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낯선 곳에서 굿모닝 - 어쩌면 당신이 꿈꾸었던 여행의 순간들
신미정 지음 / BOOKERS(북커스) / 2023년 5월
평점 :
<낯선 곳에서의 굿모닝>
_신미정 지음
p4. 흔들리고 위태로운 순간, 여기만 아니면 좋겠다고 느낄 때 나는 여행을 택했다.
떠나기만 하면 그곳에서 위대한 발견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거나,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멀어지면 영화 같은 에피소드가 펼쳐질 거라 기대한건 아니다. 그러기엔 나는 너무 컸고, 제법 닳았다. 떠나도 여전히 모르겠더라.
많이 지쳤을 때 모든 것을 정리하고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면 늘 생각나던 곳은 호주 시드니였다. 10년 전의 기억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토록 애달프게 그리워했던 곳을 지난 2월에 다녀왔다. 날짜는 출발 1달도 안되어 정했고 가장 비싸기 비행기 값을 결제했지만 그런것은 내게 중요치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기다려온 곳을 간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설레였다. 여권 발급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비자는 1분도 안되어 나왔고 드디어 모든 행정 절차가 끝났다. 공항에 도착했고 시드니 행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의 시드니 살이가 시작되었다.
그곳에서의 일상은 이방인스럽지만 마냥 이방인스럽지만은 않은 연속이었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했던 시드니였고, 그럼에도 변화가 마냥 없지만은 않았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이 세 가지만를 목표로 두었다. 치열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했고 이 곳에 있는 시간을 잘 누리기만을 염두에 두었다. 그렇게 1달, 4주의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목적 없이 걸어만 보기도 했고, 사진만 많이 찍어도 보았고, 벤치에 앉아 멍도 때려보았다. 좋은 인연을 만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많이 남았고, 최근 들어 정말 잘 했던 결정이었다. 다음 장기 휴가지도 시드니일테다.
나를 위한 시간이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필요하고 추천되는 이유는 그곳에서 하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기가 평소에는 그리 쉽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거다. 늘 먹고, 잠자기는 하지만 왜 이리도 어려운지. 그런 쉼 덕분에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듯하다.
지난 달 숨고르기는 부산이었고, 이번 달 숨고르기는 여수다. 그 다음 달은 어디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