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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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망치보다는 가느다란 몽둥이로 자근자근 뼈를 때리며 반성문을 쓰게 만드는 책.

책을 읽는 동안 탄탄한 저널리스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물음들이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생각, 말, 행동이 자신과 타인, 사회에 무례하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뒤돌아보게 했다. 아무리 각자도생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정말 나 혼자 잘 살면 그만일까? 나 혼자 잘 산다는 게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작년 비문학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였던 김영민 교수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널리스트 버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너도 나도 힘들다 죽겠다 외치니 공감으로 마음에 위안을 주는 에세이가 주류가 된 요즘이지만, 가끔은 냉철한 말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일깨워주는 책이 장기적으로 우리 삶에 위안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믿는다.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밑줄 그은 문장들을 노트에 옮겨적고 정리를 했다. 엄지혜 작가님의 <태도의 말들>을 내가 쓴다면 담아 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간혹 드러나는 정치색이 불편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충분히 객관적으로 필요하며 논리적으로 타당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수 많은 문장 중, 피해자 환원론과 관련하여 인용된 자살 미수 청년에 대한 판결문이 너무 뭉클해서 남겨본다.

P.59. 지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런한 믿음을 그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그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삶 역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한 개의 이야기인 이상,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 이야기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 2019고합 241 판결문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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