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ㅣ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8년 2월
평점 :
작은 틀 같은 고시원 방에서 짐을 싸던 나는 책상 한 쪽에 놓여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책의 겉표지에서 마주한 저자의 환한 웃음에 나는
주저 없이 손을 내밀었다. 지금 나는 그 누군가의 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었다. 어수선한 마음을 다른 이에게 털어 놓기는커녕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심산이었다. 이 책은 오마이뉴스의 대표로 기자인 저자가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로 힘들어하는 우리들의 행복을 위한 마음을 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행복, 사랑 등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감정에 무덤덤해진 자신에 익숙해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딱히 누구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없었는데 어쩌면 저자와의 대화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저자는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보여주며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라는 안개 속에 사로잡힌 자신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내 삶속에서 나다운 것을 찾고 또 다른 나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자신을 잃지 말라고 했다. 지금까지 나를 얽매고 있는 기존의 모든 가치를 전복시킴으로써 자신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놀이를 즐겨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내 삶의 주인이 되라고, 내 삶은 연속되며 그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실험, 시도, 도전을 계속 하라고.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가 행복해지면 더불어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도.
나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는 실패와 위기의 순간이 오면 그냥 부딪치는 것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의 ,주위의, 세상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그리고나서 마지못해 선택을 하고, 다시 또 되풀이 되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휴학을 하고 외무고시 준비를 해온 4년의 세월을 되짚어볼 겨를도 없이 마치 도망치듯 짐을 싸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세상이 짜 놓은 판에 섯불리 발을 들여놓지도 못한 채....... 나다운 것은 무엇이고 지금의 나를 극복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다음으로 저자는 나에게 앞만 보고 가기보다는 옆을 볼 자유를 택하라 한다. 행복의 순위가 마치 상위 10%에 들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치열한 경쟁으로 달리다보니 우리 주변에는 90%의 패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편화된 패자들, 보통의 우리들도 저마다 삶의 주인으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가능한 선택을 하고 스스로 선택한 삶을 향해 나아갈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가슴 한구석으로부터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막연한 불안함 대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자리 잡는 것 같았다. 그 힘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사랑,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사랑에 관하여는 마치 조각난 피자가 모여 하나가 되는 것처럼 부분 부분으로 나누어 그 속을 들여다봄으로써 완성되어가는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문득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얼굴을 떠올리며 모든 중심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나를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뿐, 상대방을 위한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는 게 소홀함을 갖게 한다. 게다가 중심이 되고 있는 자신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그러면서도 관계가 틀어지거나 소원해질 때면 으레 상대방을 탓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으니.......
행복하려거든 사랑해야 한다는, 늘 들어왔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의 실천이 필요하고 다른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도. 그리고 단호한 어조로 이미 늦은 인생은 없다는 말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코끝이 싸아해졌다. 지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나는 어려서부터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아 주변의 기대도 컸다. 우등생에 모범생으로 자란 나에게 공부는 자존감을 세워주는 길이었는데 수능 때부터 공부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지로 네 번의 수능을 치르고 대학생이 되었다. 재수, 삼수, 사수까지 네 번의 수능을 치르고 대학생이 되고 보니 남들보다 늦었다는 조바심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대학생활도 조기졸업을 목표로 학업이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그동안 모른척 하고 있었던 내 꿈이 조금씩 되살아났고, 급기야 나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올해 30세로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외무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나도 쉽지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나보다 더 걱정을 하고 있어 부담이 되곤 한다. 다시 외무고시 시험을 준비하면 다시 또 늦어진다는 사실이, 또 수능 때처럼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젊음을 오롯이 책상 앞에 앉아 보내면서도 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그렇게 4년을 보내면서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결과에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몸은 물론 마음까지 지쳐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에 짐을 싸게 된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려보았던 미래, 내가 바라는 미래는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은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저자와의 대화로 막연하고 불안하던 내일을 마주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행복의 기준을 바꾸면 다시 꿈을 품을 수 있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택한 길을 향해 걷다보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지금 이렇게 주저앉아 자신을 탓하고 주변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다시 외무고시 준비를 시작할지. 다음은 그동안 길러온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영어 등의 어학실력을 바탕으로 다른 일을 시작 할 것인지. 또 다음은 올 한 해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경비를 모아 일 년 동안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부딪치며 일을 얻을 것인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반짝였다.
가슴 한 쪽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짐을 풀기 시작했다. 무심했던 손길에 힘을 주어 그동안 널브러져있던 시간을 정리하며 막연한 불안함 대신 새롭게 시작할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내가 바라는 미래는 스스로 내가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서른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