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같은 자리
강선애 지음 / 마롱 / 2017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재경을 향한 도윤의 절절한 진심이 돋보였던 글이었어요.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친구에서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 예뻤고 공감이 갔어요.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글이었고 순식간에 읽을 만큼 재밌었어요.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글이에요. 역시 강선애 작가님 글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그럼에도 우리는
다노 / 동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주가 기억상실에 걸렸다는 설정이 진부하게 느껴졌어요.
뻔한 소재, 설정인지라도 완급조절을 하며 흥미롭게 전개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소 밋밋하게 진행되어서 막 재밌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초반부터 공감이 안 되다 보니 몰입이 안 돼서 여러 번 쉬었다가 완독했는데...
캐릭터도 개성이 없고-특히 여주- 매력적이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어요.
두 사람이 이별하고 재회한 과정도 그렇게 설득력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어요.
우진과 진서가 안타깝고 애틋하게 느껴지진 않은 건 아닌데 공감이 안 되다 보니...
좀 감정 소모가 많기도 했고...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작가님이 필력이 없는 건 아니기에 평범한 남녀의 소소한 사랑을 그린다면 더 매력을 발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월의 신부
해화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내 마음대로 키워드: 캔디女, 다정女, 상처男, 무심男, 계약결혼, 잔잔물, 힐링물.

#본격 리뷰

그 여자, 윤이랑. ‘June Bride’ 드라이플라워 아티스트. 생활력 강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한, 마음씨 곱고 얼굴까지 고운 여자.
그 남자, 김우현. 와이커피 브랜드 홍보기획팀 팀장. 생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여자를 곁에 두지도 결혼을 꿈꾸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남자.

 

+민택: 카페 ‘문나이트’의 주인. 우현의 친구.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남 몰래 이랑을 짝사랑 중.
+동욱: 이랑의 절친. 언제나 이랑의 편이 되어주는, 이랑에게는 가족과 마찬가지인 존재. 동성을 사랑하는 남자.
+석범: 이랑의 아버지.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자식에게 짐이 안 되려고 노력하고 폐지를 줍는 다정다감한 아버지.
+이원: 이랑의 남동생. 군대 제대 후 복학하기 전까지 열심히 아르바이트 중.
+미숙: 우현의 생모. 우현이 어릴 때 버리고 재가함. 아프다는 것을 핑계로 우현과 함께 살고 싶다며 나타남. 지독할 정도로 모진 어머니상.


