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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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에게서 받은 고민상담 편지에 저자가 일일이 조언해주는 방식의 책.
새길 만한 말도 많았지만 저자가 보는 프로이트적 관점은 종종 갑갑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 
이를테면 상사와의 트러블에 대해서 '상사도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느끼고 그에 따라 반응하게 마련이다.'라고 조언하는 것까진 받아들일만한데, '여성인 네가 사회적인 가치나 법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오이디푸스 신드롬이 남자와 다르게 작동해서 그런거다. 여성은 아버지의 권위에 복종하기보다 아버지를 유혹하고자 한다. 그 점을 인식하고 남성처럼 사회 내의 위계적, 수직적 질서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라'는 식은 좀 거북스럽다는 것. 여튼 자주 여성의 남근선망이라든가 유아기에 충족되지 않은 오이디푸스 신드롬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솔직히 거부감 들고..그렇게 어린 유아기 때가 그려지기는 해? 싶고.. 난 남근 갖고 싶은 적 없는데??; 싶고..(솔직히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불편하고 이런저런 남성 중심적인 작품들을 접할 때 여자인 내가 분열적으로 이입할 상황이 많으니 차라리 남자이고 싶을 때가 있을 수는 있다지만) 요즘 정신과 전문의들도 이런 시각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나 싶고.
그와 별개로 저자가 사회가 좀 뒤틀려 있더라도 기존질서에 철저히 순응하는 방식을 택해왔고, 거기 맞춰 조언하는 것 같다고도 느꼈다. (60년 생이시니까 그런가. 이 분이 사회정체성을 형성할 때 몸 담고 있는 풀은 확실히 나보다 더 구렸겠지. 갑갑하다고 생각은 했겠지만 크게 바뀐 것도 아닐테고.) 바람피우는 배우자에 대한 사연을 보았는데 거기 나오는 조언은.. 정말 뭥미스러웠음..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부터 시작해서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성적 판타지를 존중해주어라...수백 명 접했다는 사창가도 결혼 전의 이야기 아니냐. 내 친구는 남편이 집을 나설 때 콘돔을 준다...헬. 이건 아니잖아.
그래도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 저자 나이대(60년대 생)의, 대화가 통한다는 인물이 이런 시각이라면 그 나이대 언저리의 어르신들 마인드가 어떨지 짐작이 가고. 직장관계 내에서 겪는 트러블이 싫고 그곳을 떠나기 싫다면야 가능한 한 좋게 보고 배울 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부당한 점에 대해 완만하게 풀어나가는 티타임을 연습하는 편이 분명 현명한 거다.

파괴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아이 시절 충족되지 못한 부모의 사랑, 부모님의 부당함에 대해 작금의 부모님과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3살짜리 때 처럼 행동하면서 그 결핍을 채워가는 경험을 해 보라'든가..그게 불가하다면 '내면의 어른이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보듬어주면서 본인의 미숙한 행동을 컨트롤하려 노력해 보라'든가. 이런 이야기도 아마 프로이트적인 접근이겠지? 
최근 읽었던 아들러 서적과는 또 다른 접근이다. 아들러가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에 집중하면 시덥잖은 위로나 평생 받으면서 찡찡대며 살아야지. 과거는 어쩔 수 없어. 보듬어 줄 사람은 필요없어. 언제까지 부모 탓 하면서 찡찡댈 건데? 미래는 바꿀 수 있어. 네가 직접 다른 미래상을 선택하고 만들어가라구.' 식이라면 프로이트는 '유아기의 결핍을 인식하고 그 부분을 내면의 어른으로 하여금 보듬어주고, 외부의 지지를 통해서도 채워나가면서 성숙해져라'는 식임. 
..아이를 대하는 입장에서는. 프로이트 방식이라면 좀 더 유아기의 애정결핍으로 인한 응석을 포용적으로 좀 더 받아주는 게 맞을 수 있고. 아들러의 방식이라면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에 대한 제한을 명확히 심어주고, 위로보다는 용기를 주어야겠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아이를 기를 때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따뜻한 어른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둘 다 맥락을 같이 하는 듯.


불평 많이 썼지만서도. 꽤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었던 듯. 나이드신 양반이니까 내 입장에서 좀 구리다 싶은 부분은 좀 넘기고. 그 분 입장에서 살아가시려면 거기까지는 적응해야했겠지..하고 그러려니 하고. 나한테 맞다고 느끼는 부분을 선별해서 읽으면 되는 거지. 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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