지 않은 사람이다. 글고보니 특공대출신이란 표현이 잠깐 나오기도 했더랬다. 그를 둘러싼 여자들의 삶은 일차원적인 폭력을 가한 장인보다도, 결과적으론 그로 인해 더욱 크게 망가졌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바라보고, 거기서 파생되는 온갖 파괴벅인 뒤치닥거리를 처리해내면서도 어떻게든 가족을 보듬어안고 가려는 영혜의 언니가 등장한다. 어린나이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누구보다 잘 적응해내어 부모가 원하는 맏딸이 되고. 19살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일찍 철 들고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경제력까지 갖춘. 그녀가 원한 남자는 그녀처럼 피곤에 절은 사내였고. 그녀의 삶을 깊이 투영해 낸 듯한 그를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바람과 달리 그 남자는 항상 바빴고 그녀 홀로 생활을 꾸려가는 일은 날로 고독하고 버거워졌다. 남편은 자신의 이상만을 좇았고 그의 이상을 아내와 공유하려는 노력도 않았다. 그리고 가져온 결과는 커다란 범죄였고 배신이었다. 그녀는 나중에야 그녀가 정말 쉬게 해 주고 싶었던 이는 남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이 모든 수라장의 뒤치닥꺼리를 짊어진, 한 아이의 삶 마저 머리에 인 그녀가 쉴 길은 요원해보인다. 

폭력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라고 했던 것이 다 읽고나니 이해되는 느낌. 가부장적인 폭력,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 어쩐지 요즘 보는 드라마인 디어 마이프렌즈와도 읽는 정서가 겹치는 듯도.?

병증의 발현이 어떠한지. 원인이 뭐였는지보다도. 고기를 거부하고 아무도 해치고 싶어하지 않는 영혜를 대하는 주변의 몰이해와 여전한 폭력성에 작가는 더 초점을 맞추고 싶어하는 것 같다. 영혜가 원하는 것은 결국 아무도 해치지 않는 나무가 되는 것인데. 그런 그녀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세상에서 그녀는 결국 죽어가고 있을 뿐이고, 그녀 역시 그것을 알고 있다. 
'왜 죽으면 안 되는데?' 
그래서 당연한 수순으로 영혜는 정신이상자로 낙인찍혀. 정신병원에서 죽어갈 뿐이다.

폭력을 가하고. 폭력에 순응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는 이상한 세상. 그리고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연료로 소모되는 여자들. 영혜처럼 모든 폭력을 거부하는 길을 택하든, 그 언니처럼 그 모든 폭력성에 순응하고 감내하든, 삶은 쉽지 않아보인다.

생각을 긁어모아 정리하니 대략 이런 얘기려나. 하는 느낌인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네. 많이들 읽으니까 평도 많겠지. 함 돌아다니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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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훈육법
제리 와이코프, 바버라 유넬 지음, 정미나 옮김 / 시공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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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습방법을 고민하는 교사입니다. 학급긍정훈육, 아들러 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알라딘 뒤적이다 교사생활에서 지향하는 방향을 담은 제목이라 혹 해서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원하는 노하우들이 잘 녹아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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