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훈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키워드 : 재회물, 친구(라이벌)에서연인, 전문직, 사내연애, 방송국

DBS 방송국 9년 차 라디오 PD인 이세진. 자신의 프로그램이 바닥을 치는 청취율로 인해 매일 국장에게 깨지고, 5년 차 방송 작가에게 싫은 소리까지 듣는다. 타 방송사에서 라이벌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김준이 DBS에 특채로 들어오면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얼굴을 마주쳐야 하는 상황, 게다가 자신의 상사로 온다니. 2년간 사귀었던 남자는 청혼할 줄 알았더니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며 이별을 통보한다. 올해는 삼재가 분명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국장의 얼굴에 사직서를 멋지게 날리고 멋있게 돌아서는 거야.. 했는데 김준, 이 자식이 손목을 잡아 끈다. 미치도록 싫어하는 녀석인데, 정말 재수 없는 놈인데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세진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 여전하다.

당당하고 야무진 모습으로 고등학교 시절 남성들의 여신이었던 이세진. 할 말 다하면서 똑소리 나게 행동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까지 했던 세진을 13년이 흐르고 방송국에 마주했다. 김준은 세진으로 인해 성적과 스펙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이기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하고, 경시대회에 경쟁적으로 참가했으며, 전교 회장 선거에서는 근소한 표 차이로 회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당했던 그녀가 상처받은 모습으로 있는 것이 신경 쓰인다. 고등학교 시절 당당하고 야무진 모습의 세진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자신이 그녀에게 힘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준과 세진은 중고등학교부터 경쟁 관계였다. 세진은 한결같은 무표정의 준의 얼굴을 보면 저절로 숨이 막힌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사람을 깔아뭉개는 그 얼굴이 싫어서 항상 열받는 건 세진이었고 그래서 뭐든지 열심히 하며 그를 이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경쟁 관계에 있다가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전학을 가게 된 세진이다. 이후에는 아등바등 대학을 졸업하고 라디오 PD로 일하는데, 경쟁 프로그램의 PD가 그 '김준'이었던 것. 악연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세진을 이끌어주는 사람이 준이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한쪽 문을 열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준이었던 것.

라디오 PD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떠올랐다. <사서함~>가 PD와 작가 사이였다면, <아이러니>는 PD 간의 이야기다. 동갑내기 친구가 연인이 되는 이야기라서 '고등학교때 애틋한 사이였던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세진이 준을 일방적으로 오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둘이 연인 사이가 되면서 해묵은 오해를 해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라디오'가 가진 고유의 느낌이란 게 있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 아늑한 밤 풍경, 조곤조곤 귓가를 울리는 이야기. 저녁 10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세진은 그런 풍경을 사랑한다. 아이를 재우고 라디오에 귀 기울이는 모습, 아침 출근을 위해 잠자리에 틀어놓은 라디오처럼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은은한 장막 같은 느낌이 라디오에 있다. '비밀의 정원'이라 이름 지은 길을 준과 걸으면서 느낀 감성, 새벽에 퇴근하며 손에 만져지는 일체감 등이 느껴지는 글이다. 남주인 준이 검사로 있다가 라디오 PD로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와 그와 관련한 갈등이 이 책의 주요 사건이다. 이 부분은 책으로 확인해 보시길.




* 봄미디어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으로 참여해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