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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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크리처 에고 싸이킥으로 빈대떡 말아놓고 친한 친구들과 서로 누가 더 쿨한 척 못 알아듣는 대화를 하는지, 내기 걸고 자아를 찾아 떠들고 떠나는 인생의 가위눌림.

실상은 오랜 친구들과의 맛없는 맥주 한 잔의 우정들과 달달한 음담패설이 거의 전부, 나머진 미친 것들 나열하기. 그래서 고독과 슬픔과 허무가 폭풍처럼 증폭된다.

신기하게도 그로테스크하다는 단어보다 더 어울릴 듯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데, 장면 묘사가 월등히 다양하고 무의미하며 복잡한 텍스트라 더욱 신기하다. 장르적 쾌감은 바닥까지 떨어지지만.. 사실 장르는 꿈속 탐사극이 더 맞는 말 같다. 진행이 느리지만, 역시나 구조는 독창적이고, 후반부 어느 순간 전혀 생각 못 한 반전이란 게 있지만 (그게 반전인지도 모르겠다) 지독하게 불쾌한 그놈의 사랑. 저주받은 가족. 코맥 매카시가 그리는 리바이어던.

가장 독하게 못 알아먹는 소설이었다. 지적 허영심을 어디까지 실험할 것인가. 근데 실험할 대상이라도 있는 건가. 지적 허영심이든 네임 밸류이든 후회는 먼지다. 아무튼 읽기 시작하면 무조건 완독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에게 추천.

같이 출간된 스텔라 마리스와 교집합 된 이야기가 있으니 스텔라 마리스를 먼저 보고 패신저를 완독하는 게 좋을 듯(아닌가?).

/들어주는 오빠와 떠드는 거 좋아하는 여동생.

/그놈의 지저스는 강박에 가깝다.

/몇몇 단어들의 번역은 번역을 하지 않는 게 휠씬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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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늘 우리를 속이지. -68p

푼돈에서는 지혜롭고 큰돈에서는 어리석다. -104p

책상 램프 갓 안에서 담배 연기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246p

하지만 수천 가지 중에서 의미 있는 문제를 골라내는 것조차 지천으로 널린 재능은 아니야. -297p

늙기에는 너무 이르고 똑똑해지기에는 너무 늦었어. -449p

너는 그냥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 사람을 원할 뿐이야. -535p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지만. -543p

그건 가정에 기초한 질문이오. 의미 없소. -5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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