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 나는 하루 한번, [나]라는 브랜드를 만난다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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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둔 마케터 강민호의 두 번째 책은 '브랜드 에세이'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마케팅에 능한 저자는 아무래도 "~~하는 것"으로 본인 저서의 브랜딩을 할 모양이다.

책 표지에 표시된 부제는 "나는 하루 한 번 [나]라는 브랜드를 만난다"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나'라는 개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책 내용인 듯하다.


"여러분의 삶이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입니다." - P 9


목차는 크게 두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아주 거칠게 보자면 첫 번째 장인 '끊임없는 일상의 관찰'에선 주로 '나'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두 번째 장 '꾸밈없는 브랜드의 통찰'에선 우리가 흔히 아는 (기업)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 자르듯 구분이 정확하진 않다.

책 부제에 나와 있듯 이 책에선 주로 [나]라는 개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기업)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보조 역할을 하는 구성이다.

"브랜드가 되어가는 것은 삶의 영역과 일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P 47)

"영화에는 속편 징크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화 속편들의 스코어를 살펴보면 이것은 징크스가 아니라 사실에 가깝습니다. 왜 영화의 속편은 성공하기 어려운 것일까요?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전작의 큰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작을 호평했던 고객들을 또다시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속편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고객을 만족시키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전편을 통해 높아진 고객들의 기대수준에 있습니다."(<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P 153)

저자의 전작에 나오는 내용인데 이걸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한다.

아쉽지만 내겐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이 바로 이 이론에 적합하다.

워낙 전작이 뛰어나고 만족도가 높았기에, 두 번째 책인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에선 그만한 흥미를 찾기 힘들었다.

이번 책도 2루타 정도는 되지만, 이전 타석에서 장외 홈런을 쳤기에...^^

전작이 가방끈 긴 고명하신 마케터들이 쓴 책들과 달리 산전수전 다 겪은 저자의 진솔함과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이 마음에 와닿았다면, 이번 책은 '브랜드 에세이'라고는 하나 개인, 기업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가 뒤죽박죽되어 교통정리가 약간 필요한 듯 읽혔고 개인 브랜드를 강조하다 보니 어찌 보면 이미 나와 있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과 엇비슷하게 느껴졌다.

마케터 강민호의 강점이 희석되었다고 할까.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하여간 그렇게 느꼈다.


자기 PR 시대라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나]라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 어떻게 해야 어제보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당신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사람입니다."(P 54)

"직장인이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직업인이 직업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없습니다... (중략)

많은 회사들이 갈수록 일할 장소만을 필요로 하는 직장인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는 계속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나'라는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은 직업인이 되어간다는 뜻입니다."(P 70)


"대부분의 사회적 현상과 트렌드의 작동원리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결핍이 존재한다는 증거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은근한 자랑과 과시가 담긴 사진을 보면 반대로 그 사진을 올린 사람의 결핍이 무엇인지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정의에 대한 콘텐츠가 유행하는 사회는 정의가 결핍된 사회일 확률이 높습니다." - P 145


현대는 SNS의 시대다.

직장에서의 모습과 SNS 상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분들도 많다.

리뷰를 작성하는 이 순간도 어쩌면 [나]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 리뷰를 읽을 분들, 적어도 이웃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나]라는 브랜드는 도서 리뷰 전문 블로거로서 작으나마 브랜드를 구축할 수도 있다. 정말 뛰어나다면 좁은 문을 뚫고 '덕업일치'의 단계로 가는 분들도 실제로 있고 SNS 시대에는 취미가 직업이 된 분들도 가끔 나오잖나.

"소위 SNS의 인플루언서들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열정적인 사람들입니다. 시도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튜브, SNS 등에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은 막연한 기분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P 80)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뀌어도 [나]라는 브랜드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적어도 어제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향기를 전달하고, 도움을 받기보다는 주는 사람이 되자! 저자의 차기작을 기다리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 무엇일까요?

결국 무슨 일이든 그 시작과 끝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P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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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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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경제·경영 분야 10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부제는 "인문학적 마케팅 사고방식"이다.

기존 마케팅 개념에 반기를 들고 인문학에 기초한 단순하고 정직한, 본질에 충실한 마케팅을 강조하는 책이다.

