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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ㅣ 뒤란에서 소설 읽기 2
V. E. 슈와브 지음, 황성연 옮김 / 뒤란 / 2021년 9월
평점 :
1968년, 애디는 아버지로부터 홀아비에 재취하여 남의 아이를 키우라는 강요를 받는다. 결혼식날 애디는 이렇게 살다 죽는다는 것에 견딜 수 없어 결혼식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도망친다. 가족들은 그녀를 잡으러 쫓아온다. 급박한 상황에 뤽이라 불리는 어둠의 정령에 도움을 청하고, 도와주는 대가로 죽지 않으며,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 주어진다.
그녀는 300년의 세월동안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상에 맞서 그녀만의 흔적을 남기고자 처절하게 애쓴다.
그런데, 2014년 뉴욕의 한 상점에서 그녀를 기억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헨리!
어느 누구도 헨리를 인정하거나 관심주려 하지 않는 평범한 인물이다.
뤽은 그에게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대가로 그의 시간을 가져간다.
한 여자는 잊히는 대신 무한의 시간이 주어지고, 한 남자는 관심을 받는 대신 시간을 빼앗긴다. 둘의 상반된 조건과 대가가 극적인 효과를 내며,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다.
뤽은 그녀에게 그만 굴복하라고 강요한다.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삶도 삶인지 철학적인 질문도 주어진다.
하지만 애디는 그녀만의 인내심과 강인함으로 그녀만의 삶을 개척한다.
700페이지의 굉장한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세밀한 심리 묘사로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 책읽기가 되었다. 몸이 안 좋아서 잠깐 쉬고 읽은 터라 중간 독서텀이 있었지만, 몸을 추스르고 바로 집어든 책이기에 기억이 되는 책이다.
어느 누가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라고 했던가. 기억만 잘 되는구먼.
여성의 강인한 정신력이 돋보인 주인공 애디 라뤼를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겠는가.
여성대 여성으로써 영원히 기억하고픈, 300년이라는 세월의 산증인 애디 라뤼라는 여자를 알게 된 계기가 참 뿌듯하다.
나에게 만약 죽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여자가 된다 한다면 매일 방탕하게 살아봐야지 하는 음흉한 생각도 넌지시 해본다. 파우스트의 악마와의 거래인 영혼을 내어주는 대신, 기억되지 않는 대신 자유를 주는 조건이라면 과감하게 인정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자유란, 생각만 해도 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