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비치 - 상처 받은 영혼들의 파라다이스
케이트 해리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죽은 자들이 머무는 환상의 파라다이스. 모든 것이 완벽하기만한 인터넷상의 가상의 세계, 소울 비치. 파란 하늘, 금빛 모래,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청록빛 바다. 그 아름다운 공간에 머물고 있는 아름다운 영혼들. 하지만 그 아름다움과는 어울리지 않게, 잔혹하게 살해 당하거나 자살하거나 의문스런 죽음을 맞이한 젊은 영혼들의 사연. 마치 실재할 것만 같은 소울 비치의 이야기가 나를 매료시켰다.

 이야기는 열여섯 살의 앨리스가 언니의 장례식날, 그 죽은 언니로부터 메일을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리얼리티 쇼를 통해서 노래새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름다운 언니 메기. 그녀는 살해당했다. 그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앨리스는 아직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죽은 언니에게서 온 메일은 앨리스를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누군가의 못된 장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언니를 잃은 슬픔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언니에게 메일을 보내는 앨리스. 이미 세상에 없는 언니이지만 언니에게 메일을 쓰면서 기분이 나아지던 앨리스에게 또 한 번 언니의 메일이 도착한다. ‘휴양지’ 개념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소울 비치로 초대하는 메일이. 그리고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앨리스의 랩톱 월페이퍼는 언니와 함께 했던 사진이 아니라 앨리스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으로 바뀌어있다.

여전히 누군가의 못된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누군지 모를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답장을 보낸 앨리스에게 다시 한 번 언니의 메일을 도착한다. 오직 메기만이 부르던 ‘플로리’라는 애칭으로 앨리스를 부르며. 이미 죽은 언니이지만, 죽은 사람에게서 메일이 올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플로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언니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메일의 주인공이 메기임을 확신한 앨리스는 가상의 공간인 소울 비치로 접속한다.

 앨리스의 눈앞에 월페이퍼에서 봤던 아름다운 해변의 풍경이 펼쳐진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보는 광경이건만 마치 실제인 것처럼 인공적인 느낌은 전혀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해변. 자신의 방에 앉아서 랩톱을 통해 바라보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앨리스는 마치 해변에 와 있는 생생함을 느끼며 드디어 메기의 목소리와 마주한다. 그리고 앨리스는 묻는다. 그녀를 악몽 속에서조차 괴롭히는 질문. 언니를 죽인 사람이 누구이냐고.

메기를 만나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이 질문은 소울 비치 속 영혼들이 자신의 죽음을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는 것에서 가로막힌다. <소울 비치>는 앨리스의 질문처럼 메기를 죽인 범인을 찾는 앨리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나 또한 글을 읽어 가면서 메기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추측했다. 죽은 메기의 남자친구로 범인으로 가장 의심 받고 있는 팀이 범인일까, 메기의 친구인 서하라의 남자친구인 에이드리언일까, 아니면 앨리스를 도와주는 컴퓨터광 루이스가 범인일까. 그렇게 메기를 죽인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며 읽어나갔던 <소울 비치>는 예상 밖의 전개를 보여줬다.

 어느새 살아있을 때보다 더 아름다운 언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고, 소울 비치 속 언니의 친구들까지 만나게 되는 앨리스는 점점 소울 비치 속에 빠져든다. 서로 다른 세계, 컴퓨터가 가로막고 있는 가상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숨결을 느끼고 향기를 느끼고…… 실제인 것만 같은 소울 비치 속에서 메기와 보내는 시간이 더 좋은 앨리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언니를 만나기 위해 소울 비치에 접속한다. 그러면서 남자친구인 로비와도, 친한 친구인 카라라도 멀어지며 현재와 동떨어지기 시작한다. 반면, 언니의 소울 비치 친구이자 이미 죽은 사람인 대니를 사랑하게 되는데…….

소울 비치에서 언니를 만나면서도 소울 비치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은 아닐까 라는 의심을 풀지 못했던 앨리스는 소울 비치에서 만난 언니의 친구 대니와 하비에르가 실존 인물이자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소울 비치가 진짜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첫 만남부터 이끌림을 느꼈던 대니의 살아있을 적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 버린 앨리스. 그리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앨리스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대니. 비록 소울 비치라는 공간에서 함께 머물 수 있지만 결코 손을 잡을 수도 입을 맞출 수도 없는 상대와 사랑을 하게 되어버린 앨리스. 과연 그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하면서 더 흥미를 가지고 글을 읽어갔다. 동시에 메기에 이어 앨리스까지 노리는 범인의 정체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까지 여전히 가진 채.

