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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밤 낯선 손님을 태우고 달립니다
로드모드(신이현)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자영업을 운영하던 중 매출 문제로 가게를 접고 택시를 시작했다. 과거 고관절에 큰 철심을 심는 수술을 하고 걷거나 오래 서있는 일은 할 수 없게 됬다. 결국 선택한 건 여성 택시기사의 삶이었다. 각종 희롱과 무례함, 사건에도 불구하고 핸들을 놓지 않았다. 그녀를 기사의 자리에서 내려온건 다름아닌 건강 문제였다.
건강 앞에선 세상사람들은 모두 잔인하게 군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아니면 너를 고용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내놓는다. 알량한 마음으로 선의를 품는듯 하면서도 그런 마음을 품는 사람들이 사실 속은 정반대이다. ˝어쩜좋니 근데 미안하지만 나는 아픈 너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어˝ 이게 세상 사람들의 입장이다.
사실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당장 나만해도 시한폭탄 같은 사람과 있다면 조심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조차도 언제 아플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나쁜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하고 판단하는게 씁쓸할 따름이다.
그만큼 현대인, 특히 한국인들은 자신의 건강관리를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해야할 때가 많다. 걱정시키면 안되서, 차별받으면 안되서.
그런면에선 저자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회복탄력성은 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그 많은 일을 겪으며 그것들을 모두 일의 노하우와 인생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손님들로부터, 기사동료들로부터 여성으로서 인간관계의 무례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친절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등등. 낡은 택시 운전대는 평생 잊지 못할 인생의 교훈이 되어주었다.
나는 위험을 피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할 가능성을 보는 것보다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가능성부터 계산한다. 그런면에서 그녀는 도전하는데 있어서 리스크를 계산하는 나와 다르게 치밀하다.
그녀가 안고 가기로 한 리스크들은 과감했으며, 교훈은 더욱 단호했다. 인생의 자세는 꼭 자주 보이는 인물들에게만 나오지 않는다. 어딜가나 인생의 스승은 존재한다. 그녀가 그런 사람인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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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제는 백미러 너머로 그 말을 들어도 더 이상 쉽게 흔들리거나 요동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무엇이든 ‘처음 겪는 낯선 일‘ 이라는 건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손님이 낯설어하며 당황하는 반응까지 굳이 내가 감정 노동을 해가며 책임지고 떠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_ 96~97
🔖 맹목적인 친절은 택시 기사의 의무가 아니다. 특히 상대방이 오로지 자기 사정만을 앞세워 타인의 시간과 수고를 당연하게 착취하려 들 때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지구대 분실물 접수‘라는 선택지야말로, 그와 나 사이에 둘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공적인 거리‘ 라고 생각했다. 억지 부리는 사람 없이 누구도 억울하지 않고, 더 이상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겪지 않아도 되는 깔끔한 방식. _ 103
🔖 내가 세운 직업적인 원칙과 기준은, 밖에서 내 차에 타는 진상 상대를 억지로 뜯어고치거나 통제하기 위해 날을 세우는 칼이 아니었다. 거친 세상 풍파 속에서 연약한 나 자신을 다치지 않게 단단히 지켜내기 위해 입는 소중한 마음의 갑옷이라는 사실을. _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