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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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시 한 구절을 보았을 때는 여성분인 줄 알았다.

근데 남성분이며, 그것도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할아버지라고 하여 놀란 기억이 있다.

설마, 설마, 설마, 그럴 일 없어 하며 나를 한 번 의심하고, 그를 한 번 의심했던 기억들.

죄송합니다. ^^

 

그의 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어떤 성장배경이 있었기에 이런 감성적인 글을 쓸까 하는 의문은 다들 한 번 쯤 해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이번 에세이는 케케묵은 나의 의문이 풀린 계기였는데, 그의 문학적 성장배경이 외할머니의 보살핌 아래에서 생성된 기초가 되었던 듯싶다.

 

먹고 살기 바빴던 광복 전후기, 장남으로 태어난 그에게, 복작복작하고 가난하며, 가족이 많았던 그의 집안에서 어쩔 수 없이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 외할머니 집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에게 문학의 태생을 형성하기에 적절한 배경이 되었으리라 본다.

 

성장기간 관계를 통한 영향이 개인의 인성과 인품, 생각, 철학에 근거가 될 밑바탕이기에,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문학적인 인품을 형성해 줄지 고민한 시간이다.

 

우리 집은 4형제로 터울이 크지 않아, 방학 때면 언니와 나는 항상 버스도 다니지 않던 오지마을 외할머니댁에 보내지곤 했다. 외할머니댁은 흙냄새가 자욱한 시골의 초라한 집이었는데, 텔레비전도 없이, 그저 언니와 카세트테이프로 장난치며 깔깔대던 시절이 생각난다.

할머니께서 방 군불을 때면 춥지 말라고 내어준 아랫목의 따뜻함을 잊지 못한다.

화롯불에 구워주신 고등어 냄새는 또 어찌나 고소하던지.

이제는 잊어도 좋겠다는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은 우리 외할머니를 기억하게 만든 아련한 기억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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