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맞서면서 살 수는 없어, 지연아. 그냥 피하면 돼. 그게지혜로운 거야."
"난 다 피했어, 엄마. 그래서 이렇게 됐잖아. 내가 무슨 기분인지도모르게 됐어. 눈물은 줄줄 흐르는데 가슴은 텅 비어서 아무 느낌도없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피하는 게 너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말이야."
"날 때리는데 가만히 맞고 있는 게 날 보호하는 거야?"
"맞서다 두 대, 세 대 맞을 거, 이기지도 못할 거 그냥 한 대 맞고끝내면 되는 거야."
"내가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 얘길 들어서 난 내가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 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사람이야. 나도 감정이 있어." - P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