 이랑과 우현의 만남은 민택의 카페 ‘문나이트’에서 시작돼요. SNS상에서 나름 유명한 드라이플라워 아티스트인 이랑은 공방을 열 형편이 되지 않아 민택의 카페 한 구석에서 드라이플라워 캘리그라피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해요. 이랑은 민택이 사람이 좋아 단순히 호의를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랑에게 첫눈에 반한 민택의 사심이 작용한 결과이죠. 민택이 은근슬쩍 이랑에게 들이대지만 이랑은 눈치를 채지 못해요. 당연하죠.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가 따로 있으니 말이에요. 이랑은 민택의 친구로 종종 카페를 방문해 조용히 있다 가는 우현을 자신도 모르게 신경 쓰고 있는 중이거든요. 혼자만의 감정이냐? 그렇지 않아요. 우현 또한 시작은 이성에 대한 감정은 아니었을지라도 그녀에게 눈길을 두고,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자기들도 모르게 서로를 기다리고 있다가 ‘딸랑~’ 카페 종소리가 나면, 마치 N극과 S극처럼 끌려 서로에게 시선을 두죠.
 서로에게 관심이 있음을, 카페의 종소리와 양손에 짐이 한가득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꼭 닫는 이랑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는 우현의 모습을 통해 드러내는 해화 작가님의 특유의 소소하면서도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더군요.
 카페에서 종종 시선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랑과 우현이 서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어요. 서로에게 저도 모르게 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현이 가진 상처가, 생계에 쫓기느라 여유가 없는 이랑의 삶이 어찌 보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어요.
 그러던 어느 눈비가 내리던 날, 우현은 궂은 날씨에도 짐을 잔뜩 지고 버스를 타러 가던 이랑을 태워주게 되면서 돼요. 이를 계기로 접점이 생겼으면 좋았을 테지만 아직까진 무심한 우현인지라 별 소득 없이 끝난, 처음으로 단 둘이 함께 한 시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이라고 하면, 이랑이 우현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다는 것정도. 나중에 이 전화번호를 가지고 이랑이 큰 용기를 내죠.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미건조하게 흘러나던 우현의 삶 속에 큰 풍랑이 일어 그의 삶을 어지럽게 만들어요. 바로 생모 미숙의 등장이죠. 암을 앓았다는 미숙이 죽기 전에 우현과 함께 살기 원한다고 우현의 외삼촌을 통해 부탁하죠. 어릴 적 자신을 여러 번 버린 후론 이따금씩 연락해 안부만 묻던 미숙이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것이 싫어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해둔 상황이었던 거지라, 우현은 급하게 부부행세를 할 가짜 신부를 구하고자 해요. 우현과 민택의 대화를 우연찮게 듣게 된 이랑은 공방을 차릴 자금을 핑계로 우현의 가짜 신부를 자원하죠.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위한 가짜 집, 가짜 호칭, 가짜 부부, 가짜 고부지간, 가짜 결혼기념일, 가짜 반지. 모든 것이 미숙을 속이기 위해 벌어진 계약 결혼이자 가짜였지만, 이랑과 우현은 어느새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들게 돼요. 무심했던 우현이 이랑으로 인해 웃기도 하고, 다정스런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죠. 한 번도 따스한 가정, 가족의 정을 누려본 적이 없던 우현이 이랑을 통해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잔인한 미숙이 우현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줘요. 우현의 거짓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자식이라고 인정한 어린 자식들만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우현을 기만하고 배신하고, 상처를 주죠. 그러한 미숙이 얼마나 잔인하고 원망스럽던지……. 미숙에게 받은 상처로 미숙을 차갑게 대하긴 했지만, 이랑의 권유에 따라 미숙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우현, 그가 미숙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은 진심은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모자간의 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끝끝내 우현의 마음을 짓밟는 선택을 한 미숙 때문에 속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랑 덕분에 그가 마음을 다스리고, 이랑의 가족으로부터 진정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제대로 된 가족의 정을 느껴보지 못했던 우현이었기에 에필로그에서 자식을 낳고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보란 듯이 잘살겠다는 두 사람의 맹세로 끝나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어요.
 해화 작가님 특유의 따스함이 느껴져서 이번에도 재밌게, 마음 따뜻하게 잘 읽었던 <유월의 신부>. 인물들의 심리를 디테일하고 공감되게 잘 그려서 술술 읽혔어요. 단순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짜 결혼을 했다가 진정한 부부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메시지가 담긴 듯해서 더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이 책을 보면서 가족이란, 부모란, 자식이란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번에도 기대를 충족시키기 충분했던 해화 작가님의 <유월의 신부>. 어서 다음 신작도 만나보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생 12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비세 (시즌 2) 미생 12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직장인들의 교과서라 불리는 만화, <미생>.
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미생> 기억하시죠?
직장인들의 애환에 같이 공감하고 장그래의 성장을 응원하며 드라마를 참 재밌게 봤었어요.
최대 관심사였던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이 결국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으나, 바둑밖에 몰랐던 장그래가 ‘원 인터’에서 직장인으로서 성장해가는 것을 보았기에, 그 성장분을 밑거름 삼아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어요. 결국은 오상식 차장과 김동식 대리와 다시 함께 뭉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마무리를 보면서 그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했어요.


주옥 같은 명언들도 많았죠.


