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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 문학동네 시인선 230
서귀옥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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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에게 싑게 쓰이는 시가 있을까마는 이 시집은 모든 시가 빈틈없이 꽉 찬 막돌 같아서 주머니에 넣고 오래 음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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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 문학동네 시인선 230
서귀옥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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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오로라, 반딧불이, 멜론, 자유...반짝이는 낱말들을 머리맡에 붙여놓고 꿈을 청하던 소녀는, 시벽이 생겨서 언어를 가지고 노는 일을 즐기는 시인이 된다. 우주를 따돌린 채 벽 앞에 앉아 푸른 칠 벗겨진 잡초, 극락조처럼 날아가는 고택, 축전처럼 천막 틈새에 꽂힌 햇빛, 무인도처럼 제 삶을 표류하는 지구...들을 창조한다. 시인들에게 싑게 쓰이는 시가 있을까마는 이 시집은 모든 시가 빈틈없이 꽉 찬 막돌 같아서 주머니에 넣고 오래 음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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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실의 (양장)
마테오 리치 지음, 송영배 외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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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리치는 1583년 명나라 말기에 선교를 위해 중국으로 들어왔다. 마테오리치는 예수회의 적응주의 노선에 의해 중국의 의복을 입고 한자어를 익히는 등 토착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명나라의 고위 관료들과 친분을 나누게 되었고 풍응경, 이지조를 천주교로 개종시켰으며 이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천주실의를 완성하게 되었다. 천주실의는 천주의 존재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국의 유학자를 비롯하여 조선의 선비들을 사로잡은 천주교 교리서라고 할 수 있다. 

천주실의는 8개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다. 천주가 만물을 창조하고 주재하는 것이 진실인지, 물리적인 하늘과 천주는 어떻게 다른지, 사람의 영혼은 과연 불멸하는지, 귀신과 혼에 대한 유학의 이론이 옳은지, 윤회와 짐승의 살생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천당과 지옥은 존재하는지, 인간 본성의 선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천주를 신앙하는 서양에서는 어떠한 풍속이 있는지 등이 주제이며 각 장마다 첨예하게 맞서는 두 종교의 이론을 문답식으로 풀어나간다.  

핵심적인 주제를 몇 개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이'가 만물의 이성 능력을 함유하고 만물을 조화, 생성한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것은 바로 천주입니다. 어찌 유독 '이'라고만 말하고, '태극'이라고만 말하십니까?"(97쪽) 마테오리치는 성리학의 '이'가 바로 천주임을 설득한다. 성리학에서 말하는 만물시생의 원인인 '태허' 를 서양에서는 '천주'라고 부른다며 보유론적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천주교의 영혼 불멸을 불교의 윤회와 같은 맥락으로 보는 이들에게 인간의 지성적 영혼을 납득시킨다.   

"사람의 영혼이 다른 몸으로 가서 다시 세상에 태어남에, 혹 다른 사람이 되거나 혹 짐승이 되었다고 한다면, 그들 본래 존재의 지능은 반드시 없어질 수 없는 것이다."(236쪽) 마테오리치는 불교의 윤회설은 영혼 불멸의 이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혼은 본래의 지성을 갖고 있으니 짐승으로 태어나 살아갈 수 없으며, 윤회로 인해 짐승이 된 사람을 위해 금육하고 재계를 지키는 사람들의 행위도 어리석다는 것이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천주실의>을 읽고 천주의 실체를 받아들인다. 형이상학적인 태극도설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만물시생의 원리를 분명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밝혀 놓았기 때문이다. 그 놀라운 체험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쉽게 읽히는 책들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한 자 한 자 풀이하며 골똘히 읽는 책은 영혼에 각인된다. 사람의 지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과연 그 지성은 생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소멸되는가? 정답이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신의 모상으로 지음 받았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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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과 사랑하는 겨울 걷는사람 시인선 106
임주아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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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아의 시는, 저마다 간직한 내밀한 상처를 응시하게 한다. 골방에 웅크리고 앉았던 시간을 통과해야 어른이 된다. 어린 자아를 연민한 사람만이 슬픔을 환유할 수 있다. 임주아가 삶을 은유하는 방식은 발랄하고 통쾌하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언어 감각으로 서사와 비서사의 경계를 즐기는 시인, 임주아는 시인의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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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아의 시는, 저마다 간직한 내밀한 상처를 응시하게 한다. 골방에 웅크리고 앉았던 시간을 통과해야 어른이 된다. 어린 자아를 연민한 사람만이 슬픔을 환유할 수 있다. 임주아가 삶을 은유하는 방식은 발랄하고 통쾌하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언어 감각으로 서사와 비서사의 경계를 즐기는 시인, 임주아는 시인의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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