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10분만 푸른도서관 74
조규미 지음 / 푸른책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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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늘 깨달음을 남긴다. 그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감정 기복이 심하고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춘기 아이들의 경우는 말해 무엇하랴.

대표적인 예가 <옥상에서 10분만>인 것 같다. 

 

첫 키스 그것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지희. 현우로부터 그것을 간절히 원했던 것 같으면서도 막상 그 순간엔 불쾌함을 느낀다. 그 감정이 정확히 무언지 잘 알지 못한 채 밀어내고, 도망치듯 현장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곤 본인이 꿈꾸었던 것과 현실에서 일어난 일의 괴리를 혼란스러워한다. 사건은 타인에 의해 키워진다. 지희는 떼밀리듯 주변에 휘둘려 그 일을 마치 남의 일인 양 방관하면서 비겁하게 빠져 나가고, 최후의 순간에조차 용기있게 굴지 못함으로써 현우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고야 만다. 

 

사춘기라는 거대한 강을 건너가는 동안 아이들은 스스로도 왜 그러는지 모르는 채로 행동하기도 하고, 저지르고 나서 후회하기도 한다. 왜? 아직은 사유의 힘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재고 따지고 헤아려서 손익을 따진 후 행동할 만큼 계산적이고 영악스러운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희와 같은 경험을, 현우와 같은 경험을,  겪은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현우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얼마나 분하고 억울했을까. 그애가 보낸 분노와 억울함의 시간을 헤아리게 된다. 그러므로 뒤늦게마나 현우가 겪었을 고통의 시간을 생각하며 만나서 진심으로 사과하고자 하는 지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너의 우산 속에서 우리는> 이 작품도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떠한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다른 누군가는 가해자가 된다. 세상의 잣대가 그러하다. 그러나 때로는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

 

가해자로 보이는 아이도 상처받은 아이라는 것. 어쩌면 오해와 굴욕의 시간들이 치유되지 않은 채, 더 심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것. 아이들을 기르는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 실린 5편의 이야기들...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나또한 주변에서 익히 보고 들었으며 그때마다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왔다. 그래서인지 5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대체만족을 느꼈고 매우 흡족했다. 

 

아마 여기 실린 작품을 읽으면서 치유의 효과를 누리는 청소년들이 꽤 있으리라. 그만큼 작가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작가의 시각이다. 때론 피해자, 때론 가해자이지만 그 어느 쪽도 다 우리 아이들, 이라는 시각이다. 마치 알을 품고 있는 어미닭처럼 말이다. 작가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

 

어른같은 어른이 절실한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책.

아이들을 더 잘 알고 싶은 어른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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