보이는 것이 보여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영역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어. 화려하지 않는 일이라도 우린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넘어져선 상처를 보며 속상해하거나 울고 있는 것은 어떤 해결도 될 수 없다.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져 또 다른 후회를 만들지 말자.


이밖에도 공감 가는 대사들이 많았던 명품 드라마 <미생>. 자연스레 원작인 윤태호 만화가의 <미생>이 궁금해져, 1-9권 박스본을 구입해 감명 깊게 읽었던 게 2년 전쯤이었어요.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 오매불망 <미생> 시즌2를 기다렸고, 반갑게도 카카오페이지에서 <미생> 시즌2의 연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중이네요. 현재까지 총 57수까지 업로드 되었는데, 제가 리뷰할 <미생> 12권은 35수부터 54수까지의 스토리가 담겨있어요.


아래는 미생 시즌2의 배경을 간단하게 요약한 3분 영상이에요.
10, 11권의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거나 시즌2를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아래의 영상을 통해 12권 이전의 내용을 한 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https://youtu.be/VrYB3fDX27A

 
영상을 보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시즌2 핵심배경 및 줄거리를 요약할게요.


 

접힌 부분 펼치기 ▼

 

‘원 인터’에서 20년간 근무하다가 상사와의 갈등 때문에 명퇴를 당했던 김동수 부장. 퇴직 후 4년 동안 개인 사업을 연달아 실패하고 좌절하던 김동수는 어느 날 ‘원 인터’ 시절 거래처였던 중국 바이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돼요. 중국에서 남아도는 ‘일반 강판’의 수출처를 찾고 있던 바이어에게, 김동수는 수출처를 만들어 주는 대신 자신이 높은 마진을 챙길 수 있는 국산 ‘특수 강판’을 중국으로 수입해 가는 조건의 딜을 제시했고, 거래가 성사되어 이를 실행할 회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대학후배이자 ‘원 인터’ 후배였던 오상식 차장에게 동업을 제안해요.


돈 되는 사업임에도 분명하지만 경험과 인맥을 중시하는 김동수의 ‘주먹구구식 업무 스타일’에 불안감을 느꼈던 오상식은 김동수와는 정반대 캐릭터인, ‘서류와 데이터를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을 가진, ‘원 인터’ 시절 직속 상사인 김부련 부장에게 3자 동업을 제안하죠. 나아가서는 김동수를 설득해 김부련을 대표이사로 올리기까지 해요. 그렇게 ‘온길 인터내셔널’을 창업하게 되지만, 창업 직후 김부련 사장과 오상식 부장은 김동수 전무가 바이어에게 만들어준 수출처가 ‘원 인터’의 기존 거래처였으며 ‘원 인터’가 2년간 김동수에게 자신의 거래처를 내주는 대신 사업 마진의 30%를 먹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난제를 마주하게 돼요. 2년 뒤 ‘원 인터’가 계약을 종료해 버릴 경우 사업 자체가 끝나 버리게 되는 것인 만큼 세 사람은 유일한 수입원인 철강 사업을 대체할 신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해야만 했죠. 갓 창업한 상태이기에 여러모로 자금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신규 사업 아이템 개발을 백업해줄 경력직원을 충원하기로 결정해요. 바로 그 자리에, 과거 오상식의 팀원이었던 ‘원 인터’ 김동식 대리와 장그래가 합류하고, 경리 조아영까지 합세하면서 총 6명이 한 배를 탄 주식회사 ‘온길 인터내셔널’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돼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원 인터’ 1년 선후배 사이인 김부련 사장(후배)과 김동수 전무(선배)의 인간관계가 업무 방식 차이로 인해 점점 악화되어 가던 상황에서 중국 내 철강회사들의 연쇄 도산 소식과 맞물려 김 전무가 전담하고 있던 중국 업체와의 연락이 두절되고 선적해 보낸 ‘특수 강판’의 대금까지 미결제되는 비상사태를 맞이하게 돼요. 다행히도 11권에서 중국 업체의 단순 해프닝으로 결론 나고 특수 강판 대금 결제도 이뤄지면서 상황은 수습되지만 김동수 전무에 대한 오상식 부장과 김부련 사장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버리고 말아요. 그런 두 사람의 태도에 반발한 김 전무는 업무상 결정적인 사고까지 쳐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게 말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모든 걸 잃을 수 있는데요, 더군다나 신생 회사인 ‘온길 인터’는 한 번의 실수에 회사의 생존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상황! 이 위기를 ‘온길 인터’가 어떻게 극복하고, 그 속에서 장그래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12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펼친 부분 접기 ▲


