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도법.김용택 지음, 이창수 사진, 정용선 정리 / 메디치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나 찾다가/텃밭에/흙묻은 호미만 있거든/섬진강 봄물을 따라/매화꽃 보러 간줄 알그라.//

  김용택이라는 시인의 이름보다는 ‘섬진강 시인’으로 더 알려진 그의 시 ‘봄날(3월)’이다.  봄의 시작은 남도의 꽃잔치에서부터다.  섬진강가에 소복히 피어나는 매화와 노란 산수유꽃!  나는 봄이 되면 섬진강의 봄꽃을 찾아간다.  하얗게 흐드러진 매화꽃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시인 김용택이다.  매화꽃 없는 섬진강을 상상할 수 없으며 김용택 시인이 없는 섬진강 또한 싱겁다.  그의 시와 글을 읽을 때면 절로 미소가 나기도하고 코끝이 찡해오기도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의 글에 금방 동화되고 마는 이유는! 맛깔스런 전라도 사투리? 소탈하고 수수한 그의 미소? 그의 작품 소재인 자연과 아이들의 순수함? 그 모든 것?  


   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농자금으로 돼지와 오리를 길렀던 영농인 김용택은 결국 모든 것을 접고 서울행, 다시 귀향.  스무 살 시절,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선생 시험’을 보게 되고 이웃마을 분교에 교사가 된다.  교사가 된 후부터 책에 눈을 뜨게 된 그는 아무도 못 말리는 다독가가 된다.  적은 월급으로 다섯 동생들을 뒷바라지해야 했던 가난한 그는 1979-1995년까지 책을 외상으로 들여다 읽었으며 그 책값은 1995년이 되어서야 다 갚았단다.  얼마나 지독한 책벌레였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문학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고 그들을 향한 열병을 앓았다.  그리고 책을 통하여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시인.  전교조 선생들과의 만남과 고뇌, 김남주 안도현, 도종환 시인들과의 귀한 만남, 섬진강 시를 발표한 후 여기저기서 감시를 받게 되는 이야기,  시인만큼 자연을 닮아 살아오신 대장부같은 어머니 이야기. 읽다보니 또 살살 재미난 웃음이 난다.

  그 후 38년 간을 교사로 있다가 2008년에 퇴직을 한다. 자연주의자인 그는 심각한 자연파괴와 기후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지구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날로달로 변해가는 시골의 개발 바람, 징검다리가 사라지고 섬진강은 썩어가고 있다.  기업가들과 군의원들이 나서서 자연을 무자비하게 개발하고 착취하고 있는데 이를 ‘오만한 인간중심주의에 사로잡힌 인간 멸종 프로젝트’ 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다.  가족처럼 함께 놀며 일하며 살았던 품앗이와 두레, 언제부터인가 사라져가는 이런 마을 공동체와 늘어가는 이기주의 현상, 죽어가는 농촌에 대하여 속상함을 감추지 못한다.  예전의 농민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존중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도 변하여 그 모습을 찾을 수가 없는 현실이 한탄스럽기만 하다.

  공동체 삶으로 생명평화, 민족평화에 나서는 도법 스님.  도법 스님은 이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분인데 불교계의 업적을 많이 쌓은 분이며 김용택 시인과 삶의 방향이 참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1994년 조계종 내부에서 폭력을 동반한 불미스러운 일대사건이 일어난다.  94년 98년 조계종단 사태를, 견디기 힘들었던 충격과 괴로움으로 회상한다.  도법은 이를 거칠게 비판하며 수습 책임자가 되는데 그 때문에 유치장 신세도 지게 되지만 종단의 개혁이 시급했으므로 물러설 수 없었다.  하지만 방법은 비폭력 평화정신으로! 

 도법은 자비와 지혜를 실천하는 출발점으로 연기법을 제시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모든 생명의 질서는 연대이고 그 연대 질서속에서 ‘나’만 사는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는 너, 나는 나’ 가 아니라 ‘우리는 하나’ 라는 공동체의식.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 사람이나 짐승이나 미생물까지도 서로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 서로 더불어 살아야한다는 깨우침.  자연보호. 생태를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은 자살행위라는 것. 

  김용택 시인과 도법스님의 요점은 공동체 의식과 실천 그리고 자연사랑이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남의 일 같지 않게 생각해 주는 마음 씀씀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 않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