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의 기술 -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판단력
이대진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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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판단력, 애널리스트가 실전에서 검증한 예측의 12가지 원칙’이라는 겉표지를 보니 흥미로웠다.


미래를, 무언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인생이 좀 쉬워지지 않을까? 예측할 수 있으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이 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갖고 읽어보았다.


P.8~9 “인간이 AI와 기계 같은 도구보다 앞설 수 있는 지점은 단순한 정보 처리량이 아니다. 맥락을 읽고, 결과를 의심하고, 서로 다른 신호를 연결하고, 끝내 자신의 판단으로 책임지는 능력이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예측은 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저자는 예측의 기술을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의심하고, 어떤 신호를 더 중요하게 볼 것인지 판단하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책은 ‘무엇을 볼 것인가’와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로 나누어 12가지 원칙을 설명한다. 시장 결정권자들의 이익, 신뢰 가중치, 컨센서스의 함정, 균형 잡힌 시각, 사이클과 역사, 직관, 베이지안 사고, 블랙스완, AI와 데이터, 문화와 역사적 맥락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들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여우와 고슴도치의 비유가 흥미로웠다.

P.62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단 하나의 큰 것을 안다.”


고슴도치의 강점은 명료함과 일관성이다. 하나의 큰 원칙으로 세상을 꿰뚫어 보기에 메시지가 단단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큰 흐름을 먼저 포착한다. 반면 여우의 강점은 유연함과 자기 수정 능력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자기 판단을 정직하게 고쳐 쓰는 것, 이것이 여우의 사고법이다.


책에서는 조지 소로스를 전형적인 여우로, 워런 버핏을 전형적인 고슴도치로 설명한다.


P.74 “여우는 시간에 따라 도구를 바꾸고, 고슴도치는 한 시계를 끝까지 본다. 자기 시계에 충실하다면 둘 다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다만 같은 시계를 보고 있다고 착각하면, 둘 중 누구의 길도 따라가지 못한다. 모든 판단의 출발점은 ‘지금 나는 어느 시계를 보고 있는가’라는 자각이다.”


나는 어느 시계를 보고 있는 걸까?


본질적인 큰 흐름을 볼 때는 고슴도치처럼 하나의 큰 원칙을 가지고 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고, 급변하는 현실에서는 여우처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한 것 같다. 하나만 고집하기보다는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어떤 시계를 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확증편향’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나이를 먹을수록 의식적으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에서도 확증편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P.78 “인간은 가설을 틀렸다고 증명하기보다 맞다고 확인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나면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인간의 모습이다. 내가 맞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정보는 편하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보는 불편하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이게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리즘이 내가 보고 싶은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도 가까운 주변 사람을 보면서 그런 것을 느낀 적이 있다. 한때 정치에 많이 빠졌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보는 유튜브는 한쪽 진영의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추천되는 콘텐츠도 계속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생각은 점점 더 확고해졌고, 반대쪽의 의견이나 내용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치뿐 아니라 나 역시 의식적으로라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P.80 “더 나은 예측과 판단을 위해서는 자신의 견해와 다른 의견, 혹은 반대되는 데이터를 오히려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P.87의 “최고의 통찰은 언제나 불편한 곳에서 온다.”​는 문장도 좋았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고, 내가 보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것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어느 한쪽에 쉽게 확신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P.93의 내용도 비슷한 맥락에서 기억에 남았다.

“능력이 낮은 사람은 자기를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높은 사람은 오히려 과소평가한다.”


무지의 봉우리에 선 사람의 자신감이 숙련자의 고원에 선 사람의 자신감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조금밖에 모를 때는 세상이 단순해 보이는데, 여러 가지를 알게 될수록 하나의 현상에도 여러 가지 이유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쉽게 확신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후반부에서는 AI가 내놓는 결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P.176 “모든 결론은 가정 위에 서있다. 가정이 흔들리면 근거가 흔들리고, 근거가 흔들리면 결론이 무너진다.”


AI가 내놓는 답은 빠르고 매끄럽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결론을 그냥 받아들이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결론이 어떤 가정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론 머스크가 말한 제1원리 사고도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결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분해해서 그 안에 있는 가정을 꺼내보고 그 가정이 깨지는 조건까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P.190 “AI가 결론을 빠르게 내려주는 시대일수록,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이해하는 사람이 더 강해진다.”


책을 읽고 나니 처음에 가졌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인생이 좀 쉬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내가 어떤 가정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


P.211 “진짜 자산은 ‘남이 모르는 정보’가 아니다. 남이 다 보는 데이터를, 남보다 빨리, 정확하게 해석하는 능력이다.”


결국 이 책을 읽고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맥락을 읽는 일이었다.


AI가 가져온 결론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내가 가진 생각과 다른 의견도 일부러 찾아보고, 내가 틀릴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조금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처음 기대했던 ‘예측’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계속 점검하면서 다음 판단을 조금씩 더 나아지게 만드는 과정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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