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가 바란 대로였다. 아무도 그의 의도를 해득하지 못했고,돌바닥에 깨진 그의 머리가 마지막으로 계획한 것들은 차곡차곡 실행되었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되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 실행이었다. - P178
중국 전한 시대의 역사가인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아는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알고 있는 대로 처신하는 것이 어려운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세상에는 ‘알고 있는 것 자체를 마치 패션처럼 생각해 허세를 부리며 흡족해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지만, 사마천이 그 옛날 지적했던 것처럼 중요한 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 P105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씨가 있는 곳)"소설의 훌륭한 점은, 읽고 있는 가운데 ‘거짓말을 검증하는능력‘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거짓말 더미 같은 것이라 오랫동안 소설을 읽으면 무엇이 성의 없는 거짓말이고, 무엇이 성의 있는 거짓말인가를 구분하는 능력을 자연적으로 익히게 된다. 이것은 꽤나 도움이 된다." - P244
깊이와 넓이는 서로 대립한다. 깊고 넓게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다. 넓게 읽으면 반드시 얕아지고, 깊게 읽으면 반드시 좁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의 지적 생산의 바탕이 되는 축적은 얄팍한 독서에서는 얻을 수 없다. 깊이 있는 책을 그야말로 저자와 맞붙을 듯한 기세로 읽음으로써 그 독서 체험이 결정화되어 지적 축적에 공헌하는 것이다. - P90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다. 똘똘똘똘과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우퍼로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오직 새로운 병의 첫잔을 따를 때만 나는 소리라는 점에서 애달픈 구석도있다. - P199
며칠 전 즐길 탐 자를 알게 되었는데 ‘즐기다‘라는 뜻의 한자어에 입 구미 자나 눈 목目 자가 아닌 귀 이耳자가 들어간다는 게 흥미로웠다. 자연의 소리, 인간 음성으로 된 말이나 노랫소리의 즐거움은 본원적인 것이구나싶었다. - P202
좋은 침묵은 각자를 고독 속에 따로 가두지 않는다. 우리는 침묵에 함께 몸을 담근 채서로 연결된다. 동시에 침묵함으로써 비로소 서로를 듣는다. 침묵 속에서 고독은 용해된다. - P165
나는 한 사람이 지닌 말의 힘에 대해 생각할 때면 거의 항상 칼 세이건을 떠올린다. 말은 베고 부수고 찌를 수 있고 또한 적시고 스미고 이끌 수도 있다. 때로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으로 침투해 영원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 P185
내가 그리는 김하나의 측면돌파라는이중주의 풍경이다. 빈 잔을 내려놓으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조용한 바텐더의 역할을 잘해내고 싶다. -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