<미생> 시즌1(1-9권)이 대기업 ‘원 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시즌2(10권~)는 대기업 ‘원 인터내셔널’에서 나온 김부련 사장, 김동수 전무, 오상식 부장이 합심해 설립한 중소기업 ‘온길 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장그래의 성장 및 중소기업 직장인의 생존기 및 애환을 엿볼 수 있답니다. <미생>에서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단행본 매 권마다 바둑용어로 부제가 따라붙는다는 거죠. 12권읜 부제는 ‘비세非勢’로, ‘그르친 형세, 불리한 국면’을 뜻해요. 부제처럼 12권에서는 중국 업무에서의 김 전무 배제로 인한 갈등, 거래처와의 수금 문제, 김 전무가 타 회사에 거래를 터 준 일로 인한 갈등 등의 여러 고비가 등장해요. 


12권은 장그래와 반가운 원 인터의 동기들 간의 술자리로 이야기로 시작돼요. 시즌2에서 ‘원 인터’에서 ‘온길 인터’로 배경은 넘어왔지만 그럼에도 종종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을 만날 수 있어 좋네요. 안영이는 또 선배에게 아이템을 뺏기고 말았네요. 능력, 실적 위주의 대기업일지라도 안영이가 아무리 잘해도 승진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네요. 앞에서 막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앞이 나아가게 하기 위해 아이템이 뺏기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니... 장백기는 부서 팀장이 전무에게 찍혀서, 한석율은 점수를 채우지 못해서... 그렇게 셋 다 대리 승진에서 물먹고 마네요. <미생>에서 좋은 건 주인공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다루면서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거예요. ‘평범한 게 싫다는’ 경리 조아영의 고뇌도 엿볼 수 있어요.
큰소리치며, 일부터 저지르고 보는 주먹구구식의 김동수 전무를 신뢰하기 어려운 오상식 부장은 김 전무가 맡고 있던 업무에서 그를 배제시키고 말죠. 그에 마음이 상한 김동수 전무는 회사를 나오지 않게 돼요. 그에 오 부장은 장그래더러 김 전무의 집으로 가서 회계를 배우라고 하죠.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쉽게 사람을 포기했을 때 그랬을 때… 데미지는 오히려 자신에게 온다는 걸. 회한과 한탄이 뒤섞여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걸. 누군가를 포기하고자 한다면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에 책임질 수 있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게 된다. 장그래는 오상식 부장이 김동수 전무에게 보낸 최후통첩이다.


오상식 부장이 장그래를 김 전무에게 보낸 건 단순히 회계를 배우게 하기 위함이 아니에요. 김 전무를 믿고 싶은 마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죠. 처음엔 술에 취한 채 무기력하기만 하던 김 전무도 장그래의 열정에 차츰 변화를 보이게 돼요. 물론 그를 응원하는 아내의 역할도 컸죠. 김 전무의 아내가 참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남의 집 살림을 사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그런 고생을 시키는 남편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술 취해 단골집에서 난동 부리는 가게 주인에게 돈을 맡기며 남편을 내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가슴 찡했어요.


