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초등학교 스캔들 높은 학년 동화 23
하은경 지음, 오승민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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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사랑이었다.

사랑하는 외동딸을 환경이 좋은 학교에 보내어

훌륭히 키우고 싶다는 엄마 아빠의 지극한 자식 사랑.

 

유명 사립초등학교가 뭐그리 좋다고.

과연 얼마나 좋은 것이기에!

 

하지만 옳지 못한 방법으로 그 학교에 들어왔고

그 사실이 누군가에 의해 폭로되었을 때,

그래서 마치 오염된 물체처럼 남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떳떳하게 자기를 밝힐 수조차

없는 이중의 고통 속에 놓인 아이는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아이에게 이 모든 고난과 슬픔을 만들어준 사람,

목을 죄는 듯한 고통을 안겨준 사람은,

다름아닌 엄마 아빠다.

 

어른들은 사랑한다면서 이렇게 자식을 극심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때론 몰라서 때론 알면서도 (미필적 고의로)

우리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짓, 옳지 못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 책의 어딘가에 그런 구절이 나온다.

“사회에 첫 발을 내미는 우리 딸한테 그런 올가미를 씌워서

내보낼 생각이야? 당신은 그걸 엘리트 코스의 첫 출발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러면 당신처럼 될 것 같아? 그래서 당신은

지금 행복해? 흥, 비리의 온상에 아이를 떠미는 줄 모르고!”

 

미도 엄마가 한 말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 좋은 환경이란 게 무엇인지?

그걸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그 관점은 결국 부모의 생각(철학)이다. 

그거야말로 자기 아이에게 물려주는 가장

중요한 ‘정신의 유산’ 이다.

 

좋은 환경이란 돈으로 채워넣은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편안한 마음이 최고이고

좋은 관계, 그것이 최고의 환경이라는 걸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아이가 읽어도 물론 재미있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추리하면서 잠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긴장되고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어떻게 아이들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어른들의 필독서라 할 만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의 거울이다.

그들의 우정이 어떻게 시작되고, 그들이 어떻게 우정을

발견하는지, 그 우정을 어떻게 지켜나가는지를 보라.

뭉클하지 않은가.

 

아이들이야말로 정말 영리하다.

정말 중요한 것 진짜인 것을 찾아낼 줄 안다.

문제의 핵심을 깨닫고 그들 스스로 출구를 찾아가는

대단원의 모습은 안쓰러운 중에도 참 대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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