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P127

나는몹시궁금했다.그가 나영규이든 김장우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이든 간에, 이 사람과 결혼하고야 말겠어. 라는 결심은언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지금 결혼하여 살고 있는 다른 많은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 P164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대는 짓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P173

"너 이런 말 알아? 결혼은 여자에겐 이십 년 징역이고, 남자에겐 평생 집행유예 같은 것이래.할 수 있으면 형량을 좀 가볍게 해야 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열심히 계산해서 가능한 한 견디기 쉬운 징역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 P175

마침내 입을 열던 주리가 너희 아버진, 하고는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곤 내 눈길을 피해 얼른 다음 말을 이었다.
"가족을 책임지지 않았어. 그건 옳지 못한 거야. 어떤 이유로도합리화될 수 없어. 그렇지 않다면 평생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가는수많은 아버지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겠니? 그런 아버지들이 잘못 살은 거야? 그런 거야? 잘못된 것은 언제라도 잘못된 거야. 왜거기에 자꾸 설명이 필요한지 나는 모르겠다." - P178

그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이제 내 이종사촌들에 대해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나와 그들 사이에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것을. 그러나 그 많은 시간들이 우리들 사이의 소통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나는 절실하게깨달았던 것이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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