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히나타 식당
우오노메 산타 지음, 한나리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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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겨울에 외할머니 댁에 가면 먹을 수 있었던 보쌈 김치!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에요. 마당 한 쪽에 묻어있는 항아리속에 가지런히 담겨있던 보쌈김치는 예쁘기도 하지만 그 맛이 참 좋았어요. 그 때는 너무 매워서 물에 살짝 씻어먹기도 했지만....... 마치 껍질을 벗기든 한 꺼풀씩 이파리를 걷어내면 그 속에 고스란이 담겨있는 것들, 배, 감, 무, 그리고 코다리까지. 하나씩 발라먹는 재미는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정작 외할머니께서는 드시지 않으시고 제 밥숟갈 위에 하나씩 올려주시던 손길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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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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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틀 같은 고시원 방에서 짐을 싸던 나는 책상 한 쪽에 놓여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책의 겉표지에서 마주한 저자의 환한 웃음에 나는

주저 없이 손을 내밀었다. 지금 나는 그 누군가의 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다른 이에게 털어 놓기는커녕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심산이었다. 이 책은 오마이뉴스의 대표로 기자인 저자가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로 힘들어하는 우리들의 행복을 위한 마음을 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행복, 사랑 등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감정에 무덤덤해진 자신에 익숙해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딱히 누구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없었는데 어쩌면 저자와의 대화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저자는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보여주며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라는 안개 속에 사로잡힌 자신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내 삶속에서 나다운 것을 찾고 또 다른 나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자신을 잃지 말라고 했다. 지금까지 나를 얽매고 있는 기존의 모든 가치를 전복시킴으로써 자신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놀이를 즐겨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내 삶의 주인이 되라고, 내 삶은 연속되며 그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실험, 시도, 도전을 계속 하라고.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가 행복해지면 더불어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도.

나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는 실패와 위기의 순간이 오면 그냥 부딪치는 것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의 ,주위의, 세상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그리고나서 마지못해 선택을 하고, 다시 또 되풀이 되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휴학을 하고 외무고시 준비를 해온 4년의 세월을 되짚어볼 겨를도 없이 마치 도망치듯 짐을 싸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세상이 짜 놓은 판에 섯불리 발을 들여놓지도 못한 채....... 나다운 것은 무엇이고 지금의 나를 극복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다음으로 저자는 나에게 앞만 보고 가기보다는 옆을 볼 자유를 택하라 한다. 행복의 순위가 마치 상위 10%에 들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치열한 경쟁으로 달리다보니 우리 주변에는 90%의 패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편화된 패자들, 보통의 우리들도 저마다 삶의 주인으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가능한 선택을 하고 스스로 선택한 삶을 향해 나아갈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가슴 한구석으로부터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막연한 불안함 대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자리 잡는 것 같았다. 그 힘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사랑,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사랑에 관하여는 마치 조각난 피자가 모여 하나가 되는 것처럼 부분 부분으로 나누어 그 속을 들여다봄으로써 완성되어가는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문득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얼굴을 떠올리며 모든 중심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나를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뿐, 상대방을 위한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는 게 소홀함을 갖게 한다. 게다가 중심이 되고 있는 자신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그러면서도 관계가 틀어지거나 소원해질 때면 으레 상대방을 탓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으니.......

행복하려거든 사랑해야 한다는, 늘 들어왔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의 실천이 필요하고 다른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도. 그리고 단호한 어조로 이미 늦은 인생은 없다는 말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코끝이 싸아해졌다. 지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나는 어려서부터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아 주변의 기대도 컸다. 우등생에 모범생으로 자란 나에게 공부는 자존감을 세워주는 길이었는데 수능 때부터 공부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지로 네 번의 수능을 치르고 대학생이 되었다. 재수, 삼수, 사수까지 네 번의 수능을 치르고 대학생이 되고 보니 남들보다 늦었다는 조바심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대학생활도 조기졸업을 목표로 학업이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그동안 모른척 하고 있었던 내 꿈이 조금씩 되살아났고, 급기야 나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올해 30세로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외무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나도 쉽지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나보다 더 걱정을 하고 있어 부담이 되곤 한다. 다시 외무고시 시험을 준비하면 다시 또 늦어진다는 사실이, 또 수능 때처럼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젊음을 오롯이 책상 앞에 앉아 보내면서도 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그렇게 4년을 보내면서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결과에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몸은 물론 마음까지 지쳐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에 짐을 싸게 된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려보았던 미래, 내가 바라는 미래는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은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저자와의 대화로 막연하고 불안하던 내일을 마주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행복의 기준을 바꾸면 다시 꿈을 품을 수 있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택한 길을 향해 걷다보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지금 이렇게 주저앉아 자신을 탓하고 주변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다시 외무고시 준비를 시작할지. 다음은 그동안 길러온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영어 등의 어학실력을 바탕으로 다른 일을 시작 할 것인지. 또 다음은 올 한 해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경비를 모아 일 년 동안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부딪치며 일을 얻을 것인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반짝였다.