 소울 비치에서 살고 있는―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죽은― 영혼들을 게스트, 그리고 그들의 초대를 통해 방문한 앨리스와 같은 이를 방문자라고 칭한다. 죽은 자에게서 메일을 받는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앨리스가 처음에 메일을 보낸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 했듯이. 그렇듯 초대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 응하는 것도 아니고 방문한다고 해서 앨리스처럼 오래 그리고 자주 소울 비치에 들르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앨리스의 존재는 소울 비치에 변화를 불러오고, 그들은 희망을 가진다. 어쩌면 앨리스의 존재가 그들을 소울비치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하는.

그런 희망의 첫 단추가 거식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인도 소녀 트리티이다. 트리티는 앨리스가 온 뒤로, 그리고 불꽃놀이를 본 뒤로 소울 비치에 있는 것을 괴로워한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해하고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런 그녀가 안타까워 앨리스는 트리티를 위해 트리티의 죽음을 파헤쳐간다. 쉽지 않았지만 루이스의 도움을 통해서 트리티가 거식증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드디어 트리티는 자유를 찾는다.

 <소울 비치>는 앨리스가 트리티의 죽음의 의혹을 풀면서 소울 비치에 머물고 있는 게스트들에게, 그들도 트리티처럼 영원한 안식을 찾아 그곳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면서 끝을 맺는다. 그 끝이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3부작의 시작인 <소울 비치>는 여전히 자신의 방에서 랩톱을 통해 소울 비치에 접속하는 앨리스가 그 동안 만질 수도 없었던 대니와 손을 잡고 입맞춤을 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다.

 <소울 비치>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울 비치. 사후세계를 소울 비치라는 가상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와 접목 시킨 점은 정말 새롭고 흥미로웠다. 사후세계조차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한 느낌이랄까. 이 외에도 소울 비치와 접속하는 방법이라든지, 생동감 넘치는 소울 비치 속 세상과 마주하는 앨리스의 모습이라든지, 게스트가 방문자를 초대하는 방법 등 설정 하나 하나가 참신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신비롭고 환상적인 소재를 만들어낸 작가의 창의적인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탁월한 심리묘사까지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가상의 공간에서 언니를 만나고 이미 죽은 이를 사랑하게 된 앨리스의 감정은 물론이고, 메기에 이어 앨리스를 다음 타킷으로 삼은 범인의 심리 또한 섬뜩하게 잘 그려졌다. 더불어 사람의 죽음조차 흥미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심리도.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발산되었던 만큼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을 앞으로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된다.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가장 궁금한 메기를 죽인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당연할 것이다. 트리티가 자유를 찾자 소울 비치의 게스트들이 열광하고, 앨리스를 그들의 희망이라고 했던 점을 봤을 때 어쩌면 앨리스가 메기뿐 아니라 다른 게스트들의 죽음의 의혹까지 밝히지 않을까 하고 예견해본다. 메기의 부름에 앨리스가 응답했듯, 또 다른 방문자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다로 편지를 띄우는 다른 게스트들을 보면 말이다.

 <소울 비치>를 읽으면서 메기를 죽인 범인만큼이나 궁금했던 건 소울 비치는 무엇이며 누가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소울 비치의 바텐더 샘의 말처럼 지상과 영생 사이에 있는 일종의 대기실 같은 림보라고 할 수도 있고, 죽은 자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곳 또는 의혹을 품고 죽은 이들이 그 죽음의 진상을 풀기 위해 기다리는 곳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아직은 정의 내릴 수 없는 소울 비치에 대한 정체도 밝혀지지 않을까.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소울 비치>가 소울 비치 속 영혼들의 죽음의 의혹을 풀어가는 것뿐 아니라 로맨스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앨리스와 대니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도 궁금하다. 만질 수도 같이 있을 수도 없었던 대니와 드디어 접촉할 수 있게된 만큼 그들의 사랑도 더 깊어지겠지만,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그 끝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에, 앨리스와 대니의 사랑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미 죽은 영혼들이 머무는 신비로운 곳 소울 비치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앨리스의 생과 죽음을 넘나드는 여행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 기다려진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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