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신부
해화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내 마음대로 키워드: 캔디女, 다정女, 상처男, 무심男, 계약결혼, 잔잔물, 힐링물.

#본격 리뷰

그 여자, 윤이랑. ‘June Bride’ 드라이플라워 아티스트. 생활력 강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한, 마음씨 곱고 얼굴까지 고운 여자.
그 남자, 김우현. 와이커피 브랜드 홍보기획팀 팀장. 생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여자를 곁에 두지도 결혼을 꿈꾸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남자.

 

+민택: 카페 ‘문나이트’의 주인. 우현의 친구.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남 몰래 이랑을 짝사랑 중.
+동욱: 이랑의 절친. 언제나 이랑의 편이 되어주는, 이랑에게는 가족과 마찬가지인 존재. 동성을 사랑하는 남자.
+석범: 이랑의 아버지.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자식에게 짐이 안 되려고 노력하고 폐지를 줍는 다정다감한 아버지.
+이원: 이랑의 남동생. 군대 제대 후 복학하기 전까지 열심히 아르바이트 중.
+미숙: 우현의 생모. 우현이 어릴 때 버리고 재가함. 아프다는 것을 핑계로 우현과 함께 살고 싶다며 나타남. 지독할 정도로 모진 어머니상.


 이랑과 우현의 만남은 민택의 카페 ‘문나이트’에서 시작돼요. SNS상에서 나름 유명한 드라이플라워 아티스트인 이랑은 공방을 열 형편이 되지 않아 민택의 카페 한 구석에서 드라이플라워 캘리그라피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해요. 이랑은 민택이 사람이 좋아 단순히 호의를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랑에게 첫눈에 반한 민택의 사심이 작용한 결과이죠. 민택이 은근슬쩍 이랑에게 들이대지만 이랑은 눈치를 채지 못해요. 당연하죠.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가 따로 있으니 말이에요. 이랑은 민택의 친구로 종종 카페를 방문해 조용히 있다 가는 우현을 자신도 모르게 신경 쓰고 있는 중이거든요. 혼자만의 감정이냐? 그렇지 않아요. 우현 또한 시작은 이성에 대한 감정은 아니었을지라도 그녀에게 눈길을 두고,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자기들도 모르게 서로를 기다리고 있다가 ‘딸랑~’ 카페 종소리가 나면, 마치 N극과 S극처럼 끌려 서로에게 시선을 두죠.
 서로에게 관심이 있음을, 카페의 종소리와 양손에 짐이 한가득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꼭 닫는 이랑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는 우현의 모습을 통해 드러내는 해화 작가님의 특유의 소소하면서도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더군요.
 카페에서 종종 시선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랑과 우현이 서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어요. 서로에게 저도 모르게 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현이 가진 상처가, 생계에 쫓기느라 여유가 없는 이랑의 삶이 어찌 보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어요.
 그러던 어느 눈비가 내리던 날, 우현은 궂은 날씨에도 짐을 잔뜩 지고 버스를 타러 가던 이랑을 태워주게 되면서 돼요. 이를 계기로 접점이 생겼으면 좋았을 테지만 아직까진 무심한 우현인지라 별 소득 없이 끝난, 처음으로 단 둘이 함께 한 시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이라고 하면, 이랑이 우현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다는 것정도. 나중에 이 전화번호를 가지고 이랑이 큰 용기를 내죠.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미건조하게 흘러나던 우현의 삶 속에 큰 풍랑이 일어 그의 삶을 어지럽게 만들어요. 바로 생모 미숙의 등장이죠. 암을 앓았다는 미숙이 죽기 전에 우현과 함께 살기 원한다고 우현의 외삼촌을 통해 부탁하죠. 어릴 적 자신을 여러 번 버린 후론 이따금씩 연락해 안부만 묻던 미숙이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것이 싫어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해둔 상황이었던 거지라, 우현은 급하게 부부행세를 할 가짜 신부를 구하고자 해요. 우현과 민택의 대화를 우연찮게 듣게 된 이랑은 공방을 차릴 자금을 핑계로 우현의 가짜 신부를 자원하죠.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위한 가짜 집, 가짜 호칭, 가짜 부부, 가짜 고부지간, 가짜 결혼기념일, 가짜 반지. 모든 것이 미숙을 속이기 위해 벌어진 계약 결혼이자 가짜였지만, 이랑과 우현은 어느새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들게 돼요. 무심했던 우현이 이랑으로 인해 웃기도 하고, 다정스런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죠. 한 번도 따스한 가정, 가족의 정을 누려본 적이 없던 우현이 이랑을 통해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잔인한 미숙이 우현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줘요. 우현의 거짓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자식이라고 인정한 어린 자식들만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우현을 기만하고 배신하고, 상처를 주죠. 그러한 미숙이 얼마나 잔인하고 원망스럽던지……. 미숙에게 받은 상처로 미숙을 차갑게 대하긴 했지만, 이랑의 권유에 따라 미숙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우현, 그가 미숙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은 진심은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모자간의 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끝끝내 우현의 마음을 짓밟는 선택을 한 미숙 때문에 속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랑 덕분에 그가 마음을 다스리고, 이랑의 가족으로부터 진정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제대로 된 가족의 정을 느껴보지 못했던 우현이었기에 에필로그에서 자식을 낳고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보란 듯이 잘살겠다는 두 사람의 맹세로 끝나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어요.
 해화 작가님 특유의 따스함이 느껴져서 이번에도 재밌게, 마음 따뜻하게 잘 읽었던 <유월의 신부>. 인물들의 심리를 디테일하고 공감되게 잘 그려서 술술 읽혔어요. 단순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짜 결혼을 했다가 진정한 부부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메시지가 담긴 듯해서 더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이 책을 보면서 가족이란, 부모란, 자식이란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번에도 기대를 충족시키기 충분했던 해화 작가님의 <유월의 신부>. 어서 다음 신작도 만나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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