가슴 한 쪽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짐을 풀기 시작했다. 무심했던 손길에 힘을 주어 그동안 널브러져있던 시간을 정리하며 막연한 불안함 대신 새롭게 시작할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내가 바라는 미래는 스스로 내가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서른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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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힘 - 평범한 순간을 결정적 기회로 바꾸는 경험 설계의 기술
칩 히스.댄 히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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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순간을 위해 필요한 것들, 결정적 순간을 창조하는 4가지 요소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하며 결정적 순간을 기획하는 힘을 갖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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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4차 산업혁명 이야기 - 빅 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보다 중요한 것
강명구 지음 / 키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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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이제 어느 곳애서나 쓰일 정도로 친숙한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정작 입으로 꺼내려하면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이 전부일 정도로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아도 전문용어가 전부로 이해하기 어렵고 그 또한 비슷해서 멈추게 된다. 그 뿐인가? 쉼없이 쏟아지는 정보로 혼란스러움이 더 해지고 가끔은 잘못된 정보로 그릇된 판단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제는 눈앞에 보이는 것드로 4차산업혁명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중이다.

이 책은 IT.사물인터넷의 전문가인 저가가 자신이 알고 잇는 것들을 바탕으로 4차산업혁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일번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용어 풀이는 물론 표와 그림을 곁들여 색다른 재미를 준다. 다른 무엇보다 미래 우리 생활을 그려주고 있어 현실감을 더해준다. 예전에도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도 했지만 대부분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들이 대부분으로 딱딱한 내용에 낯선 용어들이 제각각이어서 읽었다는 게 전부였는데 이 책은 모르는 부분을 확실하게 알게 해주고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은 바로잡아 주고 4차산업혁명으로 바뀌게 될 미래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갖게 한다.

4차산업혁명은 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지금 우리는 과도기를 넘고 있다. 그래서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생산자 중심의 생활을 해오고 있다 1차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농업중심으로 자급자족을 해오다가 산업혁명 후부터는 분업화로 기계에 의존하는 생활을 해왔다. 권력이 줏심으로 모이는 것처럼 중앙플랫픔을 중심으로 대량생산에 맞춰 개인의 욕구는 철저하게 배제되어왔꼬 국가와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호되어 양극화의 한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이런 것들 개선하기 위한 것이 4차산업혁명으로 소비자 중심으로, 개인의 개성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중앙의 관리자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블로체인은 이미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미래 시대의 중심이 될 것이다.

저자의 말을 통해 보면 4차산업혁명은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따른 기술의 발전 역시 우리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것으로그 속에는 인간의 만족한 생활을 위한 바람이 담겨있을 ᅟ것이다. 다만 그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 가에 따라 그 만족도가 달라질 것이다.

개인의 개성을 살린.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생활을 생각하니 좋다. 언제나 기업의 중앙플랫폼의 기준에 따라 개인을 맞춰가던 것에서 벗어나 개인 중심이 된다면 더 이상, 그 누그의 힘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4차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은 센서,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으로 이미 익속한 것들로 앞으로는 모든 것들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의 개발로 시작될 것이다. 센서가 상태를 파악하여 정보를 만들고 이 정보를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디지털 정보를 모아 저장하고 처리하는 공간은 클라우드가 맡고 클아우드가 저장한 정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상황과 최적의 상태를 판단하여 다시 사물인터넷에 명령을 내리고. 이렇게 연결된 기술 위에 집, 직장, 도시 등의 각각의 장소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기술을 분리해보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에 4차산업혁명의 과도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집 현관의 불이나 스마트폰에 탑재된 센서, USB보다는 저장 공간이 크고 안전헤서 잘 쓰고 있는 클라우드.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원하는 온도를 맞춰주거나 스스로 최적의 온도를 맞추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에어컨, 그러고 보면 이제 이 기술들을 하나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각각의 장소에 설치되면 실질적으로 4차산업혁명이 열리게 된다는 생각에 기대감을 갖게 된다.