훌륭한 책은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개념 설명 없이도 저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고객의 심장에 명중시키는 데 그런 전범으로 삼을만하다. 이런 책 다져진 내공이 아니면 아무나 쓸 수 없다.

"특히 전문적인 경영학이나 마케팅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지양했으며, 현학적인 태도를 드러내기보다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P 252)


저자의 다음 책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에 보면 이 책의 출간에 대한 비화가 소개되어 있다.

"처음에는 거의 모든 출판사에서 이 책은 안 될 거라 이야기했습니다. 일단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이 철학책인지 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내용이 마케팅치고는 너무 원론적이고 SNS 블로그 마케팅 같이 실제 도움이 되는 테크닉에 대한 소개가 부족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P 87)

30곳이 넘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주 작은 1인 출판사를 통해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출판계 선수들이 안 된다고 'NO' 했지만 눈밝은 다수 독자들은 이 책의 가치를 읽어냈다.

저자가 주장하는 마케팅에 관한 "기본적인 본질"이 먹힌 것!


수능 만점자에게 매스컴이 묻는다.

"비결이 뭔가요?"

"학교 수업에 충실했습니다."

이런 맥빠진 대답을 들으려고 내가 물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지만, 아니면 만점자가 제시한 답변이 본인이 실제로 한 행동과는 다른 모범답안이라 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은 살아 있지 아니한가.

비교적 나이가 많지 않은 축에 드는 강민호 마케터의 데뷔작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선 이걸 강조한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마케팅의 세계에도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흔히들 범하는 마케팅의 오류가 '변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기에, 제대로 마케팅에 접근하려면 '변하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 여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는 이 내용을 이렇게 이해했다.

본 바탕이 예쁘지 않은 여자가 화장발로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지만,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

또한 본 바탕이 아무리 예뻐도 내면의 아름다움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인형'에 불과하다고.

어찌 보면 마케팅의 개념은 화장에 비슷하다.

본질이 좋지 않은데 마케팅만 쏟아붓는다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진 않는다.

요즘 고객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아서 한 번은 속을지언정 두 번까지 속지는 않는다.

"먼저 무언가 얻으려고 거래를 시도하면 상대방은 금세 알아차립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관계에 집중하면 이익은 저절로 구해지는 것입니다."(P 235)

당신이 가수라면 노래를 잘 해야 할 것이고, 연기자라면 연기를 잘 해야 하고, 음식점이라면 음식이 맛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최고의 요리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향후 방향은 정해졌다.

"변하는 것"(거래, 유행, 현상)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관계, 기본, 본질)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 관점에서 0부터 다시 시작하라!


"좋은 전략의 핵심은 바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기회요인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 P 221


가장 중요한 고객은 잠재 고객, 가망고객 단계를 거친 신규 고객이 아니라 내부고객이라는 혜안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이 예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한 '을들의 반란'에서 최근 자주 본다.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한다'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다.

어쩌면 여기가 성공자와 실패자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 닥치면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 비용 절감을 우선순위에 두고, 본질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는 기업들은 결국 가격 경쟁의 레드 오션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가치를 추구하면 이익은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익을 구하느라 가치를 놓치고 마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이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목적은 이익창출이 아닙니다. 바로 가치창출입니다."(P 107)

연령대별로 본인이 겪은 솔직 담백한 좌절의 역사로 프롤로그를 여는 이 책은 다소 특이하게도 중요한 부분에 아예 분홍색으로 밑줄이 쳐져 있다.

'1인 브랜드'라는 말을 요즘 많이 한다. SNS나 유튜브 붐을 타고 개개인이 브랜드인 시대다.

'인문학적 마케팅 사고방식'을 표방하는 이 책은 마케팅의 본질을 건드린다.

비단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있는 자가 아니라도, '1인 브랜드'라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마케팅의 핵심에 대한 통찰을 전달하는 빼어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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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알고 싶은 영어책 : 순한 맛 - 수백만 영포자가 믿고 배우는 유진쌤 기초 영문법 바른독학영어(바독영) 시리즈 1
피유진 지음 / 서사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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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개설한 영어 공부 블로그 <바른독학영어, 바른토플>, '18년 시작한 유튜브 채널 <바른독학영어>를 통해 세계 각지의 학생들과 영어 학습으로 불철주야 소통하고 있는 '유진쌤' 피유진의 첫 번째 책이다.

