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여친 - 제12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46
박현정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엔 여러 단편이 실려 있는데 특히 '두 얼굴의 여친'이 재미있고 단박에 읽혔다.

주변에 보면 이혼이 많아지면서 재혼 가정도 많아진 것 같다. 어른들이야 어떡하든 헤쳐나가겠지만 그 복잡한 일들이 진행되는 와중에 아이들이 얼마나 두렵고 슬프고 걱정이 많을까를 생각하면 새삼 미안하고 안쓰러운 감정이 일 때가 있다. 

 

이 작품 '두 얼굴의 여친'은 재혼가정을 꾸리려는 아빠 엄마와 각각의 아이들 얘기다. 그런데 작가가 이야기를 참 세련되게 풀어간다. 주인공 소년 안경우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랑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가 전에 없던 행동을 하고 집안은 마치 우렁각시라도 다녀간 거처럼 살림살이의 작은 변화가 조금씩 자주 느껴진다. 

 

독자는 소년 경우의 눈과 마음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같이 느낀다. 새별이 이야기도 같은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학온 새별이. 참 마음에 드는 아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학교에서와 동네에서의 행동이 다르다. 게다가 나에게 하는 소위 싸가지 없는 행동이란! 도대체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나를 향한 새별이의 미움. 조새별, 너 왜 그러는 거니? 

 

 

알고 보니 새별이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쩌면 아빠 엄마에 의해 한집 식구가 될지도 모르는 두 아이들. 기싸움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아마 이 스윗홈은 새 식구들이 겉으론 웃고 있어도 피 튀기는 정글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미움을 미움 그 자체로 다 드러내는 걸 보면 새별이도 아직은 순진한 아이인 듯.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를 많이 받았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강한, 여리디 여린 아이였다. 그리고 경우가 아빠한테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아줌마를 천천히 만나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 이들 가족이 지혜롭게 잘 해나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이야기가 대단원을 향할 때쯤 나는 안도감과 함께 '그래, 이 사람들은 잘 어울리는 가족이 될 거야' 라는 확신이 들었다. 경우의 순박함과 유머러스함, 그 여유가 까칠한 새별이를 포용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땅의 모든 경우와 새별이가 진정한 스윗홈에서 밝고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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