시대의 흐름이나 문명의 발달을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그에 맞춰나가야 한다. 아니 오히려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나감으로써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놀라움이나 불안함을 넘어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일을 찾거나 내 일에 인공지능을 더함으로써 시대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누구도 들려주지 않았떤 4차산업혁명 이야기. 책 속에서 얻은 것들로 앞으로는 첨단 기술을 누구보다 빨리 접해 익숙해지는, 그리고 인공지능이 대신 할 수 없는 교감능력이나 통찰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으로 4차산업혁명 준비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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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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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틀 같은 고시원 방에서 짐을 싸던 나는 책상 한 쪽에 놓여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책의 제목과 함께 겉표지에 실려 있는 화사하게 비춰주는 햇살을 받고 있는 작은 초록빛 화분 곁에 나는 주저 없이 앉았다. 지금 나는 그 누군가의 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다른 이에게 털어 놓기는커녕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심산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저자는 둔감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펼치며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라는 안개 속에 사로잡힌 자신을 만나게 해주었다. 둔감하다는 말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둔감력 또한 별 다는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알고나서부터는 나에게 꼭 필요한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하는 것이 바로 둔감력이라고 했다. 그 뿐인가? 재미로 확인해보는 둔감력 체크리스트에서 체크한 개수가 17개로 폭발직전으로 둔감력이 절실하다는 결과는 단순히 재미로만 넘기기에는 놀라움에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처럼 나도 둔감하게 살기로 결심하며 저자와 마주한다.

먼저 둔감력은 개인은 물론 친구, 가족, 이성 등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적응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그리고 마음이 둔감함으로써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고 설사 병에 걸렸다고 해도 완치될 확률도 높다,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 바탕에 재능은 물론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지니고 있다. 둔감력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재능을 한껏 키우고 활짝 꽃피우게 하는 가장 큰 힘인 것이다. 또 주변의 잔소리와 야단을 맞아도 둔감하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대충 흘러 넘기고, 귀 기울여 듣지 않음으로써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둔감한 사람의 마음과 혈관은 언제나 열려 있어 온 몸에 피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예민할수록 몸이 더 아프고 마음도 따라 괴로우니 조금은 둔감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한다.

순간 나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는 실패와 위기의 순간이 오면 그냥 부딪치는 것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공부할 때는 단순하게 그 순간만, 그 날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툭하면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고 앞으로의 날도 막연함에 불안해하고, 그렇게 해서 집중하지 못하면 다시 또 후회하고. 그런 날을 반복하며 시험결과가 좋지 않으면 나의 ,주위의, 세상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그리고나서 마지못해 선택을 하고, 다시 또 되풀이 되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휴학을 하고 외무고시 준비를 해온 3년의 세월을 되짚어볼 겨를도 없이 마치 도망치듯 짐을 싸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세상이 짜 놓은 판에 섯불리 발을 들여놓지도 못한 채....... 나다운 것은 무엇이고 지금의 나를 극복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가슴 한구석으로부터 무엇인가 꿈툴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막연한 불안함 대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자리 잡는 것 같았다. 그 힘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사랑,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사랑에 관하여는 마치 조각난 피자가 모여 하나가 되는 것처럼 부분 부분으로 나누어 그 속을 들여다봄으로써 완성되어가는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둔감력은 연애를 할 때.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 할 때 강력한 무기가 되고 결혼생활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사랑을 하려면 무엇이든 받아주겠다는 아량에 어느 정도 상대방에게 관대해져야 하고 예민한 마음을 버리라고 한다. 직까지 나는 주는 것 보다는 받는 것에 익숙해져있어 사랑에 서툴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받는 사랑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주고받는 사랑으로 사랑이 전해주는 행복을 맛보고 싶어졌다.

