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본가
김형준 지음 / 월천상회 / 2021년 5월
평점 :
내게는 좀 어려운 책이었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때문에 몇 번을 거듭 반복해서 보았다.
키워드는 '똥'이라고 보았다.
알뿌리를 씹어 먹으면서 “이걸 먹어도 절대로 똥을 싸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나.
하지만 나는 어떻게 되었는가.
절대로 똥을 싸고 싶지 않았지만,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내 몸은 똥을 방출한다.
마구마구 똥이 나오고 마침내 나는 똥더미에 빠져 허우적댄다.
‘비가 내리는 게 아니라 내리는 게 비’ 라는 얘기와 ‘내가 걷는 게 아니라 걷는 것이 나’라는 얘기는 쉽게 이해되지 않기도 하거니와 언어적 유희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똥얘기는 훨씬더 직설적이면서 명료하게 와닿는다.
인간은 그런 것이다. 똥을 싸지 않고는 나라는 존재를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우아하고 고상한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인 것 같아도 우리는 직립보행을 하는 원시인 시절부터 먹으면 똥을 싸고 그 똥이 섞인 흙에서 자란 알뿌리를 먹으면서 삶을 영위해온 존재인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우리가 부정할 수 있을까. NO.
'우린 어떻게 자유로워지는 걸까?’ 라는 물음에 대해 그러므로 우리는 답한다.
우리는 알뿌리로부터, 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그게 우리라고.
알뿌리도 자연이고 똥도 자연이고 우리도 자연이다. 우리는 자연 위에 존재하는 만물의 영장이거나 자연을 다스리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일 뿐이다. 단지 자연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