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면접
박정현 지음 / 블랙페이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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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작가요? 누구세요?

단편소설은 흥미와 재미를 가질라치면 맥을 탁 끊는 거 같은 짧음이 아쉬워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짧은 내용임에도 반전들, 그리고 함축되어 있는 의미들이 좋아서 한 권을 다 읽는 내내 흥미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5편의 단편.

#세희에게 #자살면접 #알루미늄 #호셰크오르 #1478629972

 

5개의 단편 중 세희에게, 알루미늄, 호셰크, 1478629972가 제일 여운이 남았다.

세희에게는 반전이 굉장히 임팩트 있었고, 알루미늄은 최근 SF소설을 많이 읽은 터라 SF소설에 가깝게 여겨졌으며, 호셰크는 무슨 영웅 같은 소리하고 있나 했더니 악인과 호인이라는 구분이 마약쟁이 입장이라서 신선했으며, 1478629972는 로또를 자주 하고 있는 나의 삶과 동질감을 느껴서인지 4개의 단편이 여운이 남는다.

 

뭐든 여운이 남는 도서는 참 좋다. 여운이 남지 않는다면 나의 기억 속에 사라지는 책 중에 불과하니깐. 이번 책은 반전의 묘미, 그리고 작가의 특이한 상상력이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었기에, 작가입장에서는 성공한 글쓰기가 아니었나 싶다.

 

박정현작가가 누구인지 신입작가로서 앞으로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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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의 요정 1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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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로부터 주목받은 천지혜작가의 밀당의 요정

재벌남, 예쁜 여자지만 평범한 집안~ 흔히 나오는 드라마의 설정.

재미있게 읽기는 좋았지만, 나는 이제 이런 설정들이 좀 진부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혼이든 미혼이든 간에 로맨스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있고 흥미있게 읽을 만한 소설일 듯하다.

내가 좋아할 만한 장르가 아니라서, 나는 그냥저냥 읽은 듯하다.

 

하지만, 웨딩홀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고충과 삶을 이번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계기라 신선하기도 했다.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1, 2권을 읽어보았는데, 너무 끄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빠르게 전개된다는데, 그것보다는 갈팡질팡하는 설정이 너무 루즈하게 진행된 게 아닌가 싶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비혼주의자 남자와의 사랑싸움이라는 이 책의 주요 쟁점이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 약간 나에게는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3부작은 어떨지. 조금 더 팽팽하고 빠른 스토리로 이야기를 끌어갈지 궁금하다.

 

로맨스소설로는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로맨스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3부작이 기대 되서 잠을 이루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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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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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시 한 구절을 보았을 때는 여성분인 줄 알았다.

근데 남성분이며, 그것도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할아버지라고 하여 놀란 기억이 있다.

설마, 설마, 설마, 그럴 일 없어 하며 나를 한 번 의심하고, 그를 한 번 의심했던 기억들.

죄송합니다. ^^

 

그의 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어떤 성장배경이 있었기에 이런 감성적인 글을 쓸까 하는 의문은 다들 한 번 쯤 해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이번 에세이는 케케묵은 나의 의문이 풀린 계기였는데, 그의 문학적 성장배경이 외할머니의 보살핌 아래에서 생성된 기초가 되었던 듯싶다.

 

먹고 살기 바빴던 광복 전후기, 장남으로 태어난 그에게, 복작복작하고 가난하며, 가족이 많았던 그의 집안에서 어쩔 수 없이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 외할머니 집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에게 문학의 태생을 형성하기에 적절한 배경이 되었으리라 본다.

 

성장기간 관계를 통한 영향이 개인의 인성과 인품, 생각, 철학에 근거가 될 밑바탕이기에,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문학적인 인품을 형성해 줄지 고민한 시간이다.

 

우리 집은 4형제로 터울이 크지 않아, 방학 때면 언니와 나는 항상 버스도 다니지 않던 오지마을 외할머니댁에 보내지곤 했다. 외할머니댁은 흙냄새가 자욱한 시골의 초라한 집이었는데, 텔레비전도 없이, 그저 언니와 카세트테이프로 장난치며 깔깔대던 시절이 생각난다.

할머니께서 방 군불을 때면 춥지 말라고 내어준 아랫목의 따뜻함을 잊지 못한다.

화롯불에 구워주신 고등어 냄새는 또 어찌나 고소하던지.

