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질서 - 의도를 벗어난 모든 현상에 관한 우주적 대답
뤼디거 달케 지음, 송소민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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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현실을 결정하는 의도와 결과의 비틀림, 그 작동 원리를 파헤친 위대한 해석.”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일은 왜 나쁜 결과를 낳는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는 왜 전쟁을 일으키고, 선을 원한 정치가들은 왜 악의 일부가 되는가.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손, 대립과 공명, 그리고 의식의 비밀.

책의 제목부터 의미심장했고, 책 소개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책을 보는 순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삶에는 분명 ‘보이지 않는 질서’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운명, 혹은 운명의 법칙 같은 것 말이다.


이 책은 의학, 과학, 역사, 철학, 종교, 신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세계를 해석한다. 핵심 개념은 ‘대립’, ‘공명’, 그리고 ‘의식’이다.


P.11 우리는 지구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의 (영적 또는 종교적) 목표는 단일성에 있다. 단일성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어렵다. 그 이유는 우리를 형성하는 모든 것이 대립의 세계에서 태어났고, 우리가 그것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P.13 우리는 양극의 세계에서 산다. 이 세계에서는 흰색과 검은색, 빨간색과 녹색, 큰 것과 작은 것, 선과 악이 짝을 이룬다.

P.18 피조물의 세계에는 어디나 예외 없이 대립성과 공명이 존재한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대립되는 성질들로 이루어져 있다.

낮과 밤, 빛과 그림자, 부자와 거지, 하늘과 땅, 위와 아래, 남자와 여자, 선과 악, 삶과 죽음.


흥미로운 점은 서로 대립되는 성질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이 존재하는 듯 하다. 책은 동전의 양면처럼 대립되는 것을 인식하되,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 세상을 보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한쪽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그에 대립되는 힘이 반드시 작동한다는 것이다. 짝꿍처럼 따라오는 대립성을 인정하고 양면을 함께 바라보라는 메시지다. 이는 내가 평소에 해오던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탈이 난다. 중용, 중도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면서도 가장 어렵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단일성’에 도달하는 것.


P.112 어떤 일을 하기에 충분히 무르익은 사람은 ‘갑자기’ 사방에서 그 일과 맞닥뜨리게 된다. 어떤 사람이 A에 대해 배웠다면, A와 관련된 서적, 영화, 사람들이 마치 주문이라도 한 것처럼 일시에, ‘저절로’ 나타난다. 그것은 그가 공명을 통해 ‘주문’한 것이다.


P.113 공명의 법칙은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서로 화합하게 한다. 꼭 필요한 도움이 사람이나 책, 영화, 경험의 형태로 문득 다가오는 것도 모두 공명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요즘 나는 물질만능주의, 학벌주의,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에 실망하고 있던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조건만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사회 속에서, 그 이면에 있는 본질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유난히 아쉽게 느껴졌다. 그런 시기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나 「파견의 품격 」, 「프로보노」같은 드라마를 마주했다. 내가 막연히 고민하던 ‘무언가’와 드라마가 던지는 주제의식이 서로 맞물려 보였고,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이 바로 ‘공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떠올린 공명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월드컵이다. 온 나라가 하나의 감정과 방향으로 움직였던 그 순간 말이다.

며칠 전 시무식에서 이사장님이 언급하신 ‘동심동력’ 역시 결국은 공명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살다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신기한 순간들이 있다. 간절히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반대로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의식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 그와 관련된 것들만 눈앞에 연이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경험들 역시 이 책이 말하는 대립성과 공명의 작동 방식이 아닐까. 


#2. 

P.132 우리의 영혼은 모든 치우침에서 평형을 이루려 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다시 한번 ‘중용’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인간은 끊임없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만, 그럼에도 영혼은 결국 균형을 향해 나아가려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142 우리는 사물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는 있다. 그럼에도 두 사물을 동시에 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 사이에 시간이라는 환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각자는 자신만의 판단 기준이라는 안경을 쓰고, 자신이 일으킨 공명에 따른 세계를 본다. 그러는 한,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토론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판단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필터인지 새삼 느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를 보고 있으면서도, 같은 세계를 보고 있다고 착각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사회가 불편하게 느껴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면의 본질을 보지 못한 채, 각자의 안경을 사실 자체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P.182 연속성은 물질이 아닌, 서로 연결된 정보, 즉 영혼에 의해 확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엊그제 보았던 문장이 이 책에도 등장해 신기하게 느껴졌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인간사에는 안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그러니 성공에 들뜨지 말고, 역경 앞에서도 지나치게 의기소침하지 마라. 모든 것은 흘러가고 변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시간이 지나면 모든 상황은 달라지고, 나 또한 이전의 내가 아니다.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정보를 지닌 채 흐르고 변화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208 돌 하나를 던지는 자는 우주를 바꾼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같이 진동하기 때문이다.

P.210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회오리를 일으킬 수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 작은 행위 하나가 생각보다 큰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어왔다. 예를 들어, 내가 버스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면 그 기분이 다른 승객에게 전해지고, 그 승객은 또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지도 모른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닐지라도, 미묘한 진동은 분명 이어진다. 그런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P.216 그리스도가 말했다.

“네 형제 중에서 가장 약한 자에게 한 행동이 바로 네가 나에게 한 행동이다.”


이 문장은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살아온 말이다. 약자에게 하느님께 대하듯 따뜻하게 대하려 노력한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겉으로 약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어쩌면 가장 치열하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약함’은 또 다른 형태의 강함일 수 있다.


P.345 운명이란 아주 고약하다… 상대의 그림자는 결국 자기 자신을 상기시킨다.


이 부분에서 특히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나는 한때 남편이 고쳐주었으면 하는 부분만을 바라보다가 이별을 결심했다. 그러나 돌아보니 문제는 그에게만 있지 않았다. 나 역시 많은 결핍과 미숙함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나를 견뎌주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하게 되었다. 상대에게서 느끼는 불편함은 결국 내가 마주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문제였다는 것을, 몸으로 겪으며 알게 되었다. 내가 변하자 관계도 달라졌다.


조금 다른 방향의 해석일 수 있지만, 내가 이해한 ‘단일성’은 결국 사랑이다.

자신을 이해하고(소우주로서의 나), 자신을 사랑하며, 타인과 (대우주로서의 세상) 세상을 사랑하는 것. 소우주와 대우주가 서로 닮아 있다는 말처럼, 사랑은 개인을 넘어 세계로 확장된다. 어떤 종교든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아직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날것 그대로 적다 보니 다소 산만해졌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분명 나의 의식 어딘가를 강하게 흔들어 놓았다. 


전체적으로 ‘~한 듯 하다’라는 표현으로 문장을 마무리한 이유는,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아직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와의 연결, 영적 차원에서의 운명적 법칙을 설명하는 대목들은 전체적인 방향성과 문제의식에는 공감이 가지만, 나의 지적·영적 이해 수준으로는 한 번의 독서만으로 완전히 소화하기에는 다소 모호하고 난해하게 느껴졌다. 의미는 어렴풋이 다가오지만, 그 심연까지는 아직 닿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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