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답게 자식답게 가족이 ~답게 산다면
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1월에 내가 만난 가슴뭉클 가족사 소설 3탄 중 마지막 작품이다.  1탄 <허삼관 매혈기> 2탄<인생> 그리고 3탄<고향 사진관>  앞으로 당분간은 가족사소설 읽기는 좀 미루어야겠다.  이 세 권을 내리 읽는 동안 뭉클정서가 충분히 함양된 듯하다.  추운 초겨울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메마른 나의 감성을 되살려 주고 또 가족이라는 인연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할 계기를 주니 참 흐뭇하다.

 
  작가 김정현, 이 분은 어쩌자고 이리 눈물쏟는 아버지의 '내리사랑' 이야기를 잘도 만들어 내는지. 몇 년 전 <아버지> 라는 작품으로 대한민국을 눈물 바다로 만들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남성 작가로서 이런 감성이 풍부한 것을 보면 역시 문학하는 사람은 다른가보다?

 
  경북 영주시의 작은 사진관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는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작가의 친구.  군 제대를 앞두고 서울 명문대 복학문제와 그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을 때 한 통의 전보를 받는다.  '부친 위독,급 귀향 요망' 그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  뇌사상태의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은 삼사년이었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가족의 지극한 병 수발 덕분인지 아버지는 식물상태로 17년을 더 산다.  가족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지만 아버지가 그저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물겹게 고맙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 이 소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안방 침대에 누워 꿈쩍도 할 수 없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이 집안의 어른이고 그러한 대접을 받는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병수발, 그와 그의 아내.  정성이 지극하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하늘이 감동했는지 그의 아내 역시 어른 모시기를  모든 일의 기본으로 삼는 여성이다.  그렇게 17년이 흐른다.  그 사이 그는  대형화, 고속화 되는 시대흐름에 환승하지 않고 아버지가 평생을 지켜 온 '고향 사진관' 을 그대로 유지 해 간다.  크게 성공하지는 못하더라고 아버지의 체온을 느끼며 지키고 싶었다.  그는 장남으로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형제들을 결혼시키고 아들 딸도 낳는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면 자식으로서 평생 죄가 될 것 같기에 어디를 가도 하루라도 머물다 오는 법이 없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정신이 들어올 지도 모른다.  그 때 아버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래서 늘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나이들어 보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모든 노력은 아버지를 위한 것이다.

 
  결국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그에게도 청천벽력이 일어난다.  그의 몸에 암세포가 퍼진것.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는 가족 친지와 친구에게까지 그 사실을 숨기며 숨을 다해 간다.  아직은 어린 자식들에게 할머니와 엄마를 부탁하고 그들의 미래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는 죄책감을 안고 숨을 거둔다.

 
   이 이야기 속 가족 구성원들은 제 자리에서 제 몫을 성실히 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어머니는 어머니답게, 아들답게, 며느리답게, 손자손녀답게.  말 한마디, 몸짓하나에 애정과 마음씀씀이가 가득하다.  책장을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의 가족들이 이 집만큼만 각각이 제 몫을 한다면 가정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제 몫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편리함보다는 상대의 불편함을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가족 옆에서 좀 더 오래 천수를 누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는 동안 오직 가족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한 집안의 '가장'이기에 '아버지'이기에 자신을 잊고 살았던 그를 생각하니 큰 안타까움이 남는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지면서 정작 진정한 의미의 가족관계는 갈수록 해체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가족의 의미에 대하여 되묻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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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모답게 자식답게 가족이 ~답게 산다면
    from 꽃방글의 서재 2009-12-13 01:15 
        11월에 내가 만난 가슴뭉클 가족사 소설 3탄 중 마지막 작품이다.  1탄 <허삼관 매혈기> 2탄<인생> 그리고 3탄<고향 사진관>  앞으로 당분간은 가족사소설 읽기는 좀 미루어야겠다.  이 세 권을 내리 읽는 동안 뭉클정서가 충분히 함양된 듯하다.  추운 초겨울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메마른 나의 감성을 되살려 주고 또 가족이라는 인연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