12권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확실히 장그래가 많이 성장했다는 거예요. ‘원 인터’에서는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했었다면, ‘온길 인터’에서는 시나브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며 제 몫을 해내려고 하죠. 아직 경험이 미비한 만큼 회사에서 큰 역할을 한다거나 업무에서 큰 역량을 드러내진 못하지만 크든 작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는 게 보기 좋았어요. 김동수 전무에게 회계를 배우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죠. 회계를 배우며 재무재표를 가정경제에 대입해보던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러한 장그래의 성실함과 색다르게 보는 법이 김 전무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금 열심히 하려고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장그래의 세심한 행동이 쉽지 않았던 수금을 거두는 데 영향을 주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꼿꼿한 김부련 사장이 직접 나서 수금 결제를 독촉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던 거래처와의 만남, 장그래의 섬세한 일련의 행동이 거래처 사장의 마음을 움직이고 말죠.

 


허리는 숙일수록 돈으로 돌아온다. 


한 고비를 넘기면 또 고비가 찾아오죠. 역시나 김 전무가 불안 불안한, 심상찮은 거동을 보이면서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게 돼요. ‘온길 인터’의 소속이면서도 사업 아이템을 다른 회사에다가 넘겼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 부장은 게임에 들어섰다. 접기로 마음먹으면 뒤돌아보는 법이 없기에 접기 전 최대한의 인내력으로 김 전무를 읽으려 한다.


어떻게든 김 전무를 믿고 싶지만 돌아가는 상황으로만 봐선 ‘온길 인터’를 제쳐둔 것만 같은 김 전무의 행보... 오상식 부장은 김 전무가 아이템을 넘긴 회사와의 술자리를 갖는 자리에 나타나는데요...


바둑 격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뭔지 알아? 미생마는 동행하라. 난… 옆에 있어주기 위해 가는 거야.


울먹거리는 오 부장의 표정과 대사로 봐선 김 전무가 ‘온길 인터’를 배신한 건 아닌 것 같죠. 과연 김 전무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요?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읽은 저로서는 그 뒷이야기를 알고 있는데요, 일련의 위기와 갈등을 긴장감 넘치게 전개하신 윤태호 만화가님 덕분에 조마조마해하며 읽었다가, 그 뒷이야기를 알고 나선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하고 말았어요.


이번 12권도 주옥같은 명대사 명장면들이 많았어요. 늘 그렇듯 바둑 용어를 상황과 적절하게 녹여 내며 심금을 울리더군요. <미생>은 직장인의 애환, 직장인들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인간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는 매력도 있지만, 바둑의 매력에 빠지게도 하죠. 언제 한번 바둑 제대로 배워야 할 텐데... <미생> 13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믿고 보는 <미생>인 만큼 벌써 기다려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uneral March 2 : 장송행진곡
피오렌티 지음 / 마루&마야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널 위해서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 살인도 할 수 있어.”

그 남자, 레온 마티아스 폰 베르히만. 은빛 도는 애시브라운 머리칼에 바다 빛 눈동자의 매력적인 독일남자. 독일 내 가장 주목 받는 피아니스트 유망주. 전 유럽의 음악과 출판, 미디어, 공연 예술 분야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베르히만 그룹, 독일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인 베르히만 가문의 후계자.

 

제발내 인생에 더는 들어오지 마!”

그 여자, 레오니 예음 크뤼거. 가난한 동양계 혼혈아. 입양아 출신. 훔퍼딩크 마이스터 콘서바토리(훔퍼딩크 음악대학 예비 과정) 피아노 전공 재학생.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광기 어린 사랑과 집착, 소유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 <장송행진곡>. <장송행진곡>은 장송행진곡의 곡조처럼 비극적이고, 죽음의 그림자가 어린 침울함이 곳곳에 묻어난 소설입니다. 책 표지의 발췌글이나 강렬한 프롤로그에서 그러한 전개를 예감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여주인공 레오니는 입양아입니다. 독일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없이 아주 어릴 적 독일로 입양되었습니다. 한때는 부유한 집에 입양되어 행복한 유년을 보낸 적도 있으나, 불의의 사고로 양부모를 잃으면서 크뤼거 부부에게 재입양이 되었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가정이지만 학대와 차별을 받아왔는데, 반항하거나 엇나가지 않은 채 독립할 날만을 기다리며 감내하는 당찬 인물입니다.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양모인 브리기테의 학대를 녹음할 정도로 주도면밀한 면모를 지니기도 했습니다.

