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다. 똘똘똘똘과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우퍼로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오직 새로운 병의 첫잔을 따를 때만 나는 소리라는 점에서 애달픈 구석도있다. - P199
며칠 전 즐길 탐 자를 알게 되었는데 ‘즐기다‘라는 뜻의 한자어에 입 구미 자나 눈 목目 자가 아닌 귀 이耳자가 들어간다는 게 흥미로웠다. 자연의 소리, 인간 음성으로 된 말이나 노랫소리의 즐거움은 본원적인 것이구나싶었다. -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