바른독학영어 '바독영' 시리즈 1권으로 나온 <나 혼자만 알고 싶은 영어책>(순한 맛)은 "수백만 영포자가 믿고 배우는 유진쌤 기초 영문법"이 콘셉트다.

순한 맛의 기초 영문법이라니... 어쨌든 문법책이라 생각하고 책을 펼치게 된다.

자, 우선 유진쌤이 생각하는 이 책의 예상 독자 되시겠다.

1. bee, tree, agriculture, heritage와 같은 단어나 Whay are you up to?, This water tastes like lemon.과 같은 문장을 곧바로 해석하거나 말할 수 없는 분들

2. 가장 쉬운 영문법 책을 찾는 분들

3. '왕기초'나 '영포자'용 책도 너무 어려운 분들

4. 자녀와 함께 영어 공부하시는 영어 초보자 분들

3번에 주목하자.

'왕초보'용 문법책도 두려워하는 분들이 대상이라고 한다.

유진쌤은 '영포자'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포자는 '영어 포기자'가 아니라 '영어를 포기하게 하는 자', 학생이 아닌 선생에게 붙어야 하는 불명예라고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씨를 가진 분이다. 이런 분이 그간 다양한 '영포자'들을 만나 이들의 등대가 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었고 그 과정에서 체득한 학습법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 과정을 따라 하면서 이 강의 자료가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당신이 이 책의 예상 독자가 아니라면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 없이 본인에게 맞는 처방전을 받으면 될 듯하다. 적어도 서점에서 책 내용은 확인이 가능하잖나.

책의 구성은 이렇게 명사 / 관사 / 형용사 / 전치사 / 동사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법책이면 이럴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깨면서 놀랍게도 명사 편은 8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영문법 책이라기보다는 'Vocabulary' 책 같은 구성을 보여주는데, 놀랍게도 이 분량이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과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해 무게중심을 둔 건 그만큼 유진쌤이 명사, 즉 기본 단어가 영포자들에게 중요하단 의미로 생각된다.

여기에 실린 단어들의 선정 기준은

1. (옥스포드와 롱맨에서 선정한)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3,000개의 단어집 2편

2. (한국 기준) 중학 영어 단어

3. (미국 기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배우는 단어다.

상대적으로 형용사나 부사보다는 한국인들이 어려워하는 관사와 전치사의 비중이 높은 구성이다.

[a, an, the]로 종류가 간단한 관사보다는 종류가 훨씬 다양한 전치사에 많은 페이지가 할애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책의 활용도는 전적으로 당신의 수준에 달려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유진쌤 말대로 절대로 영어를 과거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눈으로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

책에서 강조한 바대로 큰 소리로 읽고, 발음을 찾아서 반복 청취하고 책에 연결되어 있는 퀴즈렛 같은 다양한 링크들을 적극 활용해서, SNS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이 책을 활용해야 한다.

당연히 유진쌤 블로그나 유튜브 활용은 기본이고.

"NEVER GIVE UP! YOU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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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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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빅 엔젤'이란 죽음을 앞둔 남자가 있다.

그는 멕시코 태생으로 미국으로 이주해서 일가를 이룬 가장인데, 암 선고를 받고 70세 생일을 맞이한다.

생일 1주일 전 그의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돌아가시자, 빅 엔젤은 장례식을 미뤄 [모친 장례식 + 본인 생일]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는 이번이 대가족과 함께 하는 마지막 생일임을 잘 알고 있다.

이 가족의 행사를 위해 3대에 걸친 그의 일가친척이 몰려든다. 여기에는 빅 엔젤의 이복형제인 '리틀 엔젤'과 이복 자녀인 '인디오'도 포함되어 있고, 소란하고 요란스러운 멕시코 혈통은 가족의 재회를 시끌벅적한 소동극으로 만든다. 이들은 미국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지만, 멕시칸이란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 빅 엔젤의 아빠 돈 안토니오가 가족을 버리고, 미국 여자 베티와 살면서 낳은 '리틀 엔젤'을 미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우리 과'가 아니라고 배척한다.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이런 형제 관계가 사이가 좋을 리는 없으리라.

