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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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나게 되는 시리즈 3편이다. 역시 이번에도 첫 페이지를 넘기면 끝까지 한 호흡에 달릴 수밖에 없는 초강력 페이지터너다.

전편에서 조직 전체의 이해보다는 본인들의 입신양명만이 유일한 관심인 은행 내부의 파벌과 일합을 겨루었던 한자와는 적들은 쓰러뜨렸지만, 그 결과 결국 은행 내에서는 자리를 찾지 못하고 계열사인 증권사로 파견 근무 나가 있다. 말이 파견이지 좌천이다.

잘못한 게 없기에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낼 거 같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주인공 한자와는 멘탈의 급이 다르다. 주어진 상황에서 실력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사람, 그게 한자와다.

"모리야마, 싸워. 나도 싸울 테니. 그런 식으로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한,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하니까. 그렇게 믿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P 451)

그가 이번에 휘말리는 사건은 IT업계의 M&A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다.

도쿄중앙은행을 무대로, 시리즈를 관통하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는 여기서 M&A를 통해 극대화된다.

약하면 사냥 당해 먹히는 거고, 그 기업은 존재도 없이 사라진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방법 외엔 없는데, 상대의 약점은 내가 살기 위한 유일한 동아줄일 뿐이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름다운 결말은 이 동네에 존재하지 않는다.

 

2012년 일본에서 출간된 시리즈 3편의 무대는 2004년, 이치로가 MLB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한 해다.

이때는 거품 경제가 붕괴한 이후 시기로, 소설 속에서는 성장의 과실을 따 먹은 '거품 세대'와 모리야마로 대표되는 그 이후 '잃어버린 세대'의 세대 간 갈등이 중요하게 묘사된다. 마치 오늘날 한국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에 반감을 가지는 것처럼.

3편의 부제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은 투덜이로 무기력하게 살지 말기를 '잃어버린 세대'에게 주문하는 작가의 당부로 읽힌다.

"올해인 2004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거품이 붕괴한 뒤, 세상 전체가 불경기라는 이름의 터널로 들어가 출구를 발견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괴로워했던 지난 10년.

1994년부터 2004년에 걸친 취업 빙하기에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 그런 그들을 나중에 모 신문에서 사용한 명칭에 따라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 즉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게 되었다.(중략)

대량 채용 덕분에 머릿수만 많은 거품 세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소수 정예의 잃어버린 세대가 혹사당하고 학대받고 있다."(P 34)

"총무팀이 싫다면 실력으로 일을 따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불평하지 말고 지금 맡은 일을 해내세요.

일은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빼았는 겁니다!"(P 195)

 

이케이도 준은 '우리의 주인공' 한자와와 '잃어버린 세대' 모리야마를 등장시켜 그가 일본 사회에 전하고 싶은 가치관과 직업관을 전파한다.

그 결과 단순히 은행을 무대로 한 기막히게 재미있는 기업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위상에서 묵직한 주제의식까지 겸비한 걸작으로 탄생했다. 그래서인가 독자들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책이 바로 3편이라고.

독자로서 한자와와의 공감지수는 더욱 친밀해진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지. 일은 고객을 위해 해야 하는 법이야.

나아가서는 세상을 위해 해야 하는 법이고.

그 대원칙을 잃어버렸을 때, 인간은 자기를 위해서만 일하게 되지.

자신만을 위해 일을 하면 소극적이고 비굴해지며, 자기 사정에 따라 추악하게 일그러질 수밖에 없어.

그런 자들이 늘어나면 조직은 당연히 썩을 수밖에 없고, 조직이 썩으면 세상도 썩을 수밖에 없고. 알겠어?(P 450)

소설 속에서도 시간이 흘러 1편의 혈기 넘치던 한자와는 더욱 노련해지고 능수능란해졌다.

정의를 구현했음에도 은행이라는 큰 조직 안에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자와는 3편에서 진실을 알게 된 은행장, 무뚝뚝하지만 강단이 있는 나이토 영업부장, 고지식한 효도 인사부장 등 대놓고 한자와를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은근한 응원군의 도움으로 은행 영업부로 복권되는 결말로, 작가는 2편의 결과로 다소 위축된 한자와에게 힘을 싣는다.

이 과정은 폭풍 감동이라 눈가에 물기가 어리는 걸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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