둔감력은 창조주가 여성에게만 내려준 특별한 능력이라는 말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흔히들 신체적인 조건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강하다고 말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강하다. 특히 출혈, 추위, 고통에 강한데 이것은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데 여성 몸의 두터운 지방층은 임신기간 동안 산모와 태아를 보호해주고 출산의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주며 출산과정에서도 과다출혈이 일어나도 쉽게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만든 것 모두 창조주의 배려인 것이다. 정말이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당연하게 여겨왔으면서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을 짚어주는 작가의 섬세함에 다시 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작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머니의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둔감력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사랑스럽게 여기고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은 둔감력이 자라는 출발점이라며.

문득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을부터 나를 위해 백일기도를 시작한 엄마는 대학교에 합격할 때까지, 거의 천일동안 절에 다니셨다. 가끔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도, 그렇게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퉁퉁거려도 엄마는 짐짓 모른척하고 새벽이면 절로 향했다. 그 모습이 바로 저에 대한 엄마의 믿음이었다. 지금 나는 실패를 경험한 게 아니라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말로 힘을 실어 주고 가끔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 만큼 앞으로는 어떠한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으로 용기를 갖게 해주고, 어떤 때는 이유 없이 화를 내는 나를 그저 품에 안아주어 든든한 곁이 되어주고.

그리고 4수를 결정하고 나서는 몸은 물론 마음까지 지쳐버린 나를 데리고 태백산에 갔었어요. 하늘과 제일 가까운 천제단에서 나는 물론 엄마의 간절함을 담아 기도를 드리고.......엄마의 위대한 둔감력에 든든함을 갖게 된다.

미래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어감이 주는 묵직함만큼 자세를 고쳐 앉게 했다. 그리고 아직은 삶을 논하기에는 어리다는 생각으로 무심했기 때문에 들은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야겠다는 치기어린 결심도 갖게 되었다.

세계를 향해 날개짓하며 새 시대를 일궈나가기 위해 자신에게 둔감력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둔감력이 있으면 소중히 여기고 없으면 다양한 환경에 뛰어들어 훈련하라고 한다. 둔감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외부환경에 대처하고 익숙해지는 환경적응력을 기르고, 모든 일에 호기심을 품고 좋은 의미에서 둔감하게 반응하며 주저 없이 도전하라는 것도. 잘 자고 잘 일어나는 수면력으로 잠자는 숲속의 어른으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야한다는 말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코끝이 싸아해졌다. 지금의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서.

나는 어려서부터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아 주변의 기대도 컸다. 우등생에 모범생으로 자란 나에게 공부는 자존감을 세워주는 길이었는데 수능 때부터 공부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지로 네 번의 수능을 치르고 대학생이 되었다. 재수, 삼수, 사수까지 네 번의 수능을 치르고 대학생이 되고 보니 남들보다 늦었다는 조바심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대학생활도 조기졸업을 목표로 학업이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그동안 모른척 하고 있었던 내 꿈이 조금씩 되살아났고, 급기야 나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올해 30세로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외무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나도 쉽지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나보다 더 걱정을 하고 있어 부담이 되곤 한다. 다시 외무고시 시험을 준비하면 다시 또 늦어진다는 사실이, 또 수능 때처럼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젊음을 오롯이 책상 앞에 앉아 보내면서도 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그렇게 4년을 보내면서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결과에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몸은 물론 마음까지 지쳐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에 짐을 싸게 된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려보았던 미래, 내가 바라는 미래는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은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작가와 강인한 둔감력에 대한 대화로 막연하고 불안하던 내일을 마주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둔감함이야말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재능이라는 것을. 예민함이나 순수함도 그 바탕에 둔감력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재능으로 빛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가슴 한 쪽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짐을 풀기 시작했다. 무심했던 손길에 힘을 주어 그동안 널브러져있던 시간을 정리하며 막연한 불안함 대신 새롭게 시작할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내가 바라는 미래는 스스로 내가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나를 사랑하는 게 먼저라는 것을. 조금 둔감하게 살아도 괜찮으니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더 이상 무례하고 사소한 것들에 신경쓰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여 꼭 합격해야한다는 것을. 그렇게 둔감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어느새 나는 초록빛 화분이 되어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온 몸에 받으며 마음의 키가 한 뼘쯤 자란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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