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오로라, 반딧불이, 멜론, 자유...반짝이는 낱말들을 머리맡에 붙여놓고 꿈을 청하던 소녀는, 시벽이 생겨서 언어를 가지고 노는 일을 즐기는 시인이 된다. 우주를 따돌린 채 벽 앞에 앉아 푸른 칠 벗겨진 잡초, 극락조처럼 날아가는 고택, 축전처럼 천막 틈새에 꽂힌 햇빛, 무인도처럼 제 삶을 표류하는 지구...들을 창조한다. 시인들에게 싑게 쓰이는 시가 있을까마는 이 시집은 모든 시가 빈틈없이 꽉 찬 막돌 같아서 주머니에 넣고 오래 음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