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만난 세계사 라임 틴틴 스쿨 13
손주현 지음 / 라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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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동물원에서 유유자적 걸어가고 있는 코끼리를 보고 우리는 즐겁지만 과연 코끼리는 즐거울까. 그 코끼리가 거기 있기까지 어떤 경로와 과정을 거쳤을까. 동물원이라는 게 대체 언제부터 있었을까.

 

한번쯤은 생각했지만 잘 알지 못하므로 생각하다가 포기했던 그 이야기들을 먼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죽 훑어가면서 서술해주고 있다.

편안하게 잘 읽히고 무엇보다도 관점이 좋다. 

 

어머어마한 규모의 동물원 사업의 이면. 그 과정에서 죽어갔던 숱한 동물들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야생에서 살던 고릴라는 잡혀온 후 동물원에 가둬진다. 고릴라는 등을 돌리고 앉아 관람객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의 눈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던지 스스로의 눈을 가리기도 했단다. 그렇게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고릴라는 결국 땅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렸다고 한다. 

 

코끼리도 마찬가지. 잡아오기 힘들었으나 미친듯이 우리를 오가며 뛰어다니다가 먹이를 거부하며 끝내 죽어버리기도. 그래서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새끼를 잡아온다. 하지만 어린 코끼리를 잡으려고 하면 어른 코끼리들은 여러 마리가 방어벽을 쳐서 그 아이를 보호한단다. 어른 코끼리 방어벽을 무너뜨리려면 결국 전부 죽이는 수밖에 없어 사냥꾼들은 연발총으로 어른 코끼리들에게 마구잡이 총알을 날린다는 것. 

 

이런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참으로 인간들은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 얼마나 무수히 잔악한 짓을 해대었던 것일까. 

 

이 책의 어느 대목엔가 그런 구절이 있다. 

 

코끼리만큼 감정적인 동물도 없다고. 코끼리들은 떼지어 이동할 때 다리가 불구인 친구를 위해 모두가 속도를 맞춰 걷는단다. 또, 코끼리는 동료를 만나면 행복에 겨워 커다란 귀를 펄럭이며 괴성을 지른다고 한다. 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는 이런 코끼리들을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떼어놓고 콘크리트 동물원에 가둬둔 채 우리의 방식으로 보고 즐거워했다. 특히나 어른 코끼리들이 아기 코끼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여럿이서 빙 둘러싼 채 목숨을 걸고 지킨다는 얘기, 그 목숨을 건 방어벽은 참으로 코끼리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감동을 갖게 했다. 

몰랐던 사실을 깨우치며 인간으로서 반성과 부끄러움을 갖게 하고. 조금은 진화된 느낌을 갖게 하는 귀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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