돈 안토니오가 이들을 버리고 나서 빅 엔젤이 겪은 고생 수난사를 생각하면 '원인의 결과물' 리틀 엔젤을 곱게 볼 수는 없을 거고.

 

이런 가족 드라마에서 흔히 발견되는 '어디든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보편타당한 설정은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원제 THE HOUSE OF BROKEN ANGELS)에 붙이긴 어려울 듯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복형제, 이복 자녀란 흔하지 않은 '콩가루' 설정도 그렇고, 지나치게 강한 멕시코 지역색도 정서적으로 적응하기 쉽지 않다.

시끌벅적한 멕시코 혈통은 소설 속에서 '바람을 피운다'는 경계가 흐릿한 듯 보인다. 친척 관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돈 안토니오도 미국 여자를 만나 큰 어려움 없이(?) 멕시코 패밀리를 버릴 수 있고, 미국 여자 베티에게 버림받자 놀랍게도 다시 빅 엔젤에게 의탁한다. 이런 구조다 보니 이복형제 & 자녀가 쉽게 생길 수 있나 보다.

아버지가 정확히 누군지를 모르는 자녀들도 소설엔 당연하다는 듯 나온다.

좋게 말하면 개방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문란한 성생활이 멕시코적인 것인지, 아니면 유독 빅 엔젤 패밀리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이들 사회에서 가장의 위치는 가부장으로서 거의 절대적으로 그려진다.

거의 그 가족 내부에서는 가족을 대표하는 왕의 위상이다. 그가 한량이었든 마초였든...

아쉽게도 자녀에게 끔찍한 폭력을 휘두르는 건 돈 안토니오를 거쳐 빅 엔젤에게도 그대로 세습되어, 가뜩이나 친부가 아니어서 빅 엔젤을 인정하지 않던 인디오는 결국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만다.

빅 엔젤의 마지막을 앞두고, 그의 권위를 이제는 리틀 엔젤이 물려받아 가족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심장한 대화가 나온다. 리틀 엔젤은 자신의 가족 내 위치라든지, 혈통의 순수성을 이유로 자신은 대권을 받을 수 없고, 빅 엔젤의 그나마 제정신인 딸 미니가 적임자라고 권하고, 이제는 여자도 그런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시대가 변했음을 강변한다.

이 간략한 시놉시스를 보면 대부분 독자들은 뭔가 삐거덕거리고 곪아 있던 가족 관계가 주인공의 임종을 앞두고 감동스러운 화해, 인생에 대한 찬미를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런 전개를 그리기 쉬운데 이 소설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뚜렷한 기승전결이나 핵심 스토리라인은 없는 편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는 이들의 수다를 듣는듯한 기분으로 달린다. 개별 구성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살짝 페이지를 잡아먹으면서 그들의 소용돌이치는 인생사가 때론 희극으로, 대부분은 비극으로 소개된다.

3대에 걸친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헷갈리게 등장하니, 잘 파악이 안 되면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리틀 엔젤이 그린 가계도를 자꾸 들춰 보면서 참고하면 좋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가족 구성원이 많다 보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많고, 가족 간 반목과 오해도 많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에서는 그런 갈등이 감동적으로 봉합되는 결말은 아니다.

총잡이와 한바탕을 벌이며 인디오도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오랜 기간 겉으로는 냉랭했던 두 명의 '엔젤'(빅&리틀)도 서로를 이해하는 훈훈한 마무리를 보이긴 하지만 그건 그냥 담담할 따름인데, 그 이유는 내가 보기엔 이렇다.

'당신이 불치병으로 내년 생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간 소원했던 가족들이 모였다.

굳이 이들과 원수 관계로, 미움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날 이유가 있을까?'

 

본인의 인생을 소설로 쓰면 10권의 대하소설이 된다는 허풍도 많지만, 저자의 친형 '후안'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빅 엔젤은 적어도 적을 인생사가 500페이지 이상은 된다.

빅 엔젤은 그래도 평생의 반려자 페를라의 흔들리지 않는 사랑이 있고, 수다스럽지만 사랑하는 많은 가족이 있어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

"여보. 이만하면 충분해."

