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 아흔아홉 번의 세탁계약과 거울의 세 가지 수수께끼 판타 빌리지
조선희 지음 / 노블마인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열다섯 소녀, 프리가와 함께 떠나는 환상의 여행!

판타지소설을 접한지 얼마되지 않은지 않아, 아직 이 분야에 대해서 문외한이고 판타지에 등장하는 용어들 또한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알 지 못하는 세계를 탐험하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판타지의 세계는 말그대로 환상적이고 흥미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지금까지 읽은 판타지소설들은 모두 외국의 유명작품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조선희작가의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는 내게 읽어 처음 읽는 국내판타지소설이라는 특별한 의미와 함께 나에게 판타지소설의 묘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눈에 쏙 들어오는, 알록달록 예쁜 색감에 둘러싸인 프리가를 내세운 표지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프리가를 통해 엿본 마법의 세계는 그야말로 새롭고 흥미진진해서 장작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가 무색하게 술술 읽혀졌다.

토트스벳 변두리 거리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며 엄마와 단둘이 살던 프리가는 편지 한장 두고 갑자기 사라진 엄마로 인해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예기치 않게 독립을 하게 되고, 마법이 지배하는 나라 아르보르 왕궁의 남쪽, 위원회에 이름 등록을 거부한 불법 마법사 지비스 졸토가 살고 있는 마녀의 땅 야즈다 99번에서 일주일에 금화 한 닢을 벌기 위해 졸토의 세박부가 된다. 프리가와 지비스가 맺은 99번의 세탁계약! 인간의 손에 닿아야만 때가 빠지는 마법사의 예복, 이 99번의 세탁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로 야즈다의 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프리가는 지비스의 저택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지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성장해간다.

어느 날 갑자기 편지 하나 달랑 둔 채 빵집 종업원과 바람이 나 온갖 패물을 안고 사라진 엄마로 인해, 자신이 엄마 헤스티아와 아빠 우고르의 친딸이 아닌 주워 기른 아이라는 사실을 안 프리가는 갑작스레 닥친 충격적인 일에 추스릴 새도 없이 고모 엘레트에 의해 집에서 쫓겨 나게 된다. 한순간에 부모도 잃고, 갈 곳도 잃게 된 프리가는 이리저리 치이며 생계를 걱정하다 세탁부를 구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우편배달부 호지를 찾아가게 된다. 알고보니, 호지는 프리가 또래의 소녀로 할머니로 부터 승계된 등록되지 않은 마법사, 즉 마녀였다. 호지와 더불어 반은 사람이고 반은 까마귀인 마법사 또한 만나게 되는데, 이가 바로 후에 프리가와 계약을 맺게 될 지비스 졸토였다. 이차저차, 지비스를 돕는 호지를 통해 지비스와 99번의 예복 세탁 계약을 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99번의 세탁을 하기 전에는 야즈다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마법계약을 통해 지비스에게 메이게 된 프리가는 지비스의 저택에 살게 되면서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프리가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똑똑한 소녀이자 지비스와 관련된 흉흉한 소문들에도 신경쓰지 않는 대담한 혹은 둔한 성격을 지녔다. 힘든 세탁일에 욱해서 그만두려는 생각도 하지만, 졸토 저택의 사람들과 자신 사이에 비밀스런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다시 주어진 임무에 충실히 임한다. 집안일에는 영 젬병인 프리가는 항상지비스와 투닥투닥, 티격태격하는 사이이다. 훗날, 영왕의 위병대장이자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친절한 바르마 우펜스키 후작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생각도 하지만, 우펜스키 후작과 원래 연인사이이자 지비스의 누이인 엘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결국 그녀의 첫사랑은 허무하게 끝을 맺게 된다.

졸토의 늪지 주인이자, 프리가의 주인인 지비스는 등록되어 있는 불법 마법사로 마법사들은 발을 들일 수 없는 마녀의 땅 야즈다에서 페레그리누스라는 위험한 마법에 푹 빠져사는 스물셋의 젊은 마법사이다. 겉으로는 프리가를 구박하고 무뚝뚝하게 대하지만, 알고 보면 프리가를 누구보다 위해주는 자상한 사람이자, 마음속으로는 부드러운 말을 생각하면서도 속마음과 달리 괴팍한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을 대해는데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알고보면 귀여운 남자이다. 거기다 처음 목적은 어땠을 지 모르지만, 프리가를 묶어두기 위해 연장계약을 하고, 알게 모르게 프리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왕좌를 버리긴 했지만 왕자인 그의 혈통을 보자면 순도 99.9%의 멋진 남자가 아닐 수 없다.

그 밖에도 지비스의 조수로 프리가에게 늘 도움을 주는 친절한 사람으로 때론 프리가와 지비스 사이를 주시하며 안절부절하기도 하며 두 사람을 엮어주려 하는 유이, 졸토 저택의 청소부이자 지비스를 좋아하는, 인간이 형상을 한 고양이 로테, 졸토 저택의 요리사로 어떠한 요리든 멋지게 해내고 할아버지라 불리기 싫어하는. 모든 생김새가 큼직큼직한 뚱보 할아버지 볼피 등 가지 각색의 개성과 매력을 가진 인물들과 함께 헤쳐가는 동화같고 모험적인 프리가의 삶을 엿보면서 유쾌하기 그지 없었다. 거기다 아르보르 왕국의 여왕이자 지비스의 계모인 고르까와 그녀의 심복이었던 에스피랄 왕립 아법위원회의 위원장 그리올을 벌레로 만들어 내쫓은 다음, 엘을 여왕으로 세우는 데에서는 정말 속 시원했다.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이 책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참 동화같다는 것이었다. 신기하고 알 지 못했던 상상 속 이야기를 다뤘음에도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던 이야기! 극단적이거나 비약적이지 않은, 잔잔히 흐르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거기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발상의 전환 또한 정말 참신했다. 마법과 과학은 서로를 부정하는, 언제까지나 만나지 않은 평행선 위에 놓인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마법과 과학을 접목시키려는 지비스를 보면서 참 놀라웠고 새로웠다.

 비록 프리가의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과 궁금증이 남기도 했지만 금화가 아니라, 졸토의 곁에 남기로 한 프리가를 보면서, 프리가의 정체와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릴 속편도 기대해보게 된다는...!(작가분께서 그럴 생각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이라는 신비한 세계를 유쾌하고 친근하게 그려나가고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동화같은 판타지 소설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를 통해 모두 사랑과 용기, 희망이 가득한 야즈다 99번지를 여행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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