이제는 잊어도 좋겠다는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은 우리 외할머니를 기억하게 만든 아련한 기억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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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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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은 일본소설대로 느낌이 있어, 불쾌해지는 부분이 항상 꼭 끼기 마련인데, 이 책은 국가특유의 느낌 없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소설이라서 좋았다.

 

일본은 서점 직원이 추천하고 싶은 책을 뽑는 서점 대상이라는 상이 있는데, 개가 있는 계절2021년 서점 대상 3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서점 직원이 추천하는 상은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 못지않게 주목도가 높고 일반 독자들의 공감을 살 만한 도서이기에 가치가 있어 보인다.

 

1988년부터 2019년까지 미에현 욧카이치시 하치료 고등학교 미술부 부실에 숨어든 한 마리의 유기견 고시로와 얽힌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고시로는 미술학부 고시로의 이름을 땄다.

고시로는 마치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처럼, 그때마다 표정과 몸짓의 변화가 나타난다.

 

이 책은 청소년기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나와 엇비슷한 나이 때인 그들의 이야기들 중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기억난다.

한창 친구들과 우리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며,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자는 당찬 포부와 함께 그래봐야 매점 가서 도시락라면 하나 사서 먹는 게 유일한 행복이었던 그때.

그때는 낙엽만 굴러가도 웃기다 했던가.

500원 짜리 라면 하나 사먹는 즐거움으로 하루 종일 친구들과 깔깔 대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지나, 2002 한일월드컵, 동일본대지진, 도쿄올림픽 등 다사다난했던 20세기를 지나 21세기인 지금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글은 잔잔하게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 하루였다.

 

실제 작가의 고향을 배경으로 쓴 청춘소설로 1974년부터 1985년까지 살았던 실제 고시로는 작가가 2학년 때 별이 되었다 하니, 작가의 입장에서 하늘에 떠 있는 별을 함께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진 소설이다.

 

고마워, 정말 좋아하는 사람. 다음 생도 그 다음 생도.” -3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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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뒤란에서 소설 읽기 2
V. E. 슈와브 지음, 황성연 옮김 / 뒤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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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애디는 아버지로부터 홀아비에 재취하여 남의 아이를 키우라는 강요를 받는다. 결혼식날 애디는 이렇게 살다 죽는다는 것에 견딜 수 없어 결혼식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도망친다. 가족들은 그녀를 잡으러 쫓아온다. 급박한 상황에 뤽이라 불리는 어둠의 정령에 도움을 청하고, 도와주는 대가로 죽지 않으며,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 주어진다.

그녀는 300년의 세월동안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상에 맞서 그녀만의 흔적을 남기고자 처절하게 애쓴다.

그런데, 2014년 뉴욕의 한 상점에서 그녀를 기억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헨리!

 

어느 누구도 헨리를 인정하거나 관심주려 하지 않는 평범한 인물이다.

뤽은 그에게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대가로 그의 시간을 가져간다.

한 여자는 잊히는 대신 무한의 시간이 주어지고, 한 남자는 관심을 받는 대신 시간을 빼앗긴다. 둘의 상반된 조건과 대가가 극적인 효과를 내며,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다.

 

뤽은 그녀에게 그만 굴복하라고 강요한다.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삶도 삶인지 철학적인 질문도 주어진다.

하지만 애디는 그녀만의 인내심과 강인함으로 그녀만의 삶을 개척한다.

 

700페이지의 굉장한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세밀한 심리 묘사로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 책읽기가 되었다. 몸이 안 좋아서 잠깐 쉬고 읽은 터라 중간 독서텀이 있었지만, 몸을 추스르고 바로 집어든 책이기에 기억이 되는 책이다.

어느 누가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라고 했던가. 기억만 잘 되는구먼.

 

여성의 강인한 정신력이 돋보인 주인공 애디 라뤼를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겠는가.

여성대 여성으로써 영원히 기억하고픈, 300년이라는 세월의 산증인 애디 라뤼라는 여자를 알게 된 계기가 참 뿌듯하다.

 

나에게 만약 죽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여자가 된다 한다면 매일 방탕하게 살아봐야지 하는 음흉한 생각도 넌지시 해본다. 파우스트의 악마와의 거래인 영혼을 내어주는 대신, 기억되지 않는 대신 자유를 주는 조건이라면 과감하게 인정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자유란, 생각만 해도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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