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짜 뉴스, 루머, 마녀사냥, 허위 정보 등이 넘쳐 흐르는 바야흐로 ‘탈진실’ 시대다. 뉴스를 읽으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우울하고 자극적인 내용에 짜증이 나고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는 댓글을 보면 화가 치솟는다. 급기야 나는 뉴스를 외면하여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는 사태에 이르렀다.

200 여년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기상천외한 인간의 역사를 위트있으면서 시니컬하게 다룬 이 책에서 나는 일말의 위안을 얻었다. 거짓이 활개치는 상태가 이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원래 그랬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것은 진실인가?)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성한다. 지금 필요한 건 외면이나 자포자기가 아니라 감시와 견제, 그리고 희미한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얻은 좋은 것은 세상을 좀 더 긍정적인 비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경각심이며, 나쁜 것은 이 세상 누구도, 심지어 나 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눈초리다. 인류가 원래 그렇듯 우리 모두 거짓말인지도 모른 채 밥 먹듯 거짓을 남발하고 있으니까.

🏷 인류 문명의 가장 두드러진 모순은 말로는 진실을 그 무엇보다 숭상하면서 실제로는 철저히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 빌햐울뮈르 스테파운손, 오류 탐험 (1936) 인용

🏷 우리가 반쪽짜리 진실과 애매한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건 맞다. 세상은 복잡하고 말이 안되는 데다가, 세상 돌아가는 걸 정확히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우리 뇌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위기는 아니다. 세상은 원래부터 항상 그랬다 -p.266

🏷 우리는 항상 개소리 속에서 살 수밖에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뿐이다 - p.267

우리가 더 진실해지려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거짓의 광대하고 풍요로운 벌판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뭘 틀렸는지 더 잘 알 수 있고, 올바르게 고쳐 나갈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개소리 연구가가 되어야 한다- p.2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