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은 광복선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김경숙 지음, 서영경.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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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본에 유학간 친구로부터 8월이 되면 일본은 원폭 희생자를 기리며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위기, 라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째서? 어째서 너희가 전쟁 희생자라는 생각을 하는 거지?  실로 어처구니 없었다.

 

 

자기들이 벌인 전쟁이 아닌가. 물론, 전쟁을 벌인 사람들은 위정자들이고. 그렇게 전쟁을 벌이고 나면 희생되는 사람들은 죄 없는 국민들이다. 일본 국민들도 전쟁에 동원되어 죄 없이 죽어갔다. 원폭에 희생된 많은 일본 국민들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더욱더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과오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다. 과오를 깨끗히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게 옳다. 불을 보듯 뻔한 일을 끝까지 발뺌하고 끊임없이 왜곡하고 지금도 역시 호시탐탐 전쟁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으니, 이렇게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

 

 

 

특히 이 책의 서사인 우키시마 호 비극은 알면 알수록 놀랍고 가슴 아픈 이야기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종전되자 당시 일본에 노동력으로서 강제 동원되었던 우리 국민들은 이제야말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그들은 우키시마호 좁디좁은 방에 쪼그려 앉아 일본에서의 고생담을 털어놓으며 서로를 위로했고 몇날 며칠을 반복해도 하나도 질리지 않는 고향 이야기로 희망을 품었다.

  

"우리 고향은 영동 비단강이에요. 강이 비단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에요. 노을이 질 땐 강이 붉은 비단처럼 보여지요. 여름엔 초록 비단이 되고 겨울엔 흰 비단이 되는데, 아주 장관이지요."

 

 

그들은 고생되었던 일본에서의 일들은 잊고 싶었다. 아이들을 고향에서 기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곧 그리운 가족을 만난다.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야지. 고향땅에서 열심히 일해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들은 그런 생각으로 배에서의 지루한 항해를 견디며 이제나 저제나 부산에 도착할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여전히 구천을 헤매고 있을 그들 영혼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어떤 것이 그들에게 위로가 될까.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만이 그들의 영혼을 아주 조금,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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