  레오니는 훔퍼딩크 마이스터 콘서바토리(훔퍼딩크 음악대학 예비 과정)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데,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학생인 데다 노력파입니다. 물론 레온이 그녀의 학교로 오게 되면서 장학생 자리를 내어 주게 되지만 말입니다.

 

레오니는 학교 내 가장 인기인이자 선망의 대상인 레온의 어두운 이면을 우연히 엿보게 되면서 그를 무서워하고 피합니다. 동시에 그의 재능을 동경하고 시기합니다. 레온이 그녀가 재학 중인 마이스터 콘서바토리로 오게 되면서 그녀가 받던 장학금은 물론이고 연습실까지 그에게 빼앗기기까지 했으니 그녀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몰래 그의 연주를 엿듣곤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을 레온의 완벽한 연주 실력에 감동과 슬픔, 안타까움 등의 혼란스런 감정을 느낍니다.

 레온은 레오니의 연주를 듣고 흥미를 가지게 되어 그녀를 쭉 지켜봐왔습니다. 책 속 표현에 따르면 순수한 차가움을 지니고 태어난 그는 내면 깊이 존재하는 광기를 숨긴 채, 그가 미치지 않고 평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그를 지탱해줄 존재를 끊임없이 갈구해왔습니다. 그 존재가 바로 레오니였던 것이었던 거죠. 유일무이한 존재인 레오니를 향한 레온의 집착은 지금껏 봐왔던 남주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요하고 잔인한 면이 있습니다. 레오니에게 상처 주거나 그에게 거슬리는 인물들을 응징하는 레온의 광기는 극단적이고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레온이 출중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하고 훌륭한 가문을 배경으로 뒀다고는 하나, 레온의 이면을 엿본 레오니는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며 다가오는 레온을 두려워하며 피하려고만 하지만, 만만찮은 레온은 레오니가 그를 멀리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습니다. 갖은 수를 써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죠.

  자신을 거부하는 레오니를 사로잡기 위해, 그를 좋아하는 하이케를 이용해 질투작전을 펼치거나 그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레오니가 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레온의 집요함이란……. 태생부터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레온은 그가 원하기도 전에 무엇이든 주어졌기에 레오니를 만나기 전에는 누군가를 간절히 원한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레오니를 원하는 레온의 모습은 그의 몇 안 되는 인간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잔악함을 드러내는 방아쇠가 되기도 합니다.

 레온을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던 레오니는 결국 레온의 계략에 의해 그를 받아들입니다만, 솔직히 레오니의 이러한 심리가 잘 이해되진 않았습니다. 레온과 하이케 사이를 질투해 눈물까지 흘리는데, 언제 레온을 그렇게까지 좋아하게 되었나 싶었다고 할까……. 외적인 조건만으로 봐선 레온이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임에 분명하지만 레오니는 외적인데 끌리는 캐릭터도 아닐뿐더러 때때로 레온을 섬뜩하게 느끼며 피했었기에 뜬금없게 다가온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레온에게 점점 끌리게 된 그녀의 심리가 더 두드러지게 묘사되었다면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레온의 표현처럼 그를 이용하는 계약적인 관계로 시작되었다고 할지라도 하이케와 함께 있는 레온을 보면서 질투를 느끼고, 똑같이 질투 작전을 펼치는 그녀의 행동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히 레온의 밀어붙임으로 이루어진 게 아님을 방증하듯이 레오니의 심경변화의 과정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었으면 좋았을 듯합니다.