그런 게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이 아니겠나. R.I.P 빅 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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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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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나게 되는 시리즈 3편이다. 역시 이번에도 첫 페이지를 넘기면 끝까지 한 호흡에 달릴 수밖에 없는 초강력 페이지터너다.

전편에서 조직 전체의 이해보다는 본인들의 입신양명만이 유일한 관심인 은행 내부의 파벌과 일합을 겨루었던 한자와는 적들은 쓰러뜨렸지만, 그 결과 결국 은행 내에서는 자리를 찾지 못하고 계열사인 증권사로 파견 근무 나가 있다. 말이 파견이지 좌천이다.

잘못한 게 없기에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낼 거 같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주인공 한자와는 멘탈의 급이 다르다. 주어진 상황에서 실력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사람, 그게 한자와다.

"모리야마, 싸워. 나도 싸울 테니. 그런 식으로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한,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하니까. 그렇게 믿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P 451)

그가 이번에 휘말리는 사건은 IT업계의 M&A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다.

도쿄중앙은행을 무대로, 시리즈를 관통하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는 여기서 M&A를 통해 극대화된다.

약하면 사냥 당해 먹히는 거고, 그 기업은 존재도 없이 사라진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방법 외엔 없는데, 상대의 약점은 내가 살기 위한 유일한 동아줄일 뿐이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름다운 결말은 이 동네에 존재하지 않는다.

 

2012년 일본에서 출간된 시리즈 3편의 무대는 2004년, 이치로가 MLB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한 해다.

이때는 거품 경제가 붕괴한 이후 시기로, 소설 속에서는 성장의 과실을 따 먹은 '거품 세대'와 모리야마로 대표되는 그 이후 '잃어버린 세대'의 세대 간 갈등이 중요하게 묘사된다. 마치 오늘날 한국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에 반감을 가지는 것처럼.

3편의 부제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은 투덜이로 무기력하게 살지 말기를 '잃어버린 세대'에게 주문하는 작가의 당부로 읽힌다.

"올해인 2004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거품이 붕괴한 뒤, 세상 전체가 불경기라는 이름의 터널로 들어가 출구를 발견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괴로워했던 지난 10년.

1994년부터 2004년에 걸친 취업 빙하기에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 그런 그들을 나중에 모 신문에서 사용한 명칭에 따라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 즉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게 되었다.(중략)

대량 채용 덕분에 머릿수만 많은 거품 세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소수 정예의 잃어버린 세대가 혹사당하고 학대받고 있다."(P 34)

"총무팀이 싫다면 실력으로 일을 따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불평하지 말고 지금 맡은 일을 해내세요.

일은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빼았는 겁니다!"(P 195)

 

이케이도 준은 '우리의 주인공' 한자와와 '잃어버린 세대' 모리야마를 등장시켜 그가 일본 사회에 전하고 싶은 가치관과 직업관을 전파한다.

그 결과 단순히 은행을 무대로 한 기막히게 재미있는 기업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위상에서 묵직한 주제의식까지 겸비한 걸작으로 탄생했다. 그래서인가 독자들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책이 바로 3편이라고.

독자로서 한자와와의 공감지수는 더욱 친밀해진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지. 일은 고객을 위해 해야 하는 법이야.

나아가서는 세상을 위해 해야 하는 법이고.

그 대원칙을 잃어버렸을 때, 인간은 자기를 위해서만 일하게 되지.

자신만을 위해 일을 하면 소극적이고 비굴해지며, 자기 사정에 따라 추악하게 일그러질 수밖에 없어.

그런 자들이 늘어나면 조직은 당연히 썩을 수밖에 없고, 조직이 썩으면 세상도 썩을 수밖에 없고. 알겠어?(P 450)

소설 속에서도 시간이 흘러 1편의 혈기 넘치던 한자와는 더욱 노련해지고 능수능란해졌다.

정의를 구현했음에도 은행이라는 큰 조직 안에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자와는 3편에서 진실을 알게 된 은행장, 무뚝뚝하지만 강단이 있는 나이토 영업부장, 고지식한 효도 인사부장 등 대놓고 한자와를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은근한 응원군의 도움으로 은행 영업부로 복권되는 결말로, 작가는 2편의 결과로 다소 위축된 한자와에게 힘을 싣는다.

이 과정은 폭풍 감동이라 눈가에 물기가 어리는 걸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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