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피크닉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탄 피크닉'  제목만 본다면 한없이 즐거운 시간이다.  그러나 이것이 반어적인 표현이라면 갑자기 씁쓸해지고 만다.  로또!  사람들은 설마하면서도 간절히 '814만 분의 1' 이라는 로또당첨의 행운아가 되고싶어 한다.  그래서 잊지않고 복권을 산다.  되면 운수대통 기적이고 안 돼도 그만이고, 재미지 뭐, 재미.  주인공 은영,은비,은재의 집에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확률의 행운을 얻게되고 '강남으로의 입성'을 실현한다. 

 

  '압구정동의 한양아파트'  금방 쓰러져갈 듯, 재건축을 앞 둔 아파트지만, 이 곳에 산다고 하면 학교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대우도 남달랐으며 아무리 힘들고 슬픈 일이 넘쳐 날때도 이 집이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로또에 당첨이 되고 압구정동으로 옮기면서 은영의 가족은 해체의 맛을 본다.  부모의 이혼, 둘째 은비의 맹목적인 사치로 인한 원조교제, 막내 은재의 학교생활 부적응 등.  뿐만 아니다.  은영의 옆집 부부는 남편의 폭력으로 불화가 끊이질 않고 남편의 폭력을 피해 은재네로 도망오는 여자는 은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기도 한다.  압구정동 밖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겉으로 보이는 그들을 부러워하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생각만큼 행복하지가 않다.

 

  사건의 절정은 은비의 원조교제 대상이던 남자가 은비의 협박에 분노하여 은비네 집에 찾아오면서 오히려 삼남매의 감금에 목숨까지 잃게 된다.  고의적인 살인은 아니었으나 숨을 거둔 남자의 사체를 삼등분하여 삼남매는 골프가방에 최고급 여행용 트렁크에 배낭에 나누어 담고 사체를 유기하기 위하여 예전에 살던 동네 뒷산에서 12월 15일 0시에 만나기로 한다. 

 

 좀 더 행복하기 위하여 돈이 필요했고 로또 당첨이 간절했다.  그런데 그 돈으로 인하여 이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초래하고 만다.  그렇다고 송충이(비강남인)는 솔잎만 먹어야  할까.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분수는 파악해야하지 않을까. 능력이 되면 입성도 하고 누리면 된다.  그러나 또 강남입성이 행복의 절대조건은 아니지 않은가.  마음먹기에 따라 사람답게 누려야 할 행복은 구석구석 우리가 찾아내기만 하면 여기저기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돈만 많았지 불행을 감수하며 사는 사람들도 강남에도 비일비재할테니까.  다 사람사는 것은 오십보백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행복을 남의 잣대로, 남의 행복을 나의 잣대로 잴 수 는 없는 일! 

 

'붉은 꽃다발을 한 아름 들고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경찰복을 입고 찾아올 청년 (은비에게), 제자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전화로 따스한 목소리를 남길 스승(은재에게), 그리고 손꼽아 기다려왔던 입사 합격 통보까지(은영에게), 내일 아침(성탄절)이면 그들이 사는 608호로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할텐데.그 세 남매가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억지욕심을 부리면 화를 부르는 법, 그들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