 계기가 어떻게 되었든 결국 레오니는 레온을 받아들입니다. 레오니가 레온의 권유대로 그녀의 진로를 프랑크푸르트 음대에서 원래 가길 희망했던 슈투르가르트 국립음대로 다시 바꾸는 장면에서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양부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함부르크를 떠나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 장학생으로 편입하길 희망했던 레오니가 장학금을 받기가 요원해진 상황에서 레온이 그녀를 따라 함부르크 음대에서 슈투트가르트로 진로를 바꿔서크뤼거 가족 중 유일하게 그녀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사촌 엘리어스가 엘리어스가 레오니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기에 프랑크푸르트지사로 발령이 나자 그녀와 떨어지기 싫어서프랑크푸르트 음대 지원을 권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하기로 약속하자마자 두 사람에게 파국의 그림자가 다가옵니다. 양부모의 죽음과 비운의 사고는 레오니와 레온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오랜 이별을 겪게 합니다. 그리고 2권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의 재회 및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들이 레오니의 출생의 비밀과 두 사람의 사랑을 위협하는 존재로부터의 덫 등꽤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오히려 사건 위주보다는 심리 위주였던 1권보다 여러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2권의 심리 묘사나 갈등이 더 설득력 있게 그려진 듯합니다. 레온의 잔악한 부분조차 어루만지며 레온의 말을 믿고 그를 온전하게 품어주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레오니의 선택은 레온이 그토록 바랐던 미치지 않고 사랑하는 이와의 평탄한 삶이 실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심리 묘사는 디테일해져서 좋았는데, 후반부에 펼쳐지는 사건들이 치밀함이 부족하게 다가왔습니다. 나름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레오니의 출생의 비밀도 그렇고, 크뤼거 부부의 친딸인 마르티나로 인해 위험에 처한 레오니를 구출하는 과정이 허무하게 끝난 듯해 다소 임팩트가 부족했습니다. 레오니를 위해 레온이 치밀하게 사전에 계획을 세워둔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그 과정의 치밀함이 드러나지 않아 약간 엉성하게 느껴졌고, 급하게 마무리 지은 듯도 했습니다. 소설로 따지면 위기-절정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사건의 과정이 좀 더 치밀하게 묘사되었더라면 박진감 있게 다가왔을 듯합니다.

 

 레온이 워낙 강렬한 캐릭터이다 보니 레오니가 다소 밀리는 듯해서 아쉽긴 한데, 극으로 치닫는 어둠을 지닌 광기 어린 남자, 레온만큼은 꽤 매력적입니다. 암울하고 잔악함을 지닌 남주라는 느낌도 들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는 소중한 한 손도 피아니스트의 길도 포기하는 한 여자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은 언제 봐도 흥미롭고 로맨틱합니다.

 

 쌍둥이 형제를 죽이고 태어난 존재라는 둥 동생 다니엘을 익사시켰다는 둥, 레온은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마치 그의 곁에는 항상 죽음의 그림자가 따른다는 운명을 덧씌운 이들로 인해 레온이 빛나면 빛날수록 그 이면의 어둠 또한 깊어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고, 레온의 잔악함조차도 애처롭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갈구할 대상을 찾아 결국은 안식을 얻은 레온이 다행스럽기도…….

 

 인물의 심리 묘사나 여러 사건 전개에서 보이는 디테일함 부족과 결국은 수수께끼로 남을 죽음의 진상들이 아쉬움을 느끼게도 하지만, 한 번 읽으면 손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술술 읽히고 몰입도도 좋은 편이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독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만큼 배경 묘사에 공들인 작가의 노력도 엿보여서 좋았습니다. 취향에 있어서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지만 여주를 향한 남주의 광기 어린 사랑, 